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차 한중일불교대회

3국 스님 세계평화 염원

실천행 담은 선언문 채택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일중한국제불교교류협의회, 중국불교협회가 주최한 제18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 일본대회에 참석한 불교도 300여 명이 지난 15일 원폭 피해의 아픔을 극복하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법회를 봉행했다. 사진 왼쪽은 히로시마 평화도시 기념비, 원폭공양탑 헌화, 참배를 위해 이동 중인 참가자들.

원폭 피해의 아픔을 극복하고 평화롭고 조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기원하는 3국 불교도들의 기도와 발원이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울려 퍼졌다. 또 한중일 불교계가 함께 현대와 미래사회를 위한 불교의 역할을 실천해 나갈 것을 다짐하는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자승스님, 조계종 총무원장)와 일중한국제불교교류협의회, 중국불교협회가 주최한 제18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 일본대회에 참석한 불교도 300여 명은 지난 15일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국제회의장에서 세계평화기원법회를 봉행했다. 법회는 원폭의 아픔을 치유하고 인류의 공존과 번영을 기원하는 히로시마 평화도시 기념비(원폭 사망자 위령비) 참배와 헌화로 막이 올랐다.

종단협 회장 자승스님, 일중한국제불교교류협의회장 이토 유이신스님, 중국불교협회 부회장 밍셩스님을 비롯해 참가자 300여 명은 기념비 참배를 위해 경건한 마음으로 평화행진을 시작했다. 대표단이 기념비에 헌화한 뒤, 공원 내 원폭공양탑으로 자리를 옮겨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삼국 불교도들의 독경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질수록 분위기는 엄숙해졌다. 참가자들은 지난 14일 한국불교 방문단이 자체적으로 위령제를 봉행했던 한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고 원폭으로 희생된 한국인들을 추모했다.

평화행진을 마친 한중일 불교도들은 국제회의장으로 이동해 세계평화기원법회를 봉행했다. 한중일 불교계가 황금유대를 확인하고 세계평화를 기원한 법회는 일본, 중국, 한국의 순으로 3국 전통 불교의식으로 진행됐다.

종단협 회장 자승스님은 세계평화기원문을 통해 “히로시마의 비극은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탐진치 삼독이 중생들의 삶을 얼마나 파괴하고 있는지 우리는 절실히 살펴보아야 한다”며 “최근 동북아시아 3국은 군사력 증강 등 힘의 논리를 확장하고 있고 올바른 과거사를 외면하는 행위는 평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중일 불교 지도자들은 대화와 설득, 양보와 화합이라는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해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평화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정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념비를 참배하는 3국 대표단 모습.

이에 앞서 일중한 국제불교교류협의회장 이토 유이신스님은 “히로시마에서 위령비와 공양탑 참배, 세계평화기원법회를 거행하게 된 것은 삼국불교 우호교류회의 역사뿐만 아니라 히로시마 시민에게 있어서도 잊을 수 없는 법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으며, 중국불교협회 부회장 쥬에싱(覺醒)스님도 “오늘 삼국 불교계가 봉행하는 세계평화 기도법회는 삼국 불자들이 평화를 기원하고 대자비심과 대원력이 응집된 법회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남다르다. 불타의 지혜와 자비를 운용하여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데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한중일 삼국 불교계는 △불교도로서 다시금 기도를 소중히 생각할 것 △중생 포교에 대한 자세 재점검할 것 △다른 종교와의 대화 적극 실천할 것 등을 골자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앞으로 더욱 불연의 은혜를 받은 우리는 중생의 모범이 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실천에 힘써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종단협 사무총장 월도스님, 일중한 국제불교교류협의회 이사장 타케카쿠초스님, 중국불교협회 부회장 밍셩스님이 이번 대회 공동선언문 발표와 차기 대회 개최에 대한 내용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제19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는 2016년 중국 북경에서 열릴 예정이며, 내년 4월 개최 예정인 예비회의를 통해 대회 기간과 장소, 주제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팔정도 실천이 전쟁 막는 지름길” 

종단협 부회장 홍파스님, 국제학술강연회서 강조

 

‘원점회귀 - 마음의 평화구축을 바라며’를 주제로 열린 제18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 국제학술강연회에서 한중일 삼국 스님들은 유대를 강화하고 교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마음을 모았다. 이와 함께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손을 맞잡고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특히 이날 학술강연회에서 종단협 부회장 홍파스님(관음종 총무원장, 사진)은 전쟁의 원인을 탐진치 삼독심에 있다고 분석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팔정도의 실천을 강조했다. 홍파스님은 “전쟁의 원인은 탐욕이며, 탐욕이 선한 것으로 위장되고 필요한 것으로 포장될 때 공멸을 가져온다. 탐진치로 인한 전쟁은 우리들 공업의 결과”라며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인 팔정도의 실천이야말로 탐욕으로 인한 전쟁을 막고 평화를 구축하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또 홍파스님은 “전쟁으로 커다란 희생을 가져온 이곳 히로시마가 역설적이게도 평화의 상징이 됐다. 아픈 역사를 통해 평화를 세계를 공고히 하는 초석이 돼야 한다”며 “팔정도의 실천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삼국 우호 교류가 더욱 발전하여 세계평화와 전쟁없는 인류행복을 위해 더 큰 원력을 쌓아가자”고 당부했다.

일본과 중국 불교계 역시 3국의 조화와 이해를 바탕으로 교류를 강화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일중한 국제불교교류협의회 이사 나카가와 고오도오스님는 “같은 불교도 민족, 역사, 문화, 습관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인 모습을 아는 것이 교류의 원점이 된다”며 “지속성을 가진 교류를 이어가는 것으로 인식과 이해는 보다 깊은 것이 된다. 이러한 교류가 아시아 그리고 세계 모든 종교 간에서 실천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불교협회 부회장 후슈에펑(胡雪峰)스님은 “우리는 자비의 사랑으로 마음의 평화를 열고 생명의 내면과 외면을 하나로 융합시켜 일체의 불평등을 없애고 나아가 서로의 차별과 분별심을 없애버림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실현하여야 한다”며 “화이부동 구동존이(和而不同 求同存異)는 우리 삼국유대 회의의 주요 정신이다. 우리는 더 나아가 불교의 평화정신, 삼국의 하이부동의 조화이념으로 세계와 함께 원점으로 회귀해 평화의 마음과 세계를 구축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핵이 없는 평화로운 세계가 오길 기원”

요시다 후미에 씨, 원폭 피해 증언 눈길

 

제18차 한중일불교우호교류대회에서는 세계평화 기념법회에 이어 요시다 후미에(86세, 사진)씨의 원폭 피해 증언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1945년 8월6일 일본 히로시마 원폭 당시 16세였던 요시다 후미에 씨는 원자폭탄 투하로 인해 가족을 잃었던 슬픔과 원폭 피해 당시 상황에 대해 담담하게 증언하며 전쟁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계를 기원했다.

요시다 후미에 씨는 “8월6일 공장에서 일을 하던 도중 돌연 번쩍하고 강한 빛이 눈으로 들어왔다. 커다란 소리가 나서 그대로 방공호로 뛰어들었다”며 “밖으로 나와 보니 시가지는 새까만 연기로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불길은 마을까지 타고 있었다”고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또 요시다 후미에 씨는 “아버지와 언니, 여동생 모두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면서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어머니와 나 두 사람만이 여기에 남겨졌다”며 아버지, 여동생, 언니 등 원폭으로 실종된 가족들을 찾아 돌아다녔던 경험과 그들의 죽음을 확인했던 슬픔을 토로했다.

이어 요시다 후미에 씨는 “원폭의 기억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지만 누군가에게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10년 전부터 피폭 체험을 증언하게 됐다. 두 번 다시 나와 같은 슬픈 경험을 하는 사람이 없도록 분쟁이 없는, 핵이 없는 평화로운 세계가 올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불교신문3139호/2015년9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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