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희망 전한 한국 봉사단

‘Hope in Nepal’ 주제로

스님 국회의원 의사 학생…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 등서

의료봉사 및 배식활동 전개

 

의약품 떨어져 진료마감 되자

청진기라도 대달라는 주민들

발걸음 돌리는 모습 안타까워

남원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을 비롯한 국내 의료봉사단이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네팔을 방문해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비나눔활동을 펼쳤다. 사진은 운천스님이 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모습.

지난 18일 오전, 남원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을 비롯해 17명이 인천공항에 모였다. 경남 진주서 병원을 운영하는 권현옥 원장과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국회의원, 굿모닝한의원 김규만 원장, 김은숙 세계대체의학연맹 이사장과 공무원, 고등학생, 그리고 다큐멘터리 촬영팀 등이 일행이다. 종교도, 사는 지역도, 하는 일도 제각각. 서로 안면이 없는 이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것은 ‘네팔 봉사’라는 주제였다. 출발 전 “네팔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나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는 연락이 왔다. 불안한 출발이었지만 일행을 실은 항공기는 12시간 만에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Hope in Nepal’(네팔에 희망을)을 주제로 모인 일행이 석가모니부처님의 탄생지 룸비니를 찾았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행이 찾은 곳은 룸비니 공원 입구에서 불과 3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무료 병원. 마이트리 마하데라 스님이 운영하는 곳으로 현재 4명의 의료진이 근무하고 있지만 약품과 시설이 열악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백련문화재단에서 3년간 운영비 지원을 약속하면서 병원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의료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마하데라 스님은 룸비니 지역 교육 및 빈민 구호활동을 비롯해 200여 명의 상좌를 통해 네팔 곳곳에서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

진료를 시작하고 얼마 후, 진료실에 약간의 소동이 일었다. 손이 퉁퉁 불은 상태로 찾은 페르모드(13세) 군을 본 권현옥 원장이 바로 수술을 했다. 고름을 한참 빼내자 손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이고야. 많이 아프재.” 김은숙 이사장이 급히 사탕을 하나 꺼내 페르모드의 입에 넣어줬다. 20대 중반의 한 여성은 심한 복부통증으로 의료진을 찾았다. 휴대용 초음파검사기를 꺼냈다. 전기가 부족해 선풍기와 다른 전원을 끄고서야 검사기에 전원이 들어왔다. 출산 이후 제대로 몸 관리를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빈혈도 심했다. 이런 저런 약을 가득 챙겨주며, 복용법을 몇 번 설명하며 “꼭 제때 약을 먹으라” 당부했다.

한쪽에서는 허리나 몸이 아픈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의과 진료도 이어졌다. 김규만 원장은 “몸 균형이 틀어지고, 뼈 발육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며 “한두번 진료로 회복되기 힘든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조금이나마 건강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19일 무료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700여 명. 다음날 20일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았다. 특히 둘째날에는 한국 의료진이 왔다는 소식에 랏샤(자전거로 가는 인력거)에 실려오는 중증 환자들도 적지 않았다.

의료가 이어지는 동안 병원 한편에 음식이 차려졌다. 국내 복지시설 곳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착한스님 짜장’ 운천스님과 강동원 국회의원이 조리와 배식을 맡았다.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만든 음식은 카레와 밥, 과일 샐러드. 사람들은 큰 접시 수북히 담긴 밥을 금세 비워냈다. “스님이 짜장을 해줘야 제맛인데요.”(강동원 의원) “전에 짜장을 한번 해봤는데, 여기 사람들은 짜장보다 카레를 좋아하더라구요.”(운천스님) 

의료봉사단의 진료활동 모습.

배식을 하는 사이 빵이 배달돼 왔지만, 밀려드는 환자로 인해 의료를 담당한 팀은 점심식사도 걸러야 했다. 이번 여행에는 다큐멘터리 제작팀도 함께 했다. 실크로드재단(이사장 이상준)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네팔지진과 관련한 다큐를 제작하고 있는 김길남 감독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봉사라는 주제로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이 매우 쉽지 않고, 또 어려움도 있다”며 “하지만 봉사현장에서 만나는 순수한 모습들이 매우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이틀간에 걸친 룸비니 의료봉사를 마치고 일행은 짐을 꾸렸다. 시위가 없는 야간 시간을 이용해 카트만두 인근으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원래 일행은 카트만두에서 7시간 정도 떨어진 반띠본다르 지역을 찾을 예정이었다. 지프차량으로 이동해 텐트를 치고 숙박하며 3일간 봉사가 예정됐다. 하지만 전국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 시위로 인해 일정을 변경해야 했다. 현지 언론은 이 일대에서 시위로 몇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긴 회의 끝에 일행은 두 팀으로 나뉘었다. 한 팀은 한국인 선교사들이 수도 카트만두에서 활동하고 있는 곳으로, 한 팀은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져 있는 랑그랑 지역으로 떠났다. 석가족이 다수 거주하는 랑그랑 지역은 한때 “봉사활동이 불가능한 지역”으로 분류돼 해외 지원이 없던 곳이다. 지난해 108자비손 회장인 권현옥 원장이 안과수술이 시급한 소녀 두 명을 지원해 시력을 찾도록 하면서 권 원장과 인연이 맺어진 지역이다.

랑그랑 지역의 봉사는 다음날 새벽 6시부터 시작됐다. 의료봉사장소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200여 명이 나와 반갑게 의료진을 맞았다. 오후 2시 가지고 간 의약품을 모두 소진하고서야 진료가 마감됐다. 몇몇 사람은 아쉬운지, 청진기로 진찰이라도 해달라고 매달렸다. 비타민 몇 알을 그들에게 나눠주고, 마을 이장의 안내를 받으며 무사히 시위대를 지나 본진이 위치한 카트만두에 합류했다.

봉사에 참여한 이준성 군(목상고 3년)은 고건축 대목장인 아버지의 뜻을 따라 건축학을 전공할 예정이다. “이곳에 와서 보니 건물을 지을 때 철근 사용이 매우 적어 지진에 쉽게 무너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일행은 네팔에서 31년째 거주하며 빈민구호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예신 선교사의 안내에 따라 의료활동과 식사 봉사를 이었다.

운천스님은 “이번 네팔봉사단이 각각 개성이 강해 의견을 조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 봉사를 하겠다는 일치된 마음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 종교와 가치관, 인종을 넘어선 국제구호 활동이 보다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네팔인들에 희망 심어주었으면…”

■ 봉사단장 운천스님

 

“지난 2014년 1월 지구촌공생회를 통해 네팔에 선원사초등학교를 건립했습니다. 공부하고 싶어도 학교가 없어 배움의 기회를 잃은 아이들에게 초등학교는 매우 소중한 기회입니다.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네팔의 아이들을 위해 학교 두 곳을 더 지을 계획입니다.”

봉사활동을 마친 일행을 보내고, 운천스님(남원 선원사 주지)과 다큐멘터리 촬영팀은 네팔에 남았다. 학교 건립부지를 답사하고, 지진 희생자를 위한 천도재를 봉행하기 위해서였다. 학교 부지는 개신교에서 제공하고, 착한스님짜장에서 건립비 상당액을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네팔은 수년 전 왕정이 폐지됐지만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지 못하는 등 여러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방문 기간에 전국적인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면서 도로가 막혀 룸비니 인근에 위치한 선원사초등학교 방문도 무산됐다. “무엇보다 지진 피해를 직접 겪은 지역을 찾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는 운천스님은 “아직도 네팔에는 움막 형태의 가옥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봉사가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진과 봉사단에 감사”

■ 룸비니 불교지도자 마하데라 스님

 

“룸비니를 찾아준 한국의 의료진과 봉사단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부처님의 탄생지인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여러 가지 발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몸이 아파도 병원조차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한국의 지원은 매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봉사단이 처음 의료진료를 실시한 룸비니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이트리 마하데라 스님은 2012년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해인사와 경상남도가 주관한 팔만대장경 천년축제에 초대된 것. 룸비니에서 포교와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스님은 영어초등학교, 무료 병원 등을 운영하며 200여 명의 상좌를 길러냈다. 네팔 불교를 대표해 룸비니 공원 조성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스님은 지난 20일, 룸비니 성지를 안내하며 한국 봉사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인류의 위대한 성인이신 부처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기회가 닿는대로 한국의 많은 불교단체가 이곳을 찾아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해 주길 바랍니다.”

[불교신문3131호/2015년8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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