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산스님이 엮은 아잔브라흐마 법문집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아잔브라흐마 지음, 각산스님 엮음 / 나무옆의자

원숭이 마음이란

원숭이가 나뭇가지 건너다니듯

이 일 저 일로 한시도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분주한 마음…

 

마음이 분주하고 시끄러울 때

조용히 원숭이 잠재우는 법에

귀를 한번쯤 기울여 보라

지난 2014년 5월 한국을 방문해 안국선원에서 법문을 하고 있는 아잔 브라흐마 스님. 불교신문 자료사진

 

세계적인 명상수행승 아잔 브라흐마의 베스트셀러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의 후속 작품이 우리말로 옮겨 나왔다. 서울(부산) 참불선원장 각산스님이 번역한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가 화제의 신간이다. 출간 1주일 만에 교보문고 인터넷 베스트 시ㆍ에세이 부문 3위에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음속 108마리 원숭이 이야기’란 부제의 이 책은 아잔 브라흐마(아잔브람)가 제시한 ‘마음 다스리기’를 쉽고 재미있는 일화를 중심으로 엮었다.

태국의 세계적인 고승(高僧) 아잔 차의 수제자인 아잔 브라흐마가 호주에서 불법(佛法)을 전하면서 직접 느끼고 체험한 생생한 깨달음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사람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분주한 마음’이나 누군가 ‘미워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108가지 이야기들이다. 아잔 브라흐마는 “마음은 생각의 그릇”이라면서 “마음을 잠재우려면 고요에 잠겨보라”고 제안한다.

원서의 제목은 <Don't worry be grumpy>이다. 우리말로 굳이 옮기면 ‘짜증나는 것을 걱정하지 말라’ 정도 아닐까.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여러 가지 상황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을 한국어로 엮은 각산스님은 희로애락, 음미, 정진, 연민, 무아, 내려놓음, 지혜 등 모두 7가지 주제별로 나누었다.

우리말로 옮기면서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로 제목을 정한 까닭은 책의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명상에서 ‘원숭이 마음’이란 원숭이가 숲 속에 살면서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건너다니는 것처럼, 이 일에서 저 일로 한시도 쉬지 않고 건너 뛰어다니는 ‘분주한 마음’을 일컫는 은유다. 고요히 멈춰야 하는 나쁜 마음이다. 사람들은 마음을 고요하게 멈춰 있기 매우 어렵다. 우리는 거의 모두 ‘원숭이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산스님은 “이 책을 엮으면서 원숭이와 같은 우리의 마음을 잠재우는 재미있고 감동을 주는 반전의 에피소드를 통하여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누구나 읽기 쉬운 법의 향기가 나는 책이라 생각했다”면서 “나무처럼 고요히 멈춰 있어야 하지만 원숭이처럼 현대인의 분주한 마음은 잠시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각산스님은 “아잔 브라흐마는 ‘들고 있는 만큼 무겁다. 일체의 욕망을 버리고 완벽하게 고요히 멈춰 있을 때 깨달음이 온다’고 했다”고 전했다.

아잔 브라흐마는 원숭이가 바나나 껍질을 벗기듯 새로운 명상법을 제시했다. “원숭이는 항상 꼭지를 움켜쥐고 반대쪽 끝에서부터 껍질을 벗긴다. 원숭이의 방법이 훨씬 쉽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원숭이가 그렇듯 명상을 하는 승려들은 마음을 둘러싸고 있는 어려운 문제와 마음을 분명하게 구분할 줄 아는 전문가들이다. 바나나 껍질을 벗기는 것처럼 당신은 이전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잔 브라흐마는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고요한 마음을 통해 희망을 찾기를 권한다. “오늘날에는 가만히 있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사람들은 여기에 가만있지 못하고 항상 어딘가로 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그저 가만히 존재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이다.”

이어지는 아잔 브라흐마의 가르침이다. “나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당신이 알고 따라갈 수 있는 그 무엇, 물줄기를 찾을 것을 제의한다. 그 물줄기는 당신을 가두고 있는 무지라는 안개 속에서 당신을 그 밑으로 인도해가서 어느 길로 가면 더 멀리 나아갈지를 혼자 힘으로 알게 해줄 것이다. 그 물줄기는 덕행, 평화, 연민이다.”

각산스님은 “높은 곳에 있는 나뭇가지일수록 잔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는데, 사람이 사는 일도 그렇지 않겠냐”면서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일수록 작은 일에도 소홀하지 말아야 하고, 진정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원숭이 마음을 품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무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땡볕이 쏟아져도 쉬어갈 그늘을 들고 있다고 합니다. 무릇 내가 키우는 나무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마음이 분주할 때, 마음이 시끄러울 때, 조용히 원숭이를 잠재우는 법에 귀를 기울여도 좋을 것입니다.”

아잔 브라흐마는 1951년 영국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불교에 관심을 갖고 태국으로 건너가 아잔 차 회상에서 수행한 후 부처님 가르침을 서구사회에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푸른 눈의 성자’ 또는 ‘세계적인 명상 스승’이라고 불리며 존경받는 아잔 브라흐마는 오스트레일리아 보디냐나 수도원에 머물며 명상 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두 차례 방한하고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성난 물소 놓아주기> 등의 저서를 국내에서 펴내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

각산스님은 해인사 희랑대에서 보광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송광사, 범어사, 통도사 등 제방선원에서 수행했다. 또한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호주, 중국 등의 숲 속 명상수도원에서 정진하며 파욱 사야도와 아잔 브라흐마의 가르침을 받았다. 

[불교신문3127호/2015년8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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