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미! 사찰음식 ⑧ 올가을 사찰음식축제 가볼까 <끝>

글로벌 푸드 우리 밥상 ‘위협’

건강한 제철음식…식문화 회복

보경사 ‘108김밥’ 법주사 ‘百味’…

불교 수행문화 생명사상 ‘포교’

‘밥상’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푸드’가 한국인의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개미새끼 크기로 암호처럼 뒤엉켜 있는 식품첨가물 목록은 보고 또 봐도 해독이 어렵다. 대형마트 카트에 먹거리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계산대 앞에 선 엄마들 표정은 그 옛날 양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신바람나게 집으로 향했던 어머니들처럼 밝진 않다. 우리 사회 먹거리 문화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다, 패스트푸드가 점령한 식탁에서 더 이상 엄마의 손맛이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려워진 현실이다.

그래도 늦지 않았다. 건강하고 단출한 불교의 음식문화가 ‘사찰음식’이란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스님들이 만들고 스님들이 드셨다고 해서 우리집 부엌에서 못할쏘냐. 올가을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사찰음식축제에 온가족이 함께 가서, 음식맛에 취해 품평도 하고 우리집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시도해보면 어떨까.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진화스님)이 올가을 우수 사찰음식행사 14곳을 선정했다.

사찰음식을 떠나 음식 하면 ‘전라도’다. 특히 전북 전주와 완주는 ‘음식의 고장’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음식맛을 자랑한다. 완주 송광사는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아름다운 연(蓮)음식’을 주제로 사찰음식축제를 개최한다. 전주비빔밥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연꽃을 테마로 한 음식을 선보임으로써 사찰음식의 우수성과 불교의 수행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루평균 1500여 명이 동참, 나흘간 총 6000여 명이 사찰음식을 체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체험음식은 다양하다. 사찰 비빔밥을 비롯 연잎밥, 비빔밥강정, 비빔밥두부선, 검은깨연근전, 뿌리연잎찜 등이다. 송광사에서 직접 재배한 연은 뿌리에서부터 연꽃에 이르기까지 싱싱하고 빛깔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하루에 다섯가지 요리를 준비한 재료가 소진될 때까지 체험행사를 운영할 계획이고 체험자가 원하는 요리를 직접 선택해서 시연할 기회를 준다. 승가의 공양문화인 발우공양도 한다.

송광사 측은 “과식과 육식을 삼가고 채식 위주의 생활을 통해 건강한 삶, 조화로운 삶을 실현하고, ‘비움과 나눔’이라는 사찰음식의 정신을 바로 알게 하기 위한 축제”라며 “특히 송하진 전북지사, 김승수 전주시장, 박성일 완주군수,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등 기관장들과 지역사회의 저명인사를 초청해 일반 시민들과 함께 불교의 전통 식사법인 발우공양을 체험케함으로써 발우공양에 담겨있는 불교의 수행정신과 생명존중 사상을 전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완주에 이어 광주 광제사에서도 오는 11일 ‘어두운 곳을 찾아가는 밝은 빛의 산사음식’을 주제로 축제를 연다. 광제사에선 특히 동남아시아 불교국가에서 온 이주민들이 손수 만든 사찰음식을 시연하고 함께 맛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차(茶)로 유명한 강진 백련사도 ‘차와 사찰음식’을 테마로 오는 10일 축제를 연다. 여연스님의 다도특강과 초의차문화연구원의 선차시연회, 다도체험행사 등이 주를 이루고 홍승스님의 사찰음식 강의와 체험행사도 함께 열린다.

올해 여섯번째 열리는 대구 동화사 승시축제에선 ‘힐링음식 그 답은 사찰음식에 있다’라는 주제로 사찰음식행사가 펼쳐진다. 팔공산 산중전통장터를 말하는 승시축제는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동화사 경내에서 봉행된다. 특히 대구·경북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초청해서 1500여 년 이어온 한국의 사찰음식의 우수성과 불교정신을 알리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뿐만아니라 대구 근교의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건강과 정신적 치유가 되는 사찰음식의 진수를 알리고, 친환경적 삶을 제시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우리가족 사찰음식 만들기 경연대회’, ‘외국인 사찰음식 경연대회’, ‘사찰음식, 재료이름 맞히기 경연대회’ 등 풍성한 프로그램이 가족과 연인, 친구끼리 동참하길 기다리고 있다.

영남지역에선 동화사 외에도 포항 보경사에서 오는 10일, 17일, 24일 31일 등 10월의 토요일마다 지역민들과 함께 ‘108 김밥 싸기’ ,‘장애우들과 화전 만들기’ 등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안동 서악사는 오는 17일 의성 고운사 일원에서 ‘웰빙 사찰음식체험 행사’를 열고, 칠곡 정암사는 오는 18일 ‘사찰음식의 향연 가을 한마당’을 주제로 사찰음식을 나누고 바자회를 통한 장학금도 수여하는 등 흥미진진한 마을잔치로 꾸밀 예정이다. 밀양 정각사는 오는 25일 ‘차와 함께 하는 사찰요리 한마당’을 주제로 20여 종의 사찰음식을 전시하고, 발효식품 소스만들기 강연도 선보인다. 사천 다솔사는 오는 10일부터 11일까지 ‘다솔사 가을 산빛 가람제’라는 이름으로 100인 찻자리를 개설하는가 하면, 선방과 숲속 명상길에서 선차체험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도 연출할 예정이다.

충청지역에선 보은 법주사가 10월의 마지막날 ‘百味百樂-사찰음식과 세계음식의 만남’을 주제로 5개국 전통음식을 시연하는 시간을 갖는다. 퓨전국악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법주사 측은 “세계음식 소개로 이주민 여성의 위무와 한국사회 정착에 기여하고, 웰빙음식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우수 사찰음식 행사는 이외에도 서산 부석사가 지난 3일 떡메치기, 화전만들기 등 사찰음식축제를 봉행했고, 서울 봉은사가 지난해에 이어 오는 8일 사찰건강도시락 경연대회를 열고, 오는 18일 서울 화계사가 ‘건강을 만들고 행복을 찾고’를 주제로 사찰음식 경연대회 본선을 치른다. 평창 월정사도 오는 11월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강원푸드박람회를 열고 오대산 사찰음식과 수행프로그램을 홍보할 계획이다.

[불교신문3142호/2015년10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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