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간 중국을 지배했던 청나라 만주족이 자신들의 언어로 번역한 불교경전인 ‘만문대장경’을 연구한 첫 논문이 발표됐다. 박서연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불교학연구회가 지난 19일 동국대에서 연 가을논문발표회에서 ‘한역(漢譯) <대방광불화엄경입법계품>과 만문(滿文) <화엄경속입법계품>의 비교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박 교수는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서 만문대장경이나 몽골대장경에 대한 장기프로젝트를 기획해 연구를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만문대장경은 청대 불교 뿐 아니라 청대사, 미술사, 언어학 등 인접 학문 분야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청대 편찬된 만문대장경에 대한 국내 연구는 상당히 미진한 편이다. 논문에 따르면 이 대장경은 청나라 건륭제(1711~1799) 때 편찬됐다. 당시 건륭제는 불교경전이 티베트어·몽고어·한족 언어로 번역됐지만 자신의 언어로 된 불경이 없다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신의 백성에게 만주어로 된 경을 보급하겠다는 원력을 세웠고, 통치 후반기에 해당하는 1773년에 번역에 나서게 된다. 이 거대한 불사는 총 18년간 진행됐다. 쨩꺄 쿠툭투(1717~1786)라는 티베트 스님 주도로 건륭제 아들들과 전문적인 언어학자, 문헌학자 및 불교경전 번역가들이 참여했다. 만문대장경은 고려대장경처럼 목판으로 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전해지는데, 1794년 12질이 붉은색 잉크로 인쇄돼 배포됐다.

이 대장경은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텍스트를 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학원 재학 당시 만주어로 적힌 <화엄경>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박 교수는 몇 년 전 대만 법고불교대학에서 이 대장경 일부를 디지털화 해 온라인상에 공개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논문은 박 교수가 만주어로 된 <화엄경속입법계품>을 다운받아 한글로 번역, 그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논문을 통해 고려대장경 등 다른 한역대장경과는 다른 점도 발견됐다. 경의 처음과 마지막에 아름답게 채색된 불보살의 상(像)<사진>이 그려져 있어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이는 번역 사업을 총괄했던 티베트 스님의 영향인 것으로 추정했다. 박 교수는 “만문대장경은 범어를 비롯해 한어, 티베트어, 몽고어 등으로 번역된 불교경전과 상호 연관성을 가진다”며 “만주어는 한글과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경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불교신문3141호/2015년9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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