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 재가불교 수행론, 불광연구원 학술연찬회 ‘주목’

“미국과 유럽 등 19세기 말 본격화된 서양불교를 제외하면, 다불교(多佛敎)적 상황을 맞고 있는 지역은 한국이 유일하다. 이러한 현실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불교적 상황을 이해하는 한국불교의 주체적 관점이 필요하다.”

조성택 고려대 교수<사진>는 불광연구원이 지난 7일 불광교육원에서 ‘불교의 신행체계와 재가불자의 신행론’을 주제로 연 학술연찬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조 교수는 먼저 지금의 한국불교는 선종(禪宗)을 표방하는 ‘조계종’이라는 명칭을 포괄할 수 없는 ‘다불교’적 상황임을 강조했다. 1990년대 이후 출판, 유학, 현지수행 등의 경로를 통해 수입된 남방 상좌부 전통이나 티베트 불교 등 각양각색의 불교가 공존하며, 여기에 서구불교의 영향에 힘입은 힐링 등 생활트렌드 산업에서 말하는 ‘불교’까지 보태면 모든 것이 ‘다’ 불교인 다불교적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이는 한국불교 내부 추동력에 의한 주체적 변화가 아니라 외부 환경에 의해 떠밀려온 상황”이라며 “다인종 국가인 미국사회가 잘 보여주는 것처럼 다원적 상황은 이해하는 관점에 따라 그 사회 큰 자산이 될 수도 있고 분열의 근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문제는 불교계 특히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이 지금의 다불교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주체적 관점을 정립하지 못한 채 막연한 위기감만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런 혼란 상황이 재가불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출가스님들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지금 한국 불교인들은 ‘불교란 무엇인가’ ‘무엇이 부처님의 진정한 가르침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에서부터 ‘왜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 물음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답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상황을 바라보는 주체적 관점이 없다면 다양성은 혼란일 뿐”이라며 “다불교 상황에 대한 주체적 이해란 다양한 불교 전통들을 대승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오늘의 문제의식으로 대승불교를 재구성하는 일일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조 교수는 또 “대승, 소승, 최상승, 상근기, 하근기 등의 말에 주술에서 벗어날 때”라고 주문했다. 이 모든 말들은 역사적 의미를 가질 뿐 부처님 가르침에 비춰 본다면 경전에 대소승이 있을 수 없고 수행하고자 하는 마음에 상하근기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부처님 가르침이 어떤 특정한 경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전을 읽든 우리 눈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문제는 스스로에 절실하게 비춰보는 마음이며, 얼마나 정직하게 실천하느냐에 있다”면서 “불교 경전에 관한 한 ‘절실한 마음’이 가장 좋은 해석학적 전략이며, 정직한 실천이 바로 가장 정확한 불교 경전의 해석”이라고 피력했다.

조 교수는 “이것이 21세기 한국의 교육받는 재가자들의 새로운 교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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