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故 박 모 상경(동국대 철학과) 사고 관련 진상규명 촉구

동국대 학생들이 27일 오후2시 경찰청 정문 앞에서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고 관련 진상규명과 경찰청장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故 박 모 상경은 동국대 철학과 재학 중 의경으로 지원 입대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동국대 총학생회, 문과대 학생회, 일반대학원 학생회, 철학과 학생회 등은 ‘왜 아무도 이 억울한 죽음을 책임지지 않는가’라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비통함을 말하기 이전에 이 죽음을 축소하려는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20년 넘게 경찰로 근무한 자가 권총소지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당국이 살인범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라는 이름으로 제식구 챙기는 식의 수사를 진행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또 유가족 앞에 사과 한마디 없는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학생들은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은 은평경찰서장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꼬리자르기식의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며 “사고가 발생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모든 책임은 당연히 경찰청장에게 있다. 사건에 대한 인권단체와의 합동 진상조사와 더불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학생들은 30일 오후5시 청계광장에서 박세원 상경을 추모하고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기 자 회 견 문>

왜 아무도 이 억울한 죽음을 책임지지 않는가.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고, 박세원 상경의 죽음 앞에 강신명 경찰청장은 사과하라!

무슨 말로 시작해야하나.
우리 아들, 우리 오빠, 우리 친구, 우리 동기, 우리 후배, 우리 선배였던 세원이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8월 25일 오후 의무경찰 복무 중 어이없는 사건으로 예고 없이 떠났다. 자신을 빼놓고 간식을 먹었다는 이유로 세원이와 함께 근무하던 박모 경위는 권총을 빼들었다. 이전에도 수차례 비슷한 시늉을 하고 의경들에게 겁주기를 일삼던 박 경위는 결국 사고를 쳤다. 장난이라는 이름하에, 실수라는 이름하에 21살의 청춘이 그 생을 다했다.

비통함을 말하기 이전에 이 죽음을 축소하려는 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 20년 넘게 경찰로 근무한 자가 권총소지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설령 총기에 대해 미숙하다 할지언정 그런 자가 ‘경위’일 수 있단 말인가. 장난이고 실수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도 많다. 총기를 이용한 위협은 명백한 가혹행위이며, 가혹행위를 넘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임이 분명하다. 경찰당국이 살인범에게 단순히 ‘업무상 과실치사’라는 이름으로 제 식구 챙기는 식의 수사를 진행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총기소지와 의무경찰 관리에 대한 우리의 의문은 어제 발표된 경찰의 수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더불어 유가족 앞에 사과 한마디 없는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분노한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은 은평경찰서장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꼬리자르기식의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단순히 박 경위의 실수로 말미암아 발생한 일인가. 이런 사고가 발생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모든 책임은 당연히 경찰청장에게 있다. 사건에 대한 인권단체와의 합동 진상조사와 더불어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바이다.

또한 더 이상 세원이와 같은 죽음이 없길 바란다. 수많은 청년들이 군대 내 폭력을 두려워하여 의무경찰에 지원하고 있다. 윤일병 사건, 예비군 훈련장 총기난사 사건 등 군인권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세원이 또한 비교적 자유로운 의무경찰에 지원했으나, 이 선택은 어이없는 죽음으로 이어졌다. 국방의 의무에 힘쓰는 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이 마련되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군대에 자식을 보낸 모든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실탄을 소지한 모든 이가 지켜야할 진정한 재발방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원이는 착한 아이였다. 그저 말로만 착한아이가 아니라 대학입학 후 학생회 대표자(동국대 문과대학 철학윤리문화학부장)를 자임 할 만큼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사회의 소수자, 약자에 대한 고민을 놓치 않는 친구였다. 불의에 맞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문제제기 하던 학생이었다. 그의 죽음 앞에 우리는 허망하다. 허망함을 딛고 분명하게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
- 강신명 경찰청장은 유족과 국민 앞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한 치의 의혹도 없이 해명하라!
-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라!
- 다시는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
- 시민사회단체의 참여하에 의경들에 대한 인권실태조사를 즉각 실시하라!

2015년 8월 27일
동국대학교 총학생회, 동국대학교 문과대 학생회, 동국대학교 철학과 학생회,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학생회, 동국대학교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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