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월암 90세 노비구니 수연스님 “목격했다” 증언

1940년대 간월암서 원담스님과 만공스님 시봉

“만공 큰스님께서 만해스님에게 여러 차례 독립자금을 전달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벌렁거려 한 동안 진정을 할 수 없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근세 한국불교의 선을 중흥시키고 민족정신을 지킨 만공스님의 항일정신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덕숭총림 수덕사(주지 정묵스님)와 경허․만공선양회(회장 옹산스님)는 지난 9월20일 수덕사 황하정루에서 일제 강점기 만공선사의 위상을 주제로 제7회 만공대선사 학술대회를 개최됐다.

학술대회에서는 만공스님이 독립자금을 전달했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 간월암에서 만공스님을 시봉한 견성암의 노비구니 수연스님(90세)이다. 수연스님은 만공스님이 1942년부터 간월암에서 민족해방과 자주독립을 염원하며 바깥출입을 삼가하고 지극정성으로 천일기도를 드릴 때 덕숭총림 제3대 방장을 역임한 원담스님과 함께 시봉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원담스님이 수연스님에게 “우리 노스님이 실제 숨어있는 독립운동가야. 노스님이 한양에 가실 때 내가 모시고 다녔잖아. 총독부 회의에 참석했던 날도 그랬고, 선학원 고승 대회에 참석했을 때도 그랬는데, 밤에는 삼청공원에 있던 은밀한 장소로 가서 만해스님을 만났다. 두 분이 나눈 말을 자세히 들을 수는 없었지만 우리 스님이 만해스님에게 독립자금이 든 봉투를 건네는 것은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이런 말 누구한테 하면 절대 안돼”라고 조심스럽게 하는 말을 들었다고 자료를 통해 증언했다.

수연스님은 또 “만공스님께서 일본 순사들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을 골라 천일기도를 입재 하셨고, 그 것이 대외적으로는 평화 기원을 표방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독립을 기원하는 기도였다”며 “법문을 하실 때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우리 절 근처에 많다는 것을 상기 시키면서 우리 고장의 자랑인 유관순 열사나 윤봉길 의사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도 학술대회에 앞선 법어에서 “만공스님은 의친왕을 비롯해 지역의 독립투사였던 김좌진 장군과 만해스님 등과도 깊은 교류를 하면서 독립을 위해 애국애족 정신으로 살았던 선사”라며 만해스님의 상좌인 춘성스님에게 들은 일화를 소개했다. “춘성스님에게 만공스님이 만해스님에게 독립자금을 비밀리에 전달했다는 것을 들었다”며 수연스님과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또 설정스님은 “만공스님과 자주 만나면서 정을 나누었던 의친왕이 스님의 애국애족의 정신에 감동해 공민왕 때부터 왕실에서 전해 내려오던 거문고를 하사하여 현재 수덕사 근역성보관에 전시되어 있다”며 “왕실 재산이 밖으로 나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로 그 부분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고종의 손자이며 의친왕의 아들인 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가 특별 발제자로 나서 ‘만공스님과 의왕의 항일독립투쟁’에 대해 발표했다. 이석 총재는 “3.1운동이 끝나고 손병희 선생이 서대문형무소에 갇혔다가 비참하게 작고하면서 의친왕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항일전쟁의 새로운 대안은 바로 만공스님 이었다”며 “수덕사가 그 다음의 대표적인 국내 항일전쟁 비밀기지로 급부상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2차 3.1운동을 기획할 거대한 꿈을 갖고 자주 만난 만공스님과 아버님은 수덕사에서 웅지를 키웠고 다양한 비밀 활동을 은밀하고 활발하게 전개했다”며 “만공스님과 수덕사에서 적지 않은 독립자금을 전단했는데 일본 순사에게 발각되면서 아버님은 서울로 강제 압송되어 자택연금 되고 만공스님은 낙담과 한탄 속에 수덕사에서 정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이은윤 전 중앙일보 대기자가 ‘만공선사의 선지와 가풍’에 대한 기조발제와 김광식 동국대 교수가 ‘만공선사와 총독부에서의 선기발로 사건’과 이재헌 금강삼종대 교수가 ‘만공의 항일 독립 운동’에 대해 발제를 했다. 또 불교신문 사장 주경스님과 고영섭 동국대 교수, 김방용 충남대 교수, 홍현지 철학박사가 토론자로 나섰다.

발제자들은 한결같이 만공스님이 독립유공자로서의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만공스님의 독립정신을 더욱더 널리 선양하기 위해 국정교과서에 수록해야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학술대회를 준비한 경허․만공선양회장 옹산스님은 “광복 70주년을 기해서 만공대선사의 항일행적이 숨겨졌던 것을 새로 발굴된 것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이번 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며 “그동안 숨겨지고 가려졌던 선사의 위대함을 공론화하여 독립 유공자로 선정되어 민족자존의 표상이 되기를 간절히 발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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