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인곡당 법장대종사 열반 10주기에 부쳐

법장대종사의 생전 모습.

푸른 하늘엔 큰 기러기 찬 울음소리로 가득합니다. 큰 기러기는 한 번의 날갯짓에 천리를 날아갈 수 있을 만큼 뛰어나고 조화로운 능력을 가진 새입니다. 법장 큰스님을 생각하면 큰 기러기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입적하신지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총무원장 재임시절 가까이에서 불교의 대사회적인 역할의 소임을 맡으면서 큰스님을 모셨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따뜻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불자들을 대상으로 하셨던 “고통 모으는 요술 바랑 법문”이 지금도 귀에 쟁쟁합니다. “나에게 바랑이 하나 있는데, 입도 없고 밑도 없다. 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고 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는다.” 종무행정의 분주함 속에서도 청하는 곳마다 두루두루 나투시며 전해주신 이 법문은 자비실천행자의 길을 걸어온 큰스님의 행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교발전의 소신과 열정을 다해 총무원장 직무를 수행하시다 떠나신지 10년이 되는 지금, 조계종단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큰스님께서는 불교 발전의 분명한 비전과 실천력을 잘 갖추셨기에 도약과 발전의 큰 기틀과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는데 불현듯 떠나시게 되어 너무 아쉽고 애석함을 금할 수 없다고 탄식합니다.

큰스님께서는 시대변화를 정확히 읽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셨습니다. 종단 내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불교의 인재 양성이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습니다. 일원화된 행자교육원과 통합 교육을 위한 승가교육개혁 추진계획을 심도있게 수립하여 실천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종단개혁과 정화는 교육과 수행을 통한 본질적 처방을 통해서 대수술을 단행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셨습니다. 한국불교의 선맥(禪脈)을 계승하고 간화선 수행을 적극 장려하여 선불교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도록 적극 지원하셨습니다. 인재 양성에 주력하시면서도 이미 양성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발탁하였습니다. 최초의 비구니 스님을 사회부장으로 발탁했음은 물론 부장단을 석·박사 출신의 엘리트 스님들로 구성함으로써 종단의 현대화와 대사회적 역할을 극대화하려 하셨습니다.

승려복지와 포교의 현대화, 종단과 불교시민단체와 원활한 소통과 협력, 대정부 활동과 남북통일, 생태와 환경, 국제포교와 한국불교의 국제적 위상 확립 등 광범위한 활동으로 큰스님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한국불교 미주포교 40주년을 맞아 국제특보 자격으로 큰스님을 모시고 미국 방문을 한 것이 기억납니다. 하버드대학교의 세계종교연구센터에 들러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종단의 계획과 한국불교에 대한 학문적 연구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요청하며 장학금 지원할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더욱 인상 깊이 마음에 새겨진 일은 통일을 위한 6자회담이 답보 상태에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시며 백악관의 북핵문제 핵심 관계자와 만나 긴밀한 대화를 나누었던 것입니다.

큰스님은 한국의 종교지도자로서 한반도 평화정착과 세계평화의 구현에 관한 분명한 소신을 밝혔습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 평화적 해법을 모색해야 하며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비실천의 입장을 가져야만 동북아의 안정과 세계평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마침내 교착 상태에 있었던 6자회담이 성사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외에도 이라크 자이툰 부대 방문, 생명나눔실천본부를 설립하여 장기기증 등 생명운동을 적극 실천하였고 입적 후 시신을 기증하므로써 불교인들의 장기 기증에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법장 큰스님! 열반 10주기를 맞이하여 <금강경 오가해>의 야보시로 큰스님의 속환 사바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산 집 고요한 밤, 묵묵히 앉았으니(山堂靜夜坐無言), 적막하고 고요함이 본래 이대로(寂寂寥寥本自然), 무슨 일로 서풍은 잠든 숲 흔들어 깨우는가(何事西風動林野), 찬 기러기 외마디 울음 장천에 울려 퍼지네(一聲寒雁淚長天).” 

미산 분향 

[불교신문3138호/2015년9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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