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진화스님

남편이나 아내, 자식 때문에

피곤하고 불행하다 생각말아요

고요하게 나 자신을 바라보세요

이것을 공부하는 것이 불교입니다

 

절에 다닌지 10년이든 30년이든

관건은 걸림없는 불자로 사는 삶

불교는 이론이 아니라 실천입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진화스님은 지난 8월 광주불교교육원에서 불자의 삶에 관한 법문을 설했다. 진화스님은 광주지역을 일컬어 ‘불교교리에 대한 이해가 높아 불교가 크게 번창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하고 공부하는 불자, 실천하는 불자가 되기를 당부했다. 스님의 법문을 정리했다.

여러분들은 왜 불교를 믿습니까? 어떤 연유로 불교를 공부하려고 하는가요? 행복하기 위해서거나 마음을 평화롭게 갖기 위해서, 아니면 부처님이 깨달으신 그 무엇인가가 좋아서일 것입니다. 행복이 무엇입니까? 모두들 행복하기 위해서 불교를 믿고 공부하는데, 어떻게 되어야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까? 해탈, 고통의 소멸, 근심 걱정이 없는 상태, 그 무엇에도 걸림이 없고 자유로운 상태, 이런 것을 행복한 상태라고 합니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노력을 합니다. 그런데 어떤 상태가 행복한 상태일까요? 보통은 돈이 많으면 행복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돈을 벌려고 노력합니다. 돈이 많아야 좋은 아내, 좋은 남편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연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요? 

가끔 불자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불교의 목적을 잘못 이해하고 신행생활을 하시는 분들을 만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행복입니다. 잠시 있다가 없어지는 행복이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을 완전히 이해하고 몸으로 체득하는 것입니다. 그냥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영원히 죽을 때까지 행복한 상태로 머무는 궁극적인 행복입니다. 이것을 해탈이라고도 하고, 성불, 또는 깨달음이라고도 합니다. 그 경지에 들어간다는 것은 영원한 행복, 궁극적인 행복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 바랄 것이 없는 상태, 더 채울 것이 없는 상태가 궁극적인 행복한 상태입니다.

여러분은 이 강의가 끝나고 잠잘 때까지 해야 할 일이 계속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것 외에 추구하는 또 다른 무엇이 있고 그것을 채우려고 합니다. 그것이 채워지면 행복하고 마음이 편안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처럼 욕망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은 행복한 상태가 아닙니다. 그냥 여기에 있는 이 자체, 이 시간, 이곳 광주불교교육원에서 강의 듣는 것이 만족한 상태가 되어야 행복한 상태인 것입니다.

내가 돈이 많든 적든, 남들하고 비교하지 않고 지금 현재 이 자리에서 이 상태로 좋은 것, 이것이 행복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생각이 다른 데에 있습니다.

현재 내가 서있는 이 자리는 자신이 선택한 것입니다. 누가 돈 준다고 여기 온 것이 아닙니다. 내가 원해서 온 것이기에 이 자리에서 만족하면 그것이 행복한 상태입니다. 이것이 더 채울 것도 없고, 더 바랄 것도 없는 행복입니다.

모든 행·불행은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느낍니다.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불행과 고통, 괴로움을 느끼는 것은 대부분 인간관계입니다.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은 첫 번째 부부관계 때문에 마음이 상하고 기분이 언짢아지고 또 마음이 기뻐지고 행복해집니다. 두 번째는 자식들 때문에 그렇습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다고 해서 내 기분이 나빠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 남편이 반찬투정을 하면 기분이 나쁘거든요. 이게 나와의 관계입니다. 나와의 관계, 이해관계에 따라 그 사람이 나의 행·불행에 관여하는 폭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행복이란 저 멀리에 있어서 열심히 좇아야 하는 것 같지만 나를 둘러싸고 있는 반경 안에 있는 최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나의 행과 불행이 좌지우지 됩니다. 부처님이 행·불행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아도 절대 아닙니다. 더 채울 수 없는 상태가 되려면 내 자신을 봐야합니다. 남편을 보거나 아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먼저 봐야합니다. 그래야 내가 어디에 얽매여 있는지, 어떤 말에 화가 나고 또 마음이 기뻐지는지를 볼 수가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남편 때문에, 자식 때문에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이 많은 요인을 차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내 자신이 어떤 상태로 있는가를 바라볼 때 행·불행이 갈라집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남을 볼려고 하지 말고 나를 보라고 한 것입니다. ‘나를 잘 알아라, 나를 바로 보아라, 나란 놈이 뭐냐.’ 이것을 공부하는 것이 불교입니다.

불교공부 하시는 분들을 만나보면 공부를 하면 할수록 행복하고 마음이 편안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진 분들을 봅니다. 절에 10년 다니는 불자보다 30년 다니는 불자가 더 편안해야 하는데 꼭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30년 동안 불교를 공부했으면 얼마나 편안하겠습니까. 무엇을 보더라도 걸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젊은 보살이 법당에 짧은 치마를 입고 왔다고 나무라고, 아이들이 법당에서 뛰어 놀면 왜 아기를 데리고 와서 방해하느냐고 나무랍니다. 불교를 오래 공부하고 신행했지만 오히려 더 마음이 불편해져 있는 분들입니다. 지금 이 순간 편하고 행복해지려고 절에 오는데, 오히려 절에 다니는 것이 더 장애가 되어버리면 절에 다니지 않는 것만 못하게 됩니다.

절에 다니며 30년 공부를 한 분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포용력이 커지고 마음이 더 맑아져야 합니다. 누가 좀 잘못을 하더라도 ‘아이고, 젊었을 때 나도 저랬지’ 이렇게 포용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불교는 이론이 아니라 실천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한 구절이라도 배우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불교입니다.

제가 서울 봉은사에서 소임을 맡았을 때 봉은불교아카데미를 개설했습니다. 불교 공부를 20년, 30년 했는데도 왜 실천이 되지 않는가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것은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론만 가르치고 실천을 가르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봉은불교아카데미를 개설했습니다. 이 과정은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올라오는 대학원 과정으로 과목을 특화시켰습니다. 학인도 42명만 모집해 한조에 7명씩 조별 활동을 하게 했습니다. 강의도 기아대책의 활동과 모금방법, 신도조직 편성 및 관리, 사회봉사와 불교적 원리 등을 교과과정에 넣고 전문가들을 초청했습니다.

‘기아대책’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1980년 사단법인으로 창립된 기독교계 국제구호단체입니다. 이 단체가 조직될 때 예산이 26억원 가량 됐습니다. 지난해 결산이 1280억원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습니다. 월드비전 등은 한국에 지부가 있는 외국단체이지만 이 ‘기아대책’은 한국에서 만든 기독교계 국제구호단체입니다.

봉은불교아카데미에 강의를 하러 오신 분은 ‘요셉’이라는 기독교 신자입니다. 대기업에 다니다가 기아대책의 활동에 감동해 엄청난 연봉을 포기하고 기아대책 홍보부장을 맡았습니다. 이분이 일 년에 17억원을 모금합니다. 이처럼 모금을 해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기독교가 번성하고 있는 것은 이런 좋은 일을 하고 있는 단체, 활동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지금 기독교를 유지하는 힘입니다.

그리고 청운교회 견학도 봉은불교아카데미 프로그램에 넣었습니다. 청운교회는 서울 역삼동에 있는 교회입니다. 지하 4층, 지상 7층으로 건물 면적은 700평입니다. 보통 교회는 1층에 대예배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청운교회는 대예배장을 2층과 3층에 두었습니다. 1층은 커피숍입니다. 지역 주민을 위해 싼값에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교회 사무실도 아래층에 있습니다. 2층과 3층 대예배장은 1700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전면에 있어야할 십자가가 없습니다. 평상시에는 무대이고 예배를 볼 때만 십자가가 나타납니다. 무대 조명장치에만 17억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공간을 지역민을 위한 공연을 열거나 오락공연장으로 대여를 해줍니다.

불교는 절 안에서만 머물러 있는데 교회는 발 빠르게 앞서가고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시고 45년 동안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길 위에서 돌아다니지 않으셨다면 오늘날 불교는 없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누가 문제가 있다고 하면 직접 가셔서 이야기 하고, 깨우쳐주곤 하셨습니다. 한곳에만 머물렀던 것이 아니라 현장에 계셨던 것입니다.

고민이 있어 절에 오신 분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는 것이 성불한 사람의 행위입니다. 가까운 이들을 돌아보고 선행을 베풀 때 더 바랄 것 없는 행복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 말씀을 들었다면 작은 것부터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실천해 보세요.

■ 진화스님은 …

 

진화스님은 보성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82년과 1985년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계와 비구계를 각각 수지했다.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조계총림 송광사 선원 등에서 정진했다. 광주 증심사 주지, 서울 봉은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3년 12월부터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단장 소임을 맡고 있다.

[불교신문3141호/2015년9월30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