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육바라밀 ‘49일간 약속’
조계사 생전예수재 입재 성황
축원비는 없어…적립금은 보시
죽기 전 미리 공덕을 닦아 사후 안락세계에 이르기 위한 생전예수재가 지난 4일 조계사(주지 원명스님) 대웅전에서 사부대중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입재했다.
생전예수재란 ‘살아생전에 미리(豫) 닦는다(修)’는 의미로 극락왕생의 인연과 공덕을 짓고 신구의(身口意) 삼업을 닦는다는 뜻.
조계사 주지 원명스님은 이날 ‘발원’을 주제로 한 입재법문을 통해 “생전예수재는 다른 의례와 비교했을 때 실행기간이 길고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함께 공존하면서 단순히 신앙이 아니라 직접적 실천의 수행을 강조한다”며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는 임사(臨死)체험의 의미를 지니며 현대인이 추구하는 가치 중의 하나인 웰다잉(well-dying)과도 일맥상통한다”라고 말했다.
49일간 7재로 진행되는 조계사 생전예수재는, 각각의 재를 보시와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등 육바라밀 주제에 맞춰 열어 눈길을 끈다. 어려운 의례의식과 뜻 모를 기도문을 줄줄 외었던 기존 생전예수재와 달리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신행과 수행에 초점을 맞췄다. 금정총림 범어사 율주 수진스님이 오는 10일 보시를 주제로 초재법문을 하고 이어서 전계대화상 성우스님, 전 백양사 주지 성오스님,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지선스님 등이 릴레이법문을 한다.
신도들이 생전예수재의 참의미를 되새기고 일상의 수행의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수행점검 책자’를 제작 배포해 큰 호응을 얻었다. 책자에 따르면 생전예수재 49일 육바라밀 수행실천 행자는 수행기간동안 각자가 정한 시간에 정진을 하고 수행일지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날마다 ‘나만의 수행 1일’이라는 테마로 육바라밀을 실천하는 것인데, 보시는 ‘매일 1000원씩 보시하기’, 지계는 ‘담배와 술 끊기’, 인욕은 ‘가족들에게 화내지 않기’, 정진은 ‘하루에 꼭 108배 하기’, 선정은 ‘참선 30분 하기’, 지혜는 ‘가족과 대화하기’ 등이다.
조계사는 이번 생전예수재를 불교의례전통에 맞춰 복원하는 것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생전예수재 기도 축원비를 받지 않고 대신 신도들이 49일 동안 보시행을 실천할 수 있도록 했다. 적립금은 ‘노스님 병원비 마련’에 쓰인다.
[불교신문3143호/2015년10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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