⑮ 일중식

큰스님은 스님들이 오면 뭘 잘 물으셨다. 특히 선방에서 정진하는 스님들에게는 이런 질문을 자주 하셨다. “니는 밥은 잘 묵나?” “아니오, 오전불식 합니다.” “야. 니도 대데 빠짔네(덜 떨어졌네). 밥은 거르지 말고 잘 무야 하니라.” 식생활이나 식습관은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가지셨다. 큰스님은 꼭 세 끼니를 챙겨 드신다. 선방에서 누군가가 아침이나 저녁을 안 먹는다고 하면 덜 된 인간이라고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신다. 게다가 하루 한 끼만 먹는 일중식(日中食)을 한다고 말하면 이렇게 핀잔을 준다. “안 묵는 기 무슨 공부가. 공부를 힘써 할라 카몬 뭐든 동 묵어야 되니라. 하라는 정진은 안 하고 묵는 거 가지고 야단을 지기네. 허허.” 헛웃음을 웃으며 안타까워 하셨다. 확실히 안 먹으면 졸음은 덜 온다. 그러나 기력이 딸리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한 때는 유행처럼 안 먹는 것이 대세가 돼 선방마다 오전, 오후불식을 하는 스님들이 많았다. 큰스님은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크게 걱정을 하시며 ‘그건 아니지’를 연발하셨다.

큰스님은 ‘공부를 힘 있게 밀고 나가려면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삼매에 들어가 저절로 먹고 자는 걸 잊어버리게 되는 경지에 들어갔으면 모를까. 일부러 끼니를 굶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애쓴다고 너무 잠을 안자는 것도, 안 먹고 버티는 것도 정진에는 도움이 안 된다. 일부러 무리하게 하면 병만 생긴다. 그저 평소대로 꾸준히 하다보면 화두가 죽 이어져 언젠가는 저절로 몽중일여(夢中一如)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고 늘 말씀하셨다.

“법념아, 니도 밥 안 묵는 불식하나.” “아니오, 저는 세 끼 먹어도 배고픈걸요.” “그래, 묵고 공부해라. 무리한다고 되는 게 아니여.” 한국 사람은 밥 힘으로 산다고 할 만큼 먹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큰스님도 먹는 것에 관심이 많으시다. 특히 참선하는 수좌들은 힘이 떨어지면 화두가 순일하게 들리지 않는 수가 많다. 화두를 밀고 나가는 힘은 오로지 먹는 데서 나오기 때문에 밥 잘 먹는 수좌가 공부도 잘 한다고 하시며 세 끼 밥은 거르지 말고 먹으라고 당부하셨다.

아닌 게 아니라 밥을 안 먹고 오전불식이나 오후불식을 하는 스님들을 보면, 밥만 안 먹지 과일이나 과일 주스, 그 밖에 다른 걸로 배를 채우는 이들도 더러 있다. 그럴 거면 아예 밥을 먹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큰스님은 ‘공부를 하기 위해 밥을 안 먹는 것이 아니라, 나는 안 먹고도 잘 졸지 않고 버틴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라 공부에 하나도 보탬이 안 된다’고 단단하게 못을 박았다.

[불교신문3142호/2015년10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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