■ 불면증

대입 수능이 한 달 여 남은 10월, 수험생들이 막바지 수험 준비를 하느라 시간을 줄여가며 한창 잠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시기이다. 수험생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은 하던 일을 마무리할 시간이 모자라 밤을 새우기도 하고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졸음을 쫓기도 했을 것이다. 불교에서 오죽하면 수행하는 데에 지장을 초래한다며 ‘잠’을 ‘수마’라고 표현했을까 싶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보면, 잠이라는 것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 우선 ‘잠’은 인체에 휴식을 주며 자정하는 역할을 한다. 환자의 경우, 질병이 나타나기 전에 먼저 수면부터 이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수면은 그 상태만으로도 병이 호전이 될 것인지 악화될 것인지를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는 건강의 척도가 된다. 지나친 스트레스나 억울함으로 인해 잠의 주기가 깨지기 시작해서 수면에 장애가 생기면 우선은 물기 없는 맨바닥에서 물고기가 파닥이는 것처럼 심장이 빨리 뛰고 심한 경우에는 심장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러면 내일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으로 신경이 극도로 과민해지고 의욕을 상실하기도 한다.

또 다른 증상은 만성적인 질환과 동반하여 잠이 안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방치하면 우울증이나 기억력 장애로 진행될 수도 있다. 수면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평소 스트레스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불면으로 고생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충격이나 질병으로 오는 통증, 지속적인 과로에 시달려 정작 본인이 힘들고 지치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즉 평소에 ‘몸과의 대화’가 안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체내에서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내도 이를 잘 받아 주지 않아서 생기는 ‘불면’이라는 불협화음을 두고 한의학에서는 ‘기 순환이 안 된다’고 진단한다.

요즘 일상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손에서 놓치 않고 지낸다. 그래서 밤과 낮의 생활 패턴이 바뀌고 그에 따라 생체 리듬도 달라진다. 아마 앞으로도 디지털 세대들의 수면 이상 증세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의학에 따르면 잠이 들면 인체에 밤에는 음분(陰分)으로 들어가므로 이목구비가 양기를 받지 못해 잠자고, 아침이 되어 양기가 눈 주위에 있는 청명혈에 기가 돌아서 오면, 잠을 깨게 된다. 이렇게 주야로 기가 경락을 따라 심천으로 음양소장(陰陽消長) 운동으로 운행이 되는데, 이러한 기 순환에 장애가 생기기 시작해서 점점 병이 악화되는 것이다.

불면은 단순히 잠을 자지 못하는 괴로움에 그치지 않고, 심신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지대하다. 수면은 피부 및 뇌 면역기능의 저하를 야기하고, 불면이 지속되면 치매나 우울증상으로 진행되거나 악화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수면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참선을 통해서 일정한 시간에 자기와의 대화를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향후 생길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력을 미리 길러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는 잠이 안 오더라도 일단 눈을 감고 자리에 누워 본다. 이 때, 잡념이 많이 생기더라도 크게 불안해하지 말고, 물위에 몸이 떠 있다는 느낌으로 몸을 이완하면 잠에 들 수도 있다.

올 가을 동안 자연의 주기에 크게 거스름 없이 풍성한 마음을 가진다면 잠을 편히 청하는 데 도움이 될 듯싶다.

[불교신문3145호/2015년10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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