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군 최초 ‘여성’ 군종장교 비구니 명법스님 임관 1년

 

“날마다 마주하는 병사들 위해

기도할 수 있어서 좋아…

아쉬운 점은 늘 부족한 위문품” 

누나 같고 이모 같은 명법스님은 무한 긍정의 에너지를 뿜어 병사들에게 활력을 준다. 임관 1년, 이제는 군복도 승복만큼 잘 어울린다.

 

 

창군 이후 최초로 비구니 군종장교가 탄생한지 벌써 1년이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군승장교로 임관해 청년 불자들에게 불심을 심고 있는 명법스님<사진>을 찾아 지난 12일 육군 30사단 비호부대 호국비호사로 갔다. 첫 만남부터 환한 웃음과 쾌활한 목소리로 반겨주는 명법스님. 무한 긍정의 에너지를 뿜고 있는 덕에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진다. 비호부대 병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전투복을 입고, 군화를 신은 ‘중위 신민기’의 모습이 익숙해졌다는 명법스님. 1군단에서 1년간 생활하다 지난 7월3일자로 호국비호사로 왔다. 부대 상황을 파악하고 병사들과 친분을 쌓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스님은 “첫 여성군종장교로서 자부심도 느끼지만 그만큼 어깨도 무겁다. 한국의 비구니 스님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생활한다”고 말했다.

비구니 군종장교 1호로서 명법스님의 영향은 크다. 두 번째 비구니 군종장교인 균재스님이 지난 6월 임관했으며, 내년 임관을 준비하고 있는 스님도 있다. 군종장교를 꿈꾸는 스님들을 위해 명법스님은 사미니 승가대학에 특강을 나가기도 한다.

생각했던 것과 군생활의 차이를 묻자 스님은 군종장교나 출가자나 생활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법당이 부대 밖이냐, 부대 안이냐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승가에서 대중생활을 해온 덕분에 군대에서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새벽예불을 하듯 아침 점오를 하고, 발우공양을 하듯 식판으로 밥을 먹고, 승복 대신 전투복이 일상이 된 것이 달라진 전부라며 누구보다 군에서 잘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일과도 비슷하다. 초하루법회를, 호국쌍용사에서는 관음재일을 지내고, 일요일이면 호국비호사와 호국쌍용사, 국군고양병원 3곳에서 법회를 한다. 평일에는 경계부대 위문도 가고, 신병이나 도움과 배려가 필요한 병사들의 면담요청이 오면 찾아가기도 한다. “부대 밖에서는 모르는 병사를 위해 기도했다면 지금은 날마다 마주하는 병사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늘 부족한 위문품이다. “군법당 상황이야 다 마찬가지지만 1000여 명의 병사를 위문하는 데 병사 1명 당 초코파이 2개씩 나눠준다고 해도 준비해야 할 분량이 많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명법스님의 존재는 병사들에게도 활력이다. 편안하게 대해주면서 세심하게 챙겨주기 때문이다. 스님은 병사들이 좋아할만한 공양물이 들어오면 아낌없이 퍼주고, 말수도 적고 적응이 어려워 보이는 병사에게는 먼저 손을 내밀어준다. 인생선배로서 멘토 역할도 해준다. “병사들은 여자 친구 생각도 하지만 진로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며 “성향을 파악해서 좋은 방향을 제시해주려 한다”고 스님은 말했다. 스님의 노력을 알아준 것일까. 얼마 전 병사들의 전언이라며 손가락으로 작은 하트모양을 만들어 스님에게 전했다는 군종병 이한석 일병은 “누나처럼 이모처럼 잘 챙겨줘 병사들 모두 좋아한다”고 말했다.

눈 깜짝 할 사이 의무복무기간 3년 중 3분의 1이 지나갔다는 스님은 “우리 병사들이 복무하는 기간 동안 법당에 와서 편안하게 쉬었다 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또 “병사들 아프고 힘든 상처 잘 보듬어 주는 스님이 되겠다”며 “부대 안전을 위해서도 쉼 없이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불교신문3130호/2015년8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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