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세존사 장산스님

53일간 설악에서 부산까지

1300km 쉼 없이 홀로 만행

 

눈으로 담은 전국 51곳 여정

하루하루 기록해 책으로 출간

 

‘마음이 곧 세계다-국토걷기수행으로 일깨우다.’ 칠순을 앞둔 스님이 절을 나서서 53일간의 ‘국토걷기수행’을 했다. 부산에서 강원도 설악산까지, 다시 설악산에서 부산까지 시자도 안 데리고 배낭하나 달랑 짊어지고 혼자서 걷고 걷는 만행을 했다. 부산 세존사 세존스님. 만행동안 스님은 하루하루를 기록했고 그 기록을 책으로 엮어 <걷는 곳마다 마음 꽃이 피었네> 라는 이름으로 펴냈다.

지난 14일(음력 7월 초하루)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세존사(부산 수영구)에서는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장산스님은 지난 2013년 10월24일부터 12월15일까지 53일간 1300여 km의 걷기수행을 했다.

스님은 길을 떠나면서 “눈은 마음의 창(窓)이니 눈으로 본 아름다운 상(像)은 그대로 마음에 남는다. 이번 만행에서 나는 아름다운 세상을 눈과 마음에 실컷 담아오려 한다”고 했다. 통도사, 경주, 영천, 부석사, 정선, 월정사, 신흥사, 낙산사, 경포대, 울진, 망양정, 포항, 감포, 울산, 월내 등 51곳을 글에 담아냈다.

한 바퀴 돌아 다시 부산으로 온 스님은 “무엇이든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지만 끝은 다시 시작을 불러들인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는 시작도 끝도 존재하지 않는다. 삶 역시 그렇게 계속되는 것이다. 나 역시 부산에서 설악산을 거쳐 다시 부산으로 내려왔으니 걸어야 할 길이 여전히 남아있는 느낌이다. 나는 이제 어떤 여정을 다시 시작해야할까”라고 소회를 읊었다. 장산스님의 만행기록은 단순한 일기가 아니다. 한 대목 한 대목마다 바로 법문이다. ‘마음을 쓰는 일, 마음을 놓는 일’ ‘너와 나의 경계는 본래 없는 것’ ‘의미 없는 삶이 있을 까’ ‘산 넘으면 강, 강 건너면 산’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너의 마음이 너의 세계다’ ‘자기가 원하는 세계로 여행하라’ ‘삶의 세 기둥인 절제 지혜 용기’ 등 글의 소제목 하나하나가 바로 법상에서 일러주는 법문내용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스님을 뵙고 불쑥 여쭈었다. “스님, 스님께서 살아오신 일들을 간단히 말씀해 주십시오.” 스님이 종이 한 장을 내민다. ‘1965년 1월 15일 해인사에서 고암(古庵)선사를 은사로 득도 후 고암선사로부터 경학(經學)과 율(律)과 선(禪)을 배움, 1970년 12월 8일 고암선사로부터 전법게(傳法偈)를 받음. 1987년까지 제방선원에서 수선안거(修禪安居)를 하다가 인도 단독 명상여행을 하고 포교활동. 종단에서 초심호계위원, 법규위원, 역경위원장, 서울 대각사 주지를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대각회 이사, 세존사의 회주, 반산선원 안거 중.’ “이게 다야” 하신다. 그러면서 책 2권과 부채하나를 주셨다.

부채에 당신이 손수 쓴 글귀가 좋았다. ‘난꽃 향기만한 향기가 또 있을까.’ 스님은 그림과 글씨에 빼어나다. 그림은 일랑(一浪) 이종상 화백(전 서울대교수)에게 배웠다. 책은 <고암법어집>과 <慈悲 멀리서 가까이서> 라 이름 붙인 고암대종사 영첩(影帖)이다. 두 책은 고암문도회에서 펴낸 것으로 고암스님(1899~1988)은 조계종 종정을 역임한 선지식이다. 장산스님은 스승의 법어집과 영첩(사진집)을 펴내 한국불교사에 큰 획을 그었으며 스스로도 역사에 한두 줄을 남길 발자국을 한발 한발 만들어가고 있다.

[불교신문3131호/2015년8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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