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비구니 스님들 생활상 '한눈에'

석불사의 모태가 된 돌부처님 사진

일제강점기에 촬영된 것으로 여겨지는 서울 마포 석불사의 희귀사진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석불사 주지 경륜스님은 지난 1일 과거 석불사와 스님들의 모습을 찍은 10여 점의 사진을 본지에 보내왔다. 석불사 창건주의 딸인 천일스님(1912~1977)의 유품을 경륜스님이 보관해오다가, 최근 유병용 호남대 영상학부 교수가 디지털로 복원한 사진들이다. 마포 한강변에 위치한 석불사는 18세기 초엽에 세워진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도량이다.

가장 오래된 사진은 석불사의 모태가 된 돌부처님을 찍은 것이다. 전반적인 화질 상태와 뒤편에 보이는 옛 삼성각이 189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란 점에서, 구한말에서 20세기 초반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석불사는 이 돌부처님 위에 석불상을 세워 가람의 중심을 잡았다. 현재도 2010년 새로 모신 석불입상 연화좌대에 봉안돼 있다. 

이와 함께 해방 이전 천일스님이 제자들과 같이 찍은 사진도 독특하다. 대부분의 제자들이 승복 위에 속복을 겹쳐 입고 있다. 머리를 기른 인물들도 정식으로 출가하진 않았으나 가난한 집안 살림 탓에 절에 기거하던 소녀들이다. “승려의 도성출입금지령 해제가 얼마 되지 않았고 비구니 신분으로 서울 시내에서 삭발염의하고 다니기가 어려웠던 시절이라고 천일스님에게 들었다는 게 경륜스님의 설명이다.

천일스님과 당신이 거둔 아이들. 아이들은 현재도 생존해 있으며 80대 고령의 노인들이다.

당시 비구니 스님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만큼 사료적 가치가 적지 않다. 또한 1958년 석불사 사부대중이 렌즈에 담긴 석불입상 점안식과 1968년 대웅전 낙성식 기념사진 등이 눈에 띈다. 특히 대웅전 낙성식 사진엔 조계종 제2대 종정 청담스님을 비롯해 총무원장을 지낸 자운스님 영암스님 서운스님 석주스님, 비구니계 원로 천일스님과 인홍스님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고승이 대거 참석했음을 알 수 있다. 석불사가 종단 내에서 상당한 위상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해방 이전 천일스님(가운데)과 제자 및 어린 신도들의 모습

석불사는 조선시대 숙종 재위 시 환성스님이 세운 백운암이 기원이다. 이후 흥선대원군이 배불정책의 일환으로 절을 부수고 사대부들의 놀이터인 풍월정(風月亭)을 지으면서 쇠락했다. 이즈음 김해 김씨 무진거사가 풍월정 인근에서 돌부처님을 발견했다. 길지(吉地)임을 확신해 절을 짓고 석불암(石佛庵)이라 불렀다. 거사의 슬하엔 두 명의 딸이 있었고 자매의 법명은 각각 일광화 월광화였다일광화보살의 장녀이자 무진거사의 외손녀가 바로 천일스님이다.

석불사 주지 경륜스님은 근현대 한국불교의 실상과 석불사의 역사적 위상을 널리 알리고 싶어 사진을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희귀사진들은 석불사 내부에 마련된 자료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1958년 석불입상 점안식 기념촬영

1968년 법당 낙성식 모습. 앞줄 왼쪽부터 인홍 자운 서운 영암 청담 석주 천일스님.

현재의 석불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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