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선지사, 공장소음과 분진 피해

여수 향일암, 군부대 생활관 ‘곤혹’

경기 수도사, 고압 송전선 고통까지

여수 향일암에서 바라본 거북머리 정수리 부근에 들어설 군부대 생활관(점선). 지난해부터 신축을 시작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6개월 째 정지된 상태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지난 8월28일 강원도와 양양군이 신청한 ‘설악산국립공원 오색 케이블카 설치 공원 계획 변경안’을 승인했다. 이로써 양양군은 내년부터 오색리와 산 끝청봉을 운행하는 총 3.5㎞의 케이블카 조성공사에 들어가게 됐다.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등으로 보호받던 설악산에 정부가 케이블카 설치를 승인하면서 영남 알프스 신불산 케이블카를 비롯해 전국 도처에서 국립공원 케이블카 추진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법응스님은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으로 인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 등이 더욱 탄력을 받기 시작할 것이며 그 후유증은 결국 국민이 겪게 될 것”이라며 “한번 시작된 자연 환경 파괴는 말할 것도 없고 기본적으로 국립공원 내 위치해 있는 전통사찰의 특성 상, 수행 환경 침해를 비롯해 깊은 산사를 오가는 신도들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상황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잇따라 규제 빗장을 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김해시는 지난해 전통사찰 선지사에서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나무 팔레트 제조 공장 설립 허가를 냈다. 통일신라시대 때 창건된 선지사는 전통사찰로서 경남도지정문화재 제533호인 목조아미타불여래좌상이 보관돼 있는 곳이다. 그러나 김해시는 사전에 선지사 측 의견을 묻지 않은데다 문화재 보존 사찰에 대한 사전 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이 설립된 후 선지사는 공장에서 나오는 소음과 분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선지사 주지 원천스님은 “그동안 시 측에 지속적으로 민원 제기를 해왔지만 환경오염 유발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업종에 대해서는 법적 규제를 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역사회와 협력해야 할 일이 많은데다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악화시킬 수만은 없어 소음이 심해도 참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위치한 관음기도도량 여수 향일암도 수행 환경 침해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향일암 거북머리에 군부대 생활관 신축 공사를 시작했다. 거북머리 정수리에 해당하는 부근에 생활관 신축이 강행되면서 향일암과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군부대 생활관이 들어서게 되면 향일암을 둘러싼 천혜의 자연경관이 훼손되는 데다 수행환경 침해까지 이어질 수 있어 지역 반발로 현재 신축 공사는 6개월 째 정지된 상태다. 지난 1일 향일암 주지 우석스님을 비롯해 시민단체회원들로 구성된 ‘향일암 군부대 건설 반대 시민대책위원회’는 31사단을 방문해 신축 반대를 주장하며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압송전선이 지나가는 경기도 광주 수도사.

정부 국책 사업이 사찰과 충분한 협의없이 진행될 경우 이를 막을만한 법적 규제가 없는 것이 더 문제다. 수행과 신도 생활에 고통을 받고 있는 스님과 불자들이 명백히 존재하지만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 광주 수도사는 대형 송전탑과 고압 송전선으로 인해 수년째 스님과 신도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으며 이상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수도사 일주문 인근에는 2016년 착공에 들어가는 이천~오산 민간투자사업 고속도로 건설까지 예정돼 있어 이로 인한 2차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사의 지속적인 민원 제기로 한국전력공사가 최근 직접 수도사를 방문해 현장 검증을 실시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기준치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에 그쳤다. 수도사 주지 청호스님은 “한전 측과도 여러 번 공문을 주고 받으며 해결 방법을 찾고 있지만 한전 측은 측정된 수치가 전기설비기술기준 상 노출허용한계치 보다 낮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병인 조계종 환경위원회 부위원장(부산대 교수)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해 지역발전을 공약으로 내건 정책들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며 “개발을 고집하는 정부와 수행 환경 침해를 염려하는 사찰들 사이에서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불교신문3134호/2015년9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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