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보문종 창종기념법회를 마친 보문종 스님들. 사진제공=보문종

보문종 보문사 창건 900주년

역사와 인물, 현재 모습 담은

첫 사지(寺誌) 발간해 ‘눈길’

 

1972년 비구니 종단으로 창종

초대 총무원장 지낸 은영스님

도심 속 대가람으로 발전시켜

올해 창건 900주년을 맞은 대한불교보문종 보문사(주지 인태스님)는 우리 불교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지닌 고찰이다. 고려시대 고승 담진국사가 1115년 창건한 사찰로 조선시대에는 궁중 원찰이었고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중심 도량이었다. 조선왕조가 사라지며 갑자기 궁중을 나와야 했던 상궁과 궁녀들이 보문사 시자원(施慈院)에서 여생을 의탁한 것도 이런 인연이 있어서였다. 이런 사격과 전통은 1972년 대한불교보문종 창종(創宗)으로 이어졌다. 한국불교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 긍탄스님과 제자 은영스님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비구니 종단을 설립한 것이다. 현재 보문종은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비구니 종단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자못 크다.

이런 가운데 보문사의 역사와 문화, 인물, 문화재, 현재 모습 등을 담은 사지 <대한불교보문종 보문사 사지(大韓佛敎普門宗 普門寺 寺誌)><사진>가 최근 나왔다. 사찰 창건 이래 흩어져 있던 낱낱의 사료들을 한데 모아 역사를 복원해 낸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보문사는 조선의 숭유억불 정책 속에서도 왕실 출신 여성들의 후원으로 그 존재감을 잃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러나 1912년 긍탄스님이 보문사 주지 소임을 맡았을 때 사찰건물이나 재정은 몹시 피폐한 상태였다. 두 스님은 먼저 보문사 재정을 복구시키기로 결심하고 8년간 탁발에 들어갔다. 당시 조선총독부를 등에 업고 보문사를 개인용도로 탈취하려던 일제강점기 일부 비구승들로부터 사찰을 지켜냈다. 해방 후 불교계는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씻어내는 과정에서 여전히 혼돈스러웠다. 때문에 비구니 스님들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수행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보문사 비구니 스님들은 비구니 사찰로서의 고유성과 보문사의 안정적 운영, 재정적 독립을 확보하기 위해 보문사를 ‘대한불교보문종’으로 격상, 창종함으로써 비구니 승가의 독립 종단을 세상에 알렸다. 이때가 1972년 4월20일이다.

보문종은 활발한 사회사업으로 현대 한국불교 역할을 재정립하는데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 6·25전쟁으로 고아가 된 어린이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어린이 보육사업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1987년 은영유치원을 열었고 곧이어 은영어린이집도 개원했다. 스님들의 노후대책과 노인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위해 1971년 별도 건물을 짓고 시자원이라는 노인복지시설도 열었다. 아쉽게도 시자원은 서울시 도시계획으로 건물이 철거되고 말았다. 보문사는 시자원을 재건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책에는 현대 비구니계를 이끌어온 스님들의 면모도 담겨있다. 보문종을 창종한 긍탄스님을 비롯해, 현 전국비구니회의 전신인 ‘우담바라회’의 초대회장이자 현대 보문사의 중흥을 이끈 은영스님, 비구니계 대표 강백인 금룡·수옥스님, 보문종 발전에 진력했던 혜안·일조·명오스님, 현재 보문종을 이끄는 종정 대인스님과 총무원장 인구스님 등에 이르기까지 보문사 법등을 밝혀왔던 스님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또 도로명 주소 시행으로 자칫 ‘보문사길’라는 이름이 없어질 뻔 했지만 보문사의 즉각적인 대응으로 되찾은 일화 등도 실렸다. 2011년 성북구청이 새 도로명 주소를 ‘지봉길’로 바꾸겠다고 발표하자마자 대책을 협의하고 여러 차례 부당성을 지적한 끝에 보문사길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보문사 주지 인태스님은 “선대(先代)스님들께서 오랜 시간 동안 짙은 어둠 속에서 아픔을 견뎌냈기에 대한불교보문종 보문사라는 결정체를 일궈냈다”며 “선조들 정신을 받들어 더욱 신심을 증장해 불도를 성취할 것을 굳게 발원한다”고 강조했다. 보문사의 과거와 현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신대현 사찰문화연구원 연구위원은 “단편적인 기록이 아닌 체재와 격식을 갖춘 본격 사지는 조선시대와 근현대에 걸쳐 50권을 넘지 못한다”며 “이 책을 계기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알려져 보문사 역사가 더욱 풍부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125호/2015년7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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