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크고 작은 인연은 우연한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 만나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만남에는 다양한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긴 만남 속에 짧은 기억이 있을 수 있고 짧은 만남 속에 긴 여운이 깃들기도 한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2011년 10월부터 1년10개월 여 동안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지낸바 있다. 재임 중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 크고 작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많은 인연 중에 짧은 만남이었지만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분이 계신다. 이제는 더 이상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는 긴 이별의 여행을 떠났지만. 지난해 4월 말,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바세계와 인연을 마친 해인사 성안스님이다.

지난 2012년 11월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공사의 경영진과 간부직원 등 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사업전략회의를 가진 바 있다. 당시 해인사 주지이신 선해스님의 특강을 들은 다음 팔만대장경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이때 성안스님을 처음 만났다. 팔만대장경 지킴이로 알려진 스님으로부터 팔만대장경에 얽힌 이야기와 대장경이 품은 천년의 지혜에 관해 설명을 들은 바 있다.

팔만대장경 보존국장을 맡으시면서 팔만대장경을 지켜내고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스님의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날 성안스님의 말씀 중 아직까지 뇌리에 선명하게 기억되는 내용이 있다.

“우리네 인생은 생(生)에서 사(死)로 가는 과정이지만 보다 더 맑고 아름답게, 즐겁게 살아가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윤회라는 것은 실은 더 나은 내생을 위하여 변화해 가는 것 입니다. 뇌사자(식물인간) 상태인 사람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염불을 해주면 눈물을 주르륵 흘립니다. 이는 뇌는 아무리 죽었어도 마음(心)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팔만대장경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도 마음(心) 입니다. 사람간의 관계가 좋아야 삶이 윤택하며 맑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도 좋게 보려고, 장점을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아직도 스님의 따스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직도 그 모습이 선한데, 지금도 믿겨지지 않는다. 요즘도 불현 듯 스님이 마음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마음의 참된 의미를 짧은 시간에 일깨워주신 가르침 때문일까? 새벽마다 마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스님께서는 극락에 가셨어도 팔만대장경 연구와 보존활동으로 바쁘실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온전하게 번역하여 모두 손쉽게 팔만대장경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팔만대장경 보존을 위해 보존회를 창립하고 지킴이 운동에 열정적이던 스님의 활발하고 생기 넘치는 그 모습을 가슴 깊이 간직하며 스님께서 걸어오셨던 길에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자 한다. “스님의 가르침 오래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다짐 하면서 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해본다.

[불교신문3128호/2015년8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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