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생물학·화학 지식 두루 갖춰야…

의학은 생명공학의 집합체

병리학에 대한 관심 높아져야

국내 의술 발전도 기대

현대의학은 크게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으로 구분되는데 병리학만은 특이하게 기초 및 임상의학 모두에 포함된다. 이는 병리학의 역사와 성격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이러한 병리학의 임상의학 부분이 바로 병원에서 수행되는 병리과의 역할이다.

병리과는 과거에는 진단병리과, 해부병리과, 조직병리과 등 각 병원 별로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으나 지금은 ‘병리과’란 공식적인 명칭으로 통일됐다. 병리과는 환자로부터 채취된, 혈액을 제외한 모든 검체들을 대상으로 생물학적, 화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질병 여부를 검사, 진단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최종적인 질병 명을 확정함으로써 환자의 현재 상태 및 예후의 판정, 치료대책, 나아가 질병의 예방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로 적절한 대처 방안을 해당 임상의사에게 제공한다.

병리과에서 진단하는 질병의 가장 많은 분야이자 중요한 분야는 종양의 악성여부와 그 정확한 조직학적 유형의 결정이다. 암의 존재 여부나 그 조직학적 유형에 따라서 환자에 대한 치료방침은 크게 달라지며, 따라서 병리과의 최종 진단이 나오기 전에는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진단을 위한 검체들에는 각종 조직검사나 내시경 생검들에 의한 생검조직, 수술에 의한 수술 조직이나 적출장기, 각종 체액에 섞여 나오는 탈락 세포, 세침 흡인 검사에 의한 흡인 세포 등이 포함된다.

최근에는 단순한 세포, 조직학적 검사 외에도 면역반응을 이용한 면역조직화학적 염색검사, 전자현미경 검사뿐만 아니라 항암치료의 새장을 연 표적항암제 치료를 위한 유전자 검사 등을 포함하는 분자생물학적 검사방법 등이 병리과의 중요한 진단 업무가 됐고 이러한 다양한 검사법들의 모든 판정과 진단은 기계의 판정이 아닌 숙련된 병리의사가 눈을 통해 직접 관찰해 이루어진다. 또한 각종 질병으로 사망한 환자를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고 학문적 지식을 축적하는 일도 병리과의 업무중의 하나이다.

병리과와 더불어 영상의학과나 진단검사의학과, 핵의학과 등 대부분의 각종 검사 및 진단업무를 진행하는 과들을 통칭해 대개 ‘진료지원과’라고 한다. 말 그대로 ‘진료과 의사들이 진료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라는 뜻이다. 전쟁으로 치면 전방에서 적을 상대로 직접 싸우는 군인이 아닌, 잘 싸울 수 있도록 길을 닦아주는 공병대나 보급을 책임지는 보급부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러한 진료지원과의 지원이 없이는 어느 진료과 의사이던지 충분한 의술을 베풀기는 불가능하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최전방부대 군인뿐 만 아니라 공병부대, 보급부대 등이 모두 필요한 것처럼, 의학이 발달하고 의술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최전방 임상 의사뿐만 아니라 기초의학자, 각종 진료지원과 의사들이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걱정스럽게도 여러 가지 이유로 진료지원과들이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중에서도 병리과는 돈 많이 못 버는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해 소위 의학의 3D과에 해당하게 됐고 해마다 전공의 지원자 또한 거의 없는 실정이 됐다. 의학의 근간을 이루며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최종 진단을 담당하는 병리과가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은 실로 우려되는 현상이다.

물위를 여유롭게 떠가는 오리의 그 여유로운 몸짓을 유지시켜 주기 위해서는 몸통 아래 물속에서 열심히 휘젓고 있는 물갈퀴 달린 오리발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면서도 서로 잘 생긴 몸통만 되겠다고 주장한다면 그 오리는 과연 어떻게 될까?

[불교신문3130호/2015년8월22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