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과 자비, 기쁨의 ‘새로운 연대’

공동체 만든 가톨릭 로제 수사

탄신 100주년 축제 함께 열려

종교화합과 화해·상생의 무대

 

지난 8월16일 프랑스 브루고뉴 지방에 위치한 작은 농촌 마을인 떼제에 8000여명이 넘는 인파가 세계 각지에서 모였다. 다름 아니라 이 마을의 이름을 따서 만든 떼제공동체의 창설 75주년이자, 공동체를 창설한 로제(1915~2005) 수사님의 탄신 100주년의 해를 기념하고, 창설자의 선종 10주년을 맞이하여 큰 행사가 열린 것이다. 그간 떼제공동체 수사들과 맺어온 우정으로 이 뜻 깊은 행사에 초대되어 다녀온 감회를 이 글을 통하여 우리 불자님들과 나누고자 한다.

떼제공동체는 유럽이 세계대전의 몸살을 앓고 있던 1940년, 당시 25세의 나이였던 로제 수사님이 전쟁 난민들을 돕고자 본국인 스위스를 떠나 프랑스의 시골마을인 떼제에 정착한 것이 시발이 됐다. 오늘날 유럽 최대의 범그리스도교 공동체로 성장하기까지 그리스도인들 간의 화합과 화해 조성에 앞장서왔다. 또한 젊은이들이 교회를 등지고 있는 유럽의 일반적인 현실과는 달리 떼제에서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기도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연중 볼 수 있다.

창설 75주년을 맞아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는데, 이 중에서도 8월9일부터 16일까지 ‘새로운 연대’라는 주제 하에 1주일간 국제모임이 개최되어 향후 3년간의 비전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 행사의 마지막날인 16일에는 세계 각지에서 초대된 종교 지도자들이 합류하여, 국제모임을 마무리하고 공동체 창설자 로제 수사의 정신을 기리는 예식을 가졌다. 이 행사에는 코치 추기경을 비롯해 동방 정교회와 개신교 등 그리스도교의 여러 종파의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런 뜻깊은 자리에 세계 불교계로서는 유일하게 조계종이 초대된 것은 조계종과 떼제공동체의 특별한 인연으로 말미암는데, 떼제공동체의 현 대표자인 알로이스 원장 수사가 2008년 해인사를 방문한 데 이어, 2011년에는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방불시 떼제공동체를 방문하여 교류를 다져온 것이다.

오전 행사는 떼제공동체의 중앙에 위치한 ‘화해의 교회’에서 8시15분 미사 의식으로 시작돼, 12시 평화를 위한 묵상 기도로 마무리됐다. 점심 식사 후에는 야외로 자리를 옮겨 축사 낭독과 공연이 마련됐다. 로마 바티칸 교황님 등 여러 종교 단체 대표자들의 축사 낭독이 예정된 이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린 것은 다름이 아니라 알로이스 원장 수사의 육성으로 소개된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축사였다. “종교가 지녀야 하는 본연의 모습을 이어가며 종교간 화합과 평화, 서로에 대한 존중의 정신을 꿈꾸신 로제 수사님의 숭고한 정신이 떼제공동체에 더욱 향기롭게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자승스님의 축사 마무리 구절을 낭독한 후, 알로이스 수사는 대중들 앞에서 조계종단에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인사를 잊지 않으셨다.

축사 낭독이 끝난 후 ‘새로운 연대’를 위한 낭독문 선언이 마련되었는데, 이 선언에서 알로이스 수사는 대중들에게 떼제공동체의 창설자가 강조한 그리스도교의 주요 덕목인 단순함과 기쁨, 자비를 강조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하였다. 끝으로 이 날 행사는 참석 대중들이 떼제 노래로 화답하는 기도와 묵상 시간으로 마무리되었다. 떼제공동체 창설 75주년 행사를 다녀와서, 진정한 종교의 가르침은 과연 말을 초월한 행의 경지에 머무르는 것임을 재차 확인하게 되었고, 단순과 기쁨과 자비라는 ‘새로운 연대’를 위한 키워드가 큰 여운으로 남는다.

[불교신문3134호/2015년9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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