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보광동에 위치한 연등교육장에서 진행된 연꽃등 강좌에서 연잎을 꼬아 연등을 만드는 호압사 신도들의 모습.

제등행렬 동참 사찰 대상으로

연등회보존위원회 토요 강습

연꽃등 비롯해 팔모등 수박등

전통등 제작기법 노하우 전수

 

11월엔 행렬등 장엄등 강좌도

연등회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된 지 3년 여. 연등회의 특징은 전승자가 지정된 여타 무형문화재와 달리 전통등을 만들어 제등행렬에 참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전승자라는 것이다. 개개인에게 전해지는 전통등 명맥을 잇기 위해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제등행렬에 동참하는 사찰의 등 담당자와 어린이법회 지도교사를 대상으로 토요강습을 진행하고 있다. 첫째 주는 지화연꽃과 연꽃등을 둘째 주에는 수박등을 셋째 주에는 전통염색을 통해 팔모등, 초롱등을 만드는 법을 지도하고 있다. 또 지난 7월부터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는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기관 종무원을 위한 전통등강습도 병행한다.

 

지난 3일 지화연꽃과 연등을 만드는 강좌가 열리는 서울 보광동 등교육장을 찾아갔다. 서울 호압사, 약사사 등 담당자와 조계사청년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소속 학생 등 20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송자 한국지화연구소장으로부터 연꽃과 연등을 만드는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안예쁜 연잎을 쓰면 아무리 잘 꼬아도 연등이 예쁠리 없습니다. 처음에 연잎을 뗄 때 12장 가량 떼어내야 통통하게 주름진 잎이 나옵니다. 그걸 사용하시면 연등 모양이 훨씬 예뻐져요. 먼저 떼어낸 12장 종이는 버려지는 게 아니라, 연잎 모양으로 잘라줘서 활짝 핀 연꽃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까워하지 마세요.”

이송자 원장이 전하는 예쁜 연꽃을 만드는 비법이다. 이날 연꽃등과 연꽃제작 교육이 진행됐는데, 이 원장은 통통하게 주름진 연잎을 엄선하는 방법부터 예쁘게 연잎을 꼬는 법, 어떻게 풀칠을 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한 눈 한번 팔지 않고 강의에 집중하며 연꽃을 만들던 참가자들은 “내가 이렇게 예쁜 연꽃을 만들었냐”고 감탄하며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풍선대를 붙여 만든 연꽃은 이송자 소장의 아이디어가 가미된 것으로, 연잎 12장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뿐만 아니라 염색이나 주름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버려질 수 있는 연잎을 오려서 만든 연화는 활짝 핀 꽃을 연상시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지연(21, 덕성여대 불교학생회)씨는 “봉축 때마다 동아리에서 등을 만들었는데 역시 배워서 한 게 훨씬 예쁘다”며 즐거워했다. 김진(23, 동덕여대 불교학생회)씨 역시 “학교에서 만들 때는 풀을 잔뜩 발랐는데도 연잎이 붙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배웠다”며 “동아리 회원들은 물론 대불련 소속 다른 대학에도 비법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연등회보존위원회가 연등회에 참여하는 사찰 신도들을 위해 전통등 강습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다. 박상희 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은 “15개 사찰을 대상으로 등문화 모니터링 결과를 보니 다소 놀라웠다”며 “법당등과 마당등을 위주로 조사했는데 전통기법으로 연잎을 비벼 만든 연등으로 장엄한 사찰은 극소수고, 팔모등은 아예 없었다”고 전했다. 손이 많이 가고 비바람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법당등은 공단등으로, 마당등은 주름등 일색이었다. 법당이나 마당을 연꽃등으로 장엄한 곳은 사자암이 유일했다고 한다. 연꽃등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등이고, 아름다워서 일반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좋아하지만, 만들기 번거롭고 내구성이 약하다는 단점 때문에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실제 제등행렬에도 연꽃등만을 들고 참여하는 단체는 대불련 등 몇 곳 되지 않는다.

연잎 만드는 공장이 문 닫을 상황이라는 소식도 한몫했다. 연등이 공단등, 비닐등으로 대체되면서 연잎 판매량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화지에 염색을 하고 주름을 잡아 만다는 연잎을 만드는 공정은 단순해보이지만, 적당한 주름을 맞추기 위해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오랜 세월 축적된 기술이지만 요새는 연등 만드는 사찰이 줄어들면서 연잎 공장도 점차 문을 닫고 있다. 이러다 연꽃등이 사라질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에서 연꽃등 강의가 시작된 것이다. 각 사찰마다 연등제작을 책임지는 담당자와 등문화 전통을 이어갈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연등제작기법을 전수할 지도교사, 대불련 학생들 위주로 교육이 이뤄졌다.

강의효과는 컸다. 강습을 들은 사찰이 중심이 돼 제등행렬을 비롯해 불교행사장마다 연꽃등을 선보이며 보급에 앞장섰다. 사자암은 제등행렬 때 풍선대를 끼운 연꽃을 들고 나와 합류했고, 금강선원에서는 연잎으로 장식한 장엄등을 선보였다. 대불련에서는 연꽃 만들기 동영상까지 제작해 비법을 공유했다.

박상희 국장은 “30년 전만해도 흔히 볼 수 있는 연꽃등이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다”며 “순식간에 전통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교육을 마련했는데 많은 불자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고 있다”며 보람을 전했다. 이어 “전통등 제작법을 배울 수 있는 상설강좌가 진작 마련됐어야 했는데 아직까지 이뤄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하며 종단 차원에서 상설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오는 11월 행렬등, 장엄등 제작 실무자와 청년회, 학생회 실무자를 대상으로 제16회 전통등 강습회를 진행한다. 행렬등 교육은 7일과 8일 이틀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진행된다. 장엄등 강좌는 11월14일부터 3일간 이어지는데, 행렬등 강습 이수자 및 내년 강습 참가자에 한해 참여할 수 있다. 접수마감은 오는 15일까지며, 연등회보존위원회(kang@buddhism.or.kr)로 신청하면 된다.

[불교신문3143호/2015년10월10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