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스님 <유마경> 강설에 스님들 대거 신청, 통도사연수원 교육원 연수 현장

 

“유마경은 상당히 재미있는 경전입니다. 대승불교 소승불교의 교리 중심 이야기를 완전히 바꿔놓은 경전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이라는 뜻의 불교(佛敎)는 이름은 같지만 나라마다 전부 다릅니다. 인도 불교 다르고 중국불교 다르고 한국불교 일본불교가 다 다릅니다. 인도불교는 교리 중심적 이론 분석 중심적입니다. 반면 중국불교는 직관적입니다. <유마경>은 인도불교의 재래적 전형적인 모습을 탈피하고 중국화 된 불교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전이 재미있고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재가자가 설했다고 해서 스님들이 볼 필요가 있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펼쳐놓은 노강백(講伯)의 설명에 80명의 스님들은 금세 빠져들었다. 지난 6일부터 8일 까지 통도사연수원에서 열린 조계종교육원 승려교육 연수 첫날 첫 시간의 풍경이다. 강사는 조계종고시위원장이며 대강백인 지안스님. 공부하는 경전은 <유마경>이었다. 
 

우바새가 설한 <승만경>과 더불어 부처님이 아닌 재가자가 법을 설하는 설주(說主)로 등장하는 <유마경>은 대승의 다른 대표 경전이나 선어록에 비하면 스님들의 사랑을 덜 받아왔다. 하지만 “출가중심의 소승의 편벽함을 타파하고 보살의 정토사상을 부각시킨”(지안스님) 유마경은 불국토 사상을 표현하는 주옥같은 명구(名句)들로 불자들에게는 매우 친숙하다.

‘마음이 깨끗해지면 불국토가 깨끗해진다’(心淸淨 國土淸淨), ‘오지 않는 모습으로 오고 보지 않는 모습으로 본다’(不來相而來 不見相而見) ‘어리석음과 갈애(渴愛)에서 나의 병은 생겼고 모든 중생이 병이들므로 나도 병드니 중생의 병이 없어지면 나의 병도 없어지리라’ ‘지혜는 보살의 어머니이고 방편은 아버지이며 도사(導師)가 이 부모 밑에서 태어난다’ ‘번뇌의 진흙 속에 중생이 있으므로 불법(佛法)이 일어난다’ 등 스님과 불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구절이 많은 경전이다.

지안스님은 유마경 해제에서부터 각 품의 한문 내용과 해설 의미 등을 다른 경전과 비교 하거나 선에 끼친 영향 등을 언급하며 명료하게 설명했다. 80명의 스님들은 숨도 쉬지 않고 한 구절이라도 더 듣기 위해 귀를 세우고 열중했다. 
 

지안스님의 <유마경> 강설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스님들이 수준 높은 경전강의를 얼마나 목말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번 강의는 조계종 교육원이 승납 30년 미만 구족계 수지자 스님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연수교육이다. 스님들은 다양하게 개설된 과목 중 하나를 이수해야 승가고시 응시 자격을 갖는다. 통도사연수원에서 열리는 강의는 영남지역 스님들이 공주 한국문화연수원 까지 가기 힘들다는 민원에 따라 올해 처음 개설됐다. 2박3일간 80명의 스님들이 묵을 수 있는 방사를 갖춘 연수원 시설, 지안스님이라는 대강백의 존재, 영남 지역에 많이 거주하는 스님 등을 감안해 올해부터 봄 가을 두 차례 이곳에 강의를 개설했다.
 

그런데 정원 60명이 금세 다 차는 바람에 신청자를 80명으로 늘렸다. 그 때문에 방사가 부족해 일부 스님들은 3명이 한 방에 묵어야했다. 연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승납 32년 된 비구니 스님도 신청을 했다. 영남지역 스님들 편의를 위해 개설했는데 수도권 등 다른 지역 스님들도 대거 신청했다.

현장에서 실무를 진행한 교육원 연수팀의 유종우씨는 “점수를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안스님이라는 강사와 스님들이 원하는 경전 강의가 맞물려 서울에도 강의가 개설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일부러 여기 까지 찾아올 정도로 이번 강의는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지안스님은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어 입도 자주 마르고 목도 쉬어서 말하기가 힘들다”며 웃었다.

매 시간마다 출석부에 이름을 기재해야할 정도로 학사관리가 엄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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