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데이빗 브레이저 불교심리학박사

 

1970년 선불교 심취하고

선의 심리치료적 힘 체험

영국 아미타 트러스트 설립

 

윤회에서 고통받는 중생구제…

불교가르침 정신적 변화 수반

집중 열정 앎의 힘 계발해야

믿음 수용통해 내적 평화 누려 

지난 2010년 첫 방한 이후 매년 한국을 방문해서 불교심리치료를 주제로 특강을 펼치고 있는 데이빗 브레이저 박사. 지난 12일 서울 법련사에서 만났다.

데이빗 브레이저(David Brazier) 박사는 인본주의 심리학과 심리치료를 불교와 접목시킨 대표적인 심리치료사다. 1970년경 처음 선불교를 접하면서 선(禪)이 가진 심리치료적인 힘을 경험했다는 그의 당시 체험담이다. 하루종일 수행을 하고 지도자와의 면담에서 “보고할 내용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자, 그 질문이 마치 “궁극적 진리에 대해 무엇인가 말할 수 있습니까?”라고 느껴졌고 급기야 “새들이 노래하고 있군요”라는 답이 튀어나왔다고 한다. 이날 체험을 계기로 브레이저는 근본적으로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후 초기경전과 아비담바에 대한 개인적인 연구와 티베트 불교, 선불교(일본 임제종), 정토불교 등 다양한 불교전통을 배우고 실천했다.

1981년 아미타 트러스트(Amida Trust)라는 단체를 설립했고, 현재까지 이 단체를 이끌고 있다. 1995년부터 이 단체의 프로그램은 불교정신에 근거한 신행과 다양한 사회참여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브레이저 박사는 지난 2010년 처음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자신의 불교심리치료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다. 그는 1995년 <선치료(Zen Therapy)>를 통해서 서양 심리치료와 초기불교, 선불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불교전통과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이후 그는 1997년 <느끼는 붓다>, 2001년 <새로운 불교>, 2005년 <사랑하는 사람은 편히 죽는다>, 2009년 <사랑과 그 실망> 등을 저술하면서 불교심리치료이론을 발전시켜왔다. 그는 ‘타인중심치료(Other-Centred Therapy)’라는 불교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입각한 불교심리치료의 이론과 실천체계를 정립시키기도 했다.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회장 김재성)는 지난 7~8월에 걸쳐 브레이저 박사를 초청, 여름워크숍을 개최했다. 국제선치료연구소(ITZI)에서 발행하는 자격증 과정으로 진행된 이번 워크숍에선 브레이저 박사가 직접 내담자와 상담자를 넘나들면서 수시로 질의응담을 나누면서 경계없이 자유롭게 진행됐다. 지난 12일 서울 법련사에서 열린 선치료지도자과정 코스3에서 만난 브레이저 박사는 간편한 복장과 가부좌를 익숙하게 틀고 앉아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강연 일부를 정리했다.

 

- 선불교와 심리치료는 어느 지점에서 접목되는가.

“선의 역사를 보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깨달음의 체험이 이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이것을 통해서 제자의 삶에 큰 변화가 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이 곧 심리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심리치료 또는 상담과 같은 맥락에 있다고 하겠다.”

 

- 불교적 가르침을 실천하는 수행과 연관성이 있는가.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뜻이 윤회의 바다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것인 만큼 부처님 가르침 자체가 사람들의 정신적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500년을 이어온 불교가 구시대 유물이 아니라 현대에서도 생명력을 갖고 그 역할을 충분하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 선불교를 통해 심리치료한다는 의미는.

“불교선사 지눌은 불교수행을 하는 사람은 범의 눈이 필요하지만, 소걸음으로 나아가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선치료에서 우리는 집중, 열정 그리고 앎의 힘을 계발한다. 이 앎은 내담자의 공안의 층들을 꿰뚫는 앎이다. 그리고 크나큰 돌봄과 인내를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그 인내는 내담자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드러낼 때까지 함께 어려움들을 견디어 내는 인내다. 선치료는 불교수련의 한 형태다. 선치료는 강한 집중, 인내, 활기, 앎, 용기, 겸손을 요구한다. 이러한 자질들은 내적인 평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내적인 평화는 결국 깊은 믿음과 수용의 기능이다.”

 

- 선을 통한 심리치료 과정에서 내담자와 치료자 상호간에 전제될 조건이 있다면.

“선치료는 심리치료와 상담에 대한 불교의 지혜와 연민의 적용이다. 불교는 공덕의 밭을 만드는 붓다의 작업과 관계있다. 이 공덕의 밭에서 믿음이 성장하고, 개인과 집단의 자유와 변형이 일어난다. 치료란 성숙과 해방의 관문인 삶의 도전(苦)을 따르는 심리적 영적 동반행위다. 내담자는 치료자를 찾아와서 도움과 상담을 구하면서 자신을 더 낮은 위치에 놓는다. 그러나 치료자는 내담자를 낮추지 않지만 내담자의 내면에서 인간조건의 또다른 완벽한 실례를 보기 위한 앎의 힘을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 불교심리치료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현대사회로 오면서 사회가 더욱 복잡해지고 복잡한 마음의 고통을 겪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는 여전히 현대에서 유의미한 생명력을 갖는다. 현대적인 맥락, 현대적인 세상에서도 여전히 자비가 가득찬 가슴으로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서양심리학 일색인 현실에서 불교심리학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선을 통한 심리치료의 미래를 밝다고 본다.”

[불교신문3132호/2015년8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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