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꾼들이 소개하는 태안과 경주

 
오늘은 태안

김미정 전현서 지음 / 얘기꾼

 

오늘은 경주

이종숙 박성호 지음 / 얘기꾼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태안반도 걸으면 바다가

내 품으로 들어오고…

 

천년 문화·역사를 만나

감동을 안고 오는 여행

경주에서 찾아낸 ‘감동’

국립공원의 이야기를 담은 책, <오늘은 경주>를 저술한 이종숙 작가(사진 오른쪽)와 <오늘은 태안>을 펴낸 김미정(가운데), 전현서 작가(왼쪽).

“어느 가을, 새벽을 안았다. 부드러운 곰솔에 둘러싸여 해변으로 내려간다. 길은 촉촉하다. 숲의 물방울이 곰솔을 깨우고 마당같이 넓은 백사장까지 깨울 참이다. 신선하고 창백한 얼굴로 반짝이는 새벽의 청포대. 나는 전설속으로 들어간다.” 태안반도 내 위치한 청포도해변을 걸어가는 느낌을 김미정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을 테마로 한 <오늘은 태안>, 그리고 신라 천년의 문화가 존재하는 <오늘은 경주>가 출간됐다. 책을 펴낸 곳은 사회적기업인 ‘얘기꾼’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후원으로 전국 국립공원의 자연과 사람, 문화를 책으로 펴낸 것. 지난 10일 서울 인사동에서 김미정, 전현서, 이종숙 작가를 만나 국립공원 여행담을 들었다.

“태안의 매력은 바다를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해 준다는 점이에요. 바닷길을 걷다보면 처음에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다가 조금 더 걸으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해 줍니다.” 김미정 작가는 태안의 바다를 렌즈로 옮기면서 “태안은 마치 ‘나의 바다’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경북 포항이 고향이라는 김미정 작가는 “동해 바다 사람들은 좀 거친 기질을 갖고 있는데 반해 충남 바닷가 사람들은 농부같은 기질을 갖고 있었다. 넓은 갯벌을 농사짓는 듯 순박하고 풍족한 마음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태안 여행은 김미정, 전현서 작가가 맡았다. 김미정 작가는 만리포, 천리포 등 태안지역 길을, 전현서 작가는 안면도의 길을 걸으면서 그곳의 경치와 사람들의 삶을 글과 사진으로 담았다.

“남해의 섬이 화려하다면, 태안의 섬은 아직 개발이 안된 원시림 같은 느낌을 준다. 새벽에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과 하늘이 맞닿은 모습은 몇 만년전의 지구 모습 그대로 아니겠는가”는 전현서 작가는 “기회가 되면 안면도 바람아래해변을 가보라. 우리나라의 새로운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작가가 꼽는 태안여행의 매력은 “다른 국립공원과 달리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이란 점이다. 마을 사람들은 언제고 옛날 이야기를 전해준다. 자맥질을 하던 해녀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네면 같이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사람들이 그곳에 산다.

“태안 여행을 하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길 권해요. 태안읍 시외버스정거장에 가면 주변 해수욕장과 바닷가로 가는 시내버스가 노선마다 정차해 있어요. 대중교통 여행이 쉬운 곳이죠. 자가용 여행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 놓치면 아까운 것이 너무 많은 곳이 태안입니다.” 전현서 작가의 조언이다.

두 작가는 지난해 여름을 태안에서 살았다. 3개월간 매주 한차례 이상 태안을 찾았다. 그때마다 자가용 대신 버스를 택했다. “바닷길을 걸으면서 다양한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던” 이유다. 또 지난주에 갔던 길이, 다음 주에 다시 걸을 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단다.

얘기꾼의 또 다른 작가 이종숙 불교문예 편집장은 남편 박성호 씨와 경주를 찾았다. 2박3일, 혹은 4박5일 일정으로 7차례 경주를 찾았지만 “경주의 문화유산을 다 보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역으로 그만큼 볼 것이 많은 곳이 경주라는 의미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나온 감은사지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글이니까 그렇게 표현했겠지 했어요. 그런데 정작 감은사지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멀리 탑 상륜부가 눈에 들어오자 저도 모르게 찌릿하는 전율을 느꼈어요. 아하, 이것이 우리 문화유산의 감흥이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이종숙 작가는 경주 여행을 통해 불교를 다시 알게 됐단다. 오랫동안 청년회, 신도회 활동을 하고, 교리도 몇 권 책을 읽은 그녀다. 하지만 경주 문화여행은 “케케한 종교가 아니라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불교를 느끼게 해 준” 기회였다. 또 불교의 교리와 가르침을 제대로 알게 된 계기가 됐단다.

“수학여행 이후 몇 번 불국사를 갔어요. 그땐 햇볕을 피해 그늘 한쪽에서 대웅전이나 석가탑, 다보탑을 바라보기만 했죠. 그런데 이번 여행때 문화유산해설사와 2시간 동안 불국사를 돌아보는데, 볼 것이 너무 많고 시간이 짧더군요.”

화랑도가 훈련하던 단석산 신선사마애불군상 앞에서 이 작가는 “걸어서 오르기도 힘든 곳에 마애불을 새긴 마음”을 읽었다. “지금 우리들이 믿는 불교와 과거 신라인들이 믿던 불교의 깊이 차이”가 느껴진 대목이다. “원효스님이 위대하다는 것만 알았다. 왜 위대한지 몰랐다. 분황사에 들러 원효성사의 이야기를 들을 때 비로소 원효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는 이종숙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경주 문화여행을 통해 우리 문화와 불교를 느끼기를” 희망했다.

작가들에게 가보고 싶은 다른 국립공원을 물었다. 이종숙 작가는 남해 다도해를, 전현서 작가는 변산반도를 꼽았다. 또 김미정 작가는 경북 청송 주왕산국립공원을 독자들에게 권하는 여행지로 꼽았다.

책을 펴낸 이후,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한문과 전문용어가 많은 관광지 안내문을 쉽게 고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세 명의 작가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을 제대로 알고 가면, 정말 볼 것도 즐길 것도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화성 용주사에서, 서울 불광사에서 오랫동안 신행활동해 온 신심있는 불자들이기도 하다.

[불교신문3129호/2015년8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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