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과를 아시나요?(1) 고통 원인 밝혀 근본 치유법 찾는다

의대학생 실습 때마다 벌어지는 일이지만 병원 실습 때 병리과로 실습 나온 학생들의 첫날 오리엔테이션시간에 ‘병리과’가 무슨 일을 하는 과인지를 물어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내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본다. 의대학생들도 이런데 일반인들의 병리과에 대한 인식은 오죽할까?

병원 밖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나의 직업이 의사라고 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무슨 과 의사냐고 되물어본다. 이때 병리과 의사라고 대답하면 반응이 대개 3가지 부류로 구별된다. 대부분의 반응은 “네? 뭐라고요? 무슨 과라고요?”이다. 즉, 병리과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처음 들어본 분들인 것이다. 두 번째 부류의 분들은 “아! 네~” 라고 반응하셔서 병리과를 아는 듯 기대감을 주지만 곧이어 하는 말씀이 “임상병리과요?” 라고 하신다. 이런 분들은 병원을 좀 다니며 과 명칭을 들어본 듯 하였지만 잘못 알고 계신 분들로서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뿐 만 아니라 대부분의 준종합병원이나 개인병원에도 개설되어 있어서 흔히 접할 수 있고, 병원을 방문하면 피검사 때문에 기본적으로 한번쯤은 방문하셨던, 지금은 명칭이 진단검사의학과로 바뀐 임상병리과를 병리과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시는 것이다. 나머지 세 번째 반응은 “아! 네~, 경리과요?”이다. 의사라고 분명히 말씀을 드렸는데도 황당하게 ‘경리과’라고 들으신 것이다.

‘병리학’이 어떤 학문이냐고 학생들에게 다시 물으면 ‘세포나 조직 혹은 장기의 형태적, 기능적 변화를 관찰하여 질병의 원인과 발병과정을 밝힘으로써 질병의 본질을 규명하는 학문’이라고 그럴듯하게 대답하는 학생은 가끔 있지만, 병리의사가 병원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물어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답을 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위에서 언급한 임상병리과의 업무인 피검사 얘기를 하기가 일쑤인 것이다.

그리스어로 ‘pathos(고통)’와 ‘logos(~에 관한 이론)’가 결합된 단어인 ‘pathology(병리학)’는 문자 적 의미에서 보이듯 고통에 관한 학문이었으며 병리학은 의학과 그 역사를 같이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인류는 인류역사가 시작된 원시시대부터 어느 시대에나 고통의 근원인 질병과 죽음에 대해 알고자 노력하였고, 이에 따라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나, 고대의학의 완성자인 갈레누스, 해부학의 아버지인 베살리우스, 그 외 모르가니, 삐샤, 비르효 등 수많은 고대 및 중세, 근대 의학자들이 의학의 역사에서 등장하게 되었고 그 의학자들의 대부분은 현대의학개념의 임상의사라기보다는 의학의 본질을 탐구했던 병리학자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의학의 역사는 곧 병리학의 역사이며 의학은 곧 병리학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병리학의 의미는 ‘질병에 관한 물질적 지식’으로 축소되었고 그래서 병리학을 정의하라고 하면 ‘세포, 조직, 장기에서 관찰되는 형태학적 및 기능적 변화를 통하여 질병의 원인, 발병과정 및 예후를 규명하여 그 임상적 의의를 연구하는 의학의 가장 기본적인 학문’이 되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고 말하는 모 선전도 있지만 의학이 과학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일부 학자들도 있다.

의학은 과학을 활용하는 응용학문이며 기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질병에 관한 학문인 병리학이 존재하는 한 의학이 과학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병리학이 의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불교신문3128호/2015년8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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