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불교유신론

만해스님 지음

최경순 옮김 / 민족사

 

유신이란 ‘파괴의 자손’이며

파괴는 곧 유신의 어머니다

모든 것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구습을 고치자는 뜻…

광복 70주년, 우리 사회는 이를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준비중에 있다. 외형적 축제 일색이다. 광복의 의미와 다시는 민족을 잃지 않겠다는 노력 등 정작 내적 콘텐츠를 준비하는 곳은 거의 없다. 독립을 이야기 할 때 떠오르는 인물이 만해 한용운이다. 만해스님이 32세이던 1910년 저술한 <조선불교유신론>이 최근 번역돼 출간됐다. 연세대 철학과 박사과정으로 있는 최경순 전 불교신문 차장이 발간한 이 책은 “축제와 외형만 횡횡하는 세태에 우리는 무엇을 추구해야 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나는 일찍이 불교를 유신하려는 뜻이 있어 마음속에 약간의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세상에 실행할 수 없었기에 시험삼아 말할 수 없는 불교의 신세계에 대해 자잘한 글을 지어 스스로 쓸쓸한 마음을 달래고자 할 뿐이다. 매실을 바라보며 갈증을 해소하는 것도 양생(養生)의 한 방법인데, 이 유신론은 매실의 그림자 격이라. 내 목마름의 불꽃이 온몸을 불사르니 어쩔 수 없이 이 매실 그림자로라도 불을 끌 맑은 샘물 노릇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만해스님은 <조선불교유신론>을 쓰게 된 이유를 이처럼 밝히고 있다. 유신(維新)이란 <시경> 문왕편에 나오는 말로 ‘주나라는 비록 오래된 나라지만 그 명을 새롭게 했다’는 뜻. 즉 과거의 것을 새롭게 만든다는 의미다.

이 책에는 제 1장 서론에서 현대는 각 분야에 모두 유신의 기운이 팽배한데 반해 불교만이 이를 외면하고 있음을 통탄하는 내용이다. 이어 2장 ‘논불교지성질(論佛敎之性質, 불교의 성질을 논하다)’은 불교는 미신이 아니라 동서고금의 철학을 포함한 위대한 사상임을 밝히고 있다. 이어 불교의 이상은 평등주의로 이는 서양의 자유주의와 일맥상통함을 논하고 있으며, 스님들이 좁고 고루한 지식에 안주하지 말고 사회전반에 걸쳐 식견을 갖춰 갈 것과 ‘가짜 참선’의 실상을 비판하고 그 개선책을 제시했다.

극락왕생을 목표로 하는 염불의 허와 진정한 의미의 염불이란 무엇인가, 포교의 부재에 대한 질타와 포교방법론 제시. 사찰이 대중속에 위치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번잡한 의식을 대신해 간력하고 품위있는 개혁을 이룰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일제시기 불교계의 개혁을 주장한 것으로, 현대 들어 불교는 여러 분야에서 만해스님의 주장대로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아직도 미흡한 것이 적지 않다. 또 만해스님의 당시 입장이 전부 옳은 것은 아니다. 예를들어 승려가 혼인생활을 해야 불교가 발전한다는 주장, 주지 윤번제 대신 선거제 도입 등은 당시 시대적 배경에서 나온 단견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불교유신론>이 지금도 유용한 까닭은 끊임없는 자기 반성과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신이란 무엇인가. 파괴의 자손이다. 파괴는 모든 것을 무너뜨려 없애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다만 구습 가운데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을 고쳐서 이를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게 한다는 것이다”는 만해스님의 서슬퍼런 주장은, 현재를 사는 우리 불교도들이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강한 울림을 준다.

[불교신문3127호/2015년8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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