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호 전 동국대 학장 유족, 부산 금정중학교에 기증

일제강점기 범어사에서 출가한 스님 출신으로 해방직후 제헌의원을 역임한 허영호 전 동국대 학장의 <조선어기원론> 친필원고가 한글날을 앞두고 세상에 나왔다.

허영호 전 학장의 유족인 딸 허영선씨는 평생 소장해온 선친의 <조선어기원론> 친필원고 진본을 금정총림 범어사(주지 수불스님)에서 운영하는 학교법인 금정학원(이사장 홍선스님)의 부산 금정중학교(교장 정진완) 명정박물관에 기증했다.

금정중학교에 기증된 <조선어기원론> 친필 원고는 모두 6권의 원고지 묶음이며, 제목과 목차는 물론 페이지까지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훈민정음 음운고(音韻考)’ ‘훈민정음과 본문과의 관계’ ‘조선어 기원’ 가운데 마지막 장을 엮었다.

지난해 허영호 전 학장의 친필 원고 복사본을 금정중을 통해 미리 확인한 김용환 부산대 철학과 교수가 책으로 출간했다. 당시 김용환 교수는 “조선어의 어운, 어휘, 어의, 어원 등의 기원에 관한 그의 연구는 당시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독보적인 것”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일제강점기 범어사를 중심으로 주시경, 권덕규, 서상일 선생 등 조선어문연구회 강사들이 한글강습회를 실시했다”면서 “허영호 전 학장의 <조선어기원론> 친필원고는 범어사가 한글교육과 보급은 물론 전문적인 연구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허영호 전 학장은 <조선어기원론> 친필원고 ‘서문’에서 “무릇 인류가 가진 문화의 유산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은 언어”라면서 “그러므로 조선민족이 가진 이 조선어라는 것은 조선민족이 가진 모든 문화의 유산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을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고 한글의 역사와 우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서문에서 “우리의 선조는 어떻게 해서 우리의 말을 창조하고 전수하였겠는가는 누구나 알고 싶어 하는 일”이라면서 “(그렇지만) 누구나 그것을 밝힌 이는 없다”고 <조선어기원론>을 저술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김화선 금정중 교사는 “조선어학회를 주도한 주시경 선생이 범어사에서 한글강습회를 실시한 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 “허영호 전 학장의 따님이 기중해 준 소중한 자료를 잘 보존하겠다”고 다짐했다. 허영호 전 학장의 딸인 허영선씨는 기증당시 “아버님의 유품을 개인보다는 공공성을 지닌 학교에서 잘 보존하여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허영호 전 동국대 학장은 범어사에서 출가해 승려생활을 하고 혜화전문학교 교수를 지내는 등 불교와 인연이 깊다”면서 “그 분의 <조선어기원론> 친필 원고가 기증되어 기쁘고, 앞으로 한글연구의 귀한 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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