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냉장고 문 열고나서
왜 열었는지 깜박 했나요?

 

젊은 세대도 ‘디지털 치매’

수면의 질과 시간관리 중요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예전 같지 않게 점점 흐려지는 기억력을 두고 늙어가는 과정이라며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리고는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기억력이 생생하여 사소하게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따지면서 사는 것도 인생을 피곤하게 만드는 주범이 될 수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그러나 건망증과 치매는 확연히 다르다. 요즘 들어 젊은 세대에서도 건망증을 보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를 가까이 다루고 있는 데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디지털 치매’라는 것이다. 이 증상은 극도로 신경을 많이 쓴 이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억장애는 출산 이후나 교통사고 후유증, 극심하고 지속적인 스트레스, 우울증 등으로 인하여 증상이 악화되는데, 주차한 곳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방금 한 행동을 곧잘 잊어버려서 생활하는데 지장을 초래한다. 심한 경우에는 냉장고 문을 열면서 자신이 왜 열었는지를 모르는 사람도 있다.

치매는 건망증뿐만 아니라 현격한 인격장애를 동반한다. 이유없이 화를 잘 내거나, 최근의 일은 잘 잊어버리면서, 옛날 일은 잘 기억해 낸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자신에 대해 회의를 느끼거나 자신감이 결여되어 우울증이나 심한 신경쇠약에 빠질 수 있다. 증상이 심하면 요리하는 음식맛이 갑자기 달라지거나, 자기 집을 찾지 못하는 일도 발생한다.

건망증이나 치매는 모두 조기치료가 필요하다. 치매는 우울증이나 불면증, 화병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잠이 안온다거나, 우울하면서 기억력이 저하되는 경우는 각별히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한다. 최근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뇌의 노폐물이 제거되기 때문에 더욱이 수면의 질이나 잠자는 시간관리가 아주 중요하다. 화병 증상은 가족이나 타인에 대한 적개심이나 울화로 항시 풀어지지 않고 응어리져서 불면을 이루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경우에는 대개 뇌의 기능을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기억력 저하 증상으로 내원하시는 환자분들 중에는 시골에서 혼자 계시면서 라면이나 영양가 낮은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우고, 외로움이 더해져서 치매까지 앓고 악화되어 오시는 분들이 많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혹시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지낸다면, 부모님께 자주 안부 전화를 드리며 식사는 어찌 하시는지 한번쯤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불교신문3140호/2015년9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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