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 시안 검토 공청회’ 내용 살펴보니…

현행 초중고 도덕윤리교과서에서 주로 교과서 변두리의 참고자료나 쉬어가는 코너 정도로만 다뤄져왔던 불교사상이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동양사상을 다루는 단원에서도 유교사상은 상세히 기술돼 있는데 반해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불교 내용도 보완될 예정이다. 도덕윤리과목 전문가들로 구성된 ‘2015 문·이과 통합형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 2차 연구팀’은 7월30일 오후 청주 한국교원대에서 ‘2015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 시안 검토 공청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교과서의 2차 시안을 공개했다.

연구팀이 공개한 시안에 따르면 2009년 개정된 현행 교육과정에 비해 2015 도덕과 교육과정은 내용 면에서 불교 부분이 대폭 수정·보완 됐다. 교육과정은 초·중·고교를 총괄하는 학교교육의 총체적인 밑그림이다. 보통 교육과정의 전반적인 취지와 주요 내용을 담은 총론과 과목별 각론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 교과서 집필기준이 발표되고, 출판사는 교과서를 만든다. 이처럼 교과서 집필의 가이드 라인이 되는 교육과정에 불교 비중이 유교사상 만큼 높아졌다는 것은 향후 교과서에도 반영의 폭이 더 넒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불교의 특징을 설명한 내용을 살펴보면 “불교 사상은 모든 것들은 서로 의지하는 관계 속에 있다는 깨달음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나 열반을 추구하고, 대중에 대한 자비 실천을 강조하는 대승불교로 발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행 교육과정에 ‘연기적 세계관’ ‘주체적 인간관’ ‘평등적 세계관’ 등으로 불교 특징을 간략하게 언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기’는 불교의 고유 사상이지만, ‘주체’와 ‘평등’은 어디에나 있는 보편적인 개념이어서 불교를 대표할 만한 사상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은 불교계 내부에서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뿐 아니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진정한 길’을 자비의 윤리로, 가장 바람직한 분쟁 해결의 방식으로 한국불교 전통인 화쟁 사상과 선교 통합을 제시하기도 했다. 더불어 깨달음의 개념과 깨달음의 길 등이 주요 내용에 들어가 있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2015 도덕과 교육과정에서는 도덕교과 설정의 전통적 배경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며 “이런 전통 속 핵심 가치를 현재적으로 재해석해 시민사회 핵심가치인 정의 및 책임과 연계시키고자 했다”고 밝혔다.

특정종교를 떠올리게 해 논란을 일으킨 현행 교육과정의 ‘자연·초월적 존재와의 관계’라는 영역 문구도 일부 수정돼 이번 시안에 실렸다. 전문가들은 ‘초월적 존재’라는 표현이 서양의 신의 존재개념으로, 동양의 성인 개념까지 포함하기에는 부적절 하다는 의견을 냈다. 불광연구원과 불교사회연구소가 2014년 6월에 연 학술세미나에서도 “부처님은 역사적 인물로 바라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초월적 존재라는 표현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는 이 문구 대신 ‘자연·초월과의 관계’로 변경됐다.

이날 공청회 현장에서 만난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 관계자는 “2009년 교육과정의 경우 마치 일반사회 윤리나 사회 보편적인 덕목이 불교사상 특징인 것처럼 기술돼 있는 등 유교나 다른 사상에 비해 핵심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며 “그만큼 불교가 교과서를 서술하는 연구진들 사이에서 심도 깊게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양윤리사상을 다룬 부분에서도 유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이번 교육과정은 불교도 유교 못지않게 구체적이고 전문화되어 실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불교사회연구소, 최근 불교 서술 바로잡기 위해 교육부에 청원

그동안 불교계는 불교사회연구소와 불광연구원을 중심으로 현행 교과서에 나타난 불교 서술 체제와 그 내용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지난 2월에는 교과서의 불교 서술 오류를 바로 잡고 올바른 불교 이해를 돕기 위해 내부적으로 합의된 불교 내용을 마련할 기구인 ‘초중고 개편교과서 연구위원회’도 꾸렸다. 특히 지난 7월에는 불교사회연구소 차원에서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도덕윤리 교육과정’에 따른 올바른 교육과정 집필기준이 반영되기를 희망하는 청원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연구소는 청원서를 통해 학술세미나를 통해 도출한 교과서 서술 내용 문제점과 개선책을 제안했다.

불교사회연구소 관계자는 “오늘 공청회에서 발표된 교육과정 최종 시안으로 불교 사상도 다른 종교나 사상만큼 공정하게 서술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불교계 주장이 반영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오는 9월 2018년도부터 사용할 교과서의 지침이 될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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