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천 수도암 하안거 해제 현장

“막 비구계 받은 스님부터

법납 40년 훌쩍 넘긴

구참 수좌 스님까지

 

서로 밀고 끌어준 덕에

어느 때보다 분위기 좋아”

선원에서 만남과 이별은 일상이다. 해제가 가까워오자 스님들은 그간 머문 곳을 정리했다. 그간 사용하던 이불과 좌복을 빨아 너는 수좌 스님의 모습.

 

하안거 해제가 성큼 다가왔다. 여름내 굳게 닫혔던 전국 선원의 산문이 일제히 열리고, 지난 3개월간 치열하게 정진했을 수좌들은 만행에 오른다. 해제를 앞둔 지난 8월24일 김천 수도암 수도선원을 찾아갔다. 기차에서 내려 자동차로 1시간이나 간 끝에 도착한 수도암의 공기는 청량했다. 해발 1000m, 수도계곡 깊은 곳에 위치한 까닭에 여름 무더위도 이곳에서만큼은 위력을 떨치지 못했다. 열대야로 전국이 몸살을 앓을 때 수도암에선 최고 온도가 28~29℃에 머물렀다. 아랫마을 수도리와도 한 달 이상 계절차를 안다고 하니, 여름철 수행도량으로 최고의 조건을 갖춘 곳이 아닐 수 없다.

수도암은 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도량이다. 이곳을 발견한 도선국사는 “만대의 수도인이 나올 것”이라며 기뻐 춤을 췄다고 전해진다. 실제 근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스님들이 수도암서 정진했다. 경허스님과 한암, 효봉, 구산스님이 공부했고, 우룡스님과 조계종 종정을 지낸 법전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기도 했다. 2010년부터는 법전스님의 상좌인 원인스님이 선원장 소임을 맡아 정진하고 있다.

이번 하안거에는 17명의 스님이 수도암에 방부를 들였다. 선원장 원인스님은 “여름에도 크게 덥지 않아 쾌적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며 “이제 막 비구계를 받은 스님부터 법납 40년을 훌쩍 넘긴 구참 수좌 스님까지 서로 밀고 끌어준 덕에 어느 때보다 정진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수좌 스님들은 하루 8시간 대중방에서 정진한다.

기본 정진 시간 외에 대중방은 24시간 개방돼 있어, 한 사람이라도 정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인 1실인 덕분에 스님들은 처소에서도 자유롭게 정진할 수 있었다. 선원장 스님은 수좌들이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최근 큰 골칫거리로 자리 잡은 공양금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 올 동안거부터는 새로운 제도도 도입한다. 사중에서 소정의 해제비를 부담하면서, 선원에 방부를 들인 스님들 개개인에 대한 부담을 없앤 것이다. 원인스님은 “소임 없이 평생 공부만한 수좌들이 공양금 걱정에 마음 편하게 공부만 할 수 없는 게 요즘 현실이고 저 역시 선방에 다니며 느꼈던 고충이었다”고 토로하며 “사중의 희생과 부담이 크지만 수도선원에서는 그런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암에서 수좌 스님들은 참선 외에도 매월 셋째 토요일에는 선원장 스님의 <금강경> 강의를 들었다. 수도암 봉황루에서 지난 2014년 10월부터 <금강경> 강설을 시작한 선원장 스님은 지난 8월16일까지 11번의 법석을 열었다. 결제철에는 수좌 스님들도 함께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선원장 스님은 “불교수행은 계정혜 삼학을 함께 닦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수행하다보면 마장, 장애를 만나게 되는데 부처님과 조사 스님의 가르침에 의지하지 않으면 대처하기 어렵다”며 수좌 임에도 교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1주일 용맹정진 끝에 화두를 타파할 수 있는 대근기가 아니라면 교학을 공부해야 한다”며 “부처님 사상에 근간을 둔 견해를 갖고 정진하며 일취월장 할 수밖에 없고, 현실과 시대를 보는 눈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재가자들도 마찬가지다. 경전의 가르침을 바르게 배우면 대승보살심이 발휘되고, 무상(無常)과 무(無)의 정신에 입각해 깊이 있게 수행할 수 있다고 스님은 말했다.

스님은 또 해제 후 산문을 나서더라도 공부는 계속 돼야 한다고 했다. 결제기간에는 대중이 함께 공부하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게 없지만, 비교적 자율적인 해제는 자칫하면 흐트러지기 쉽다. 수행자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야 하는 시간, 스님은 “해제야 말로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해제 때 흐트러지지 않고 내실을 잘 다진 수좌가 결제 때 가장 잘 사는 수행자가 된다”며 결제와 해제에 걸림 없이 정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수도암은 산철에도 법석을 열어 출재가자들의 탁마를 돕는다. 오는 3일부터 6일까지 3박4일간 원순스님이 <진심직설> <신심명>을 강의하는데, 산철결제에 든 수좌 스님들은 물론 재가자들을 위한 자리다. 또 선원장 스님이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마다 했던 <금강경> 강연에 이어 원순스님이 대중강좌를 준비하고 있다.

[불교신문3133호/2015년9월2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