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희 씨, ‘언해불전’ 탄생배경 다룬 저서

오윤희 씨의 저서 <왜 세종은 불교 책을 읽었을까>(불광출판사)
불교에 대한 탄압이 극심했던 조선시대 초 재위했던 세종대왕이 유학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불교경전 번역서 <언해불전>을 펴낸 이유는 무엇일까. 또 당시 불교경전을 탐독했던 세조대왕의 불교관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려대장경 연구소장을 역임한 오윤희 씨는 최근 조선 세종 시절의 불교경전 번역서 <언해불전>의 탄생 배경 등을 다룬 책 <왜 세종은 불교 책을 읽었을까>(불광출판사)를 펴냈다. 오윤희 씨는 오늘(8월18일) 출판간담회를 열고 “서민들이 불경을 쉽게 읽게 하려고 우리말 불경을 만들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지만 이 책의 주요 대상은 유학자들 이었다”면서 “우리말 불경 주석을 보면 유학자들에 대한 불평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언해불전은 종교서적 이라기보다는 논리적인 사상서다. 조선의 지적, 사상적 지형도의 단서가 여기 들어있다”면서 “세종이 갖고 있던 지적 성향과 군주로서의 정치적 성향이 담긴 언해불전을 보지 않은 채 세종을 평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조실 월운스님 문하에서 한문불전을 익힌 저자는 <언해불전>을 읽으면서 주석 중심의 독특한 편집형식과 우리말 번역에 주목했다. 그는 “언해불전을 보면 불경 원문보다 이를 해설한 주석서의 비중이 더 크고, 편집자들이 여기에 우리말 주석을 또 덧붙인다”면서 “이런 작업이 여러 단계로 이어지는데 이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편집방식”이라고 평했다.

또한 저자는 세종대왕이 조선을 건국한 주도세력인 성리학자와 사대부들이 불교를 배척하는데 대해 못마땅했으며, 불교 서적을 편찬해 이들의 특권의식을 깨뜨리려고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세종이 언해불전을 편찬함으로써 조선 건국 초기혁명의 일방적인 물결 속에서 사라진 문화를 되살리고 조선을 제한적이나마 열린사회로 만들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1993년 해인사에서 고려대장경연구소 설립에 참여했고, 불교문헌자동화연구실, 비백교학연구소, 고려대장경연구소 소장을 거치며 한문불전 전산화 작업에 남다른 노력을 펼쳐왔다. 저서로는 <대장경, 천 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 <일꾼 의천>, <매트릭스, 사이버스페이스, 그리고 선>, <디지털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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