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불교학술원‧통도사 극락암 ‘업무협약’ 체결
근현대 한국불교의 선지식으로 존경받는 경봉(鏡峰, 1892~1982)스님이 남긴 친필 일기와 서한 등 각종 문헌에 대한 전면 조사가 이뤄진다.
영축총림 통도사 극락암(선원장 명정스님)과 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정승석)은 8월12일 오전 11시 ‘경봉대종사 소장 문헌 조사 업무협약식’을 갖고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이날 협약식에는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스님, 전 통도사 주지 원산스님, 경봉문도회장 법산스님, 통도사 박물관장 인산스님, 중앙종회의원 진각스님, 김호성 동국대 인도철학과 교수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정관스님(부산 원오사 주지)의 집전과 한상길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협약식에서 경봉문도회장 법산스님은 “사형(師兄) 명정스님이 경봉 큰스님의 자료를 티끌 하나 버리지 않고 보관해 온 것을 동국대와 협약을 통해 전산화 작업을 거쳐 후대까지 널리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법산스님은 “큰스님의 자료는 근대 한국불교의 수행과 납자들의 깨달음의 순간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으며, 통도사 인근 지역 주민들의 실생활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면서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불교계는 물론 일반 사회의 생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승석 동국대 불교학술원장은 “경봉 큰스님의 문헌 등 각종 자료를 조사할 수 있도록 흔쾌히 마음을 내준 명정스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면서 “오늘 인연의 소중함을 큰 뜻으로 여기고, 빠른 시일 내에 최선을 다해 자료를 조사하겠다”고 다짐했다.이날 업무협약에 따라 동국대 불교학술원은 통도사 극락암에 보관되어 있는 경봉스님의 자료를 고해상도(5000만 화소)로 정밀 촬영하고, 집성과 역주 작업을 진행해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게 된다. 2012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동국대의 지원으로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ABC) 구축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동국대 불교학술원은 교수와 연구원 등 전문가를 투입해 이번 사업을 진행한다.
이번 조사가 가능하게 된 것은 경봉스님을 수십년간 시봉해온 명정스님이 은사의 자료를 소중하게 보관해 왔기 때문이다. 명정스님은 은사스님의 자료 가운데 일부를 선별하여 <삼소굴 일기>와 <향성> 등의 책을 발간해 근현대 한국불교의 생생한 역사를 대중에게 전한바 있다.극락암 선원장 명정스님은 “은사스님의 손길이 닿은 자료는 어느것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고, 모두 보관해 왔다”면서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은사스님의 귀중한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후대에까지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명정스님은 “오직 수행에 몰두하던 시기의 자료도 그대로 계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수행자의 진면목을 보여준 은사스님의 가르침이 잘 전승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헌 조사 작업의 실무를 책임진 한상길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경봉 큰스님이 남긴 자료는 불교계는 물론 일반 학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라면서 “정리하는 과정에서 문화재적, 학술적 가치가 있는 자료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동국대 불교학술원은 문헌 조사 작업을 거쳐 정리한 자료를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서비스 시스템(kabc.dongguk.edu)’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극락암과 문도회는 경봉스님의 자료를 영구 보관하고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근대기록유산 지정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은 불교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큰스님들이 남긴 자료들을 개인이나 사찰에서 갖고 있다보니 자료들이 통합관리가 안되고 자칫 유실되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종립대학인 동국대에서 DB 작업을 진행하고 좋은 자료들은 문화재로 신청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은 “근현대 스님들이 남겨준 자료들의 망실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면서 “조사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내준 극락암 선원장 명정스님에게 감사드리고, 다른 사찰의 스님들도 자료를 소장하고 있으면, 중요성을 인식하여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불교신문3129호/2015년8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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