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하고 사리가 나오자 인도의 모든 나라마다 갖고 싶어 했고, 그 중 8개 강국은 군사까지 보내 독차지하려 했다.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향성(香姓) 바라문 등이 나서 사리를 골고루 나눠가질 것을 권했다. 중재를 받아들인 각국은 사리를 팔등분하여 자기 나라에 탑을 지으니 이를 ‘근본 팔탑’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향성 바라문이 고향에 돌아가 사리를 담았던 병을, 뒤늦게 도착한 필발라 국이 다비하고 남은 재를 모아 회탑(灰塔)을 만들어 ‘근본 십탑’이 되었다고 한다. 인도에서 가까운 중국 키질석굴 제8굴 벽화에 각국 대표와 향성 바라문 등이 모여 사리 분배를 논의하던 장면, 향성 바라문이 사리를 한데 모은 병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장면이 있어 <불본행집경>에 나오는 이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향성 바라문은 사리를 넣기 전 병 아래에 미리 꿀을 발라 두어 나중에 사람들 앞에서 뒤집어 사리를 꺼낼 때 작은 조각들이 떨어지지 않게 했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그러니까 그가 고향에 가지고 간 빈 병에는 실은 꿀에 붙은 사리가 담겨졌다는 것이다. 여하튼 근본 팔탑 중 지금 원위치를 아는 것은 둘밖에 없다. 이후 수 백 년이 지나 기원전 2세기에 인도를 통일한 아쇼카 왕이 근본 십탑에서 사리를 모아 8만 4000과로 나누어 새로 탑을 짓고 여러 나라에 전파했다.

근본팔탑 중 하나가 석가모니부처님이 태어난 룸비니서 멀지 않은 곳이자 마야부인의 친가가 세운 람그람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최근 <불교신문>을 통해 다시 국내에 알려졌다(9월16일자 참조).

흙무덤으로 덮은 곳 아래에 벽돌 자국이 뚜렷한 옛 탑지가 발견된 것이다. 위치로 보거나, 16세기에 이슬람이 침범하자 흙을 덮어 각별히 보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근본 팔탑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한다. 실크로드 연구는 오래 되었지만, 근래 중앙 및 동남아시아 불적 조사를 통해 수준을 한 차원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간다. 이 람그람 불탑 조사에 우리가 적극 참여한다면 그런 계기가 이뤄질 것 같다.

[불교신문3143호/2015년10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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