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론서 출간 40년 회향, 서우담 대표

탄허스님 가르침 전파 위해

‘신화엄경합론’ 출간하고

출판 일 마무리한다

40년간 한 길만 매진한

교림출판 서우담 대표 

“전문출판사 운영 쉽지 않아…

그 길 걸어주는 후학들에 감사”

지난 40년간 탄허스님의 원고를 책으로 출판해온 교림출판사 서우담 대표(78세). 그는 이번 <신화엄경합론> 출판을 끝으로 40년 출판업을 회향한다고 말했다. 탄허스님을 열반때까지 시봉했던 서우담 대표는 탄허스님의 원고를 정리해 책을 펴내는 일에만 전념했으며, 탄허스님 법어집 <부처님이 계시다면>은 1979년 초판 발행 이후 37년간 꾸준히 팔린 스테디셀러를 기록했다.

1968년 탄허스님이 <화엄경> 번역을 마치고 인쇄할 곳을 찾았다. 당시는 납으로 된 식자로 판을 짜 인쇄를 하던 때였다. 책 제작에 당시 돈으로 4000만원이 넘게 드는 대작불사였다. 당시 스님을 시봉했던 교림출판사 서우담 대표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에서는 인쇄가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일본에서 원고를 사겠다고 왔다. 이에 청담스님이 펄쩍 뛰며 출판을 해야 한다며 이를 막았다”는 일화를 전하고 “탄허스님이 1958년부터 1968년까지 10년간 역경한 화엄경을 이번에 <신화엄경합론>으로 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화엄경합론>은 23권을 한 질로, 총 100질이 제작됐다. “벌레가 먹지 않고, 책이 변형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장으로 제작한 것도 특징이다. 서우담 대표는 이번 <신화엄경합론> 발간을 끝으로 40년간 운영해온 교림출판사도 문을 닫을 예정이다.

서 대표는 이 책의 가치에 대해 “원효선사가 화엄경 해석본인 화엄소를 마치지 못해, 그 원고가 중국 청량국사에게로 가 화엄론이 완성됐다. 탄허스님이 스승인 한암스님의 유촉을 받아 <화엄경> 80권과 <통현화엄론>, 청량국사의 <화엄소초> 150권 등의 원문에 한글 현토하고, 국한문 병용으로 23권의 <화엄경>을 내놓았다”고 설명하고 “이번에 보급되는 100질이 오랫동안 남아 훗날 이 경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역경불사에 매진했던 탄허스님의 뒷 이야기들도 소개됐다. 스님이 월정사에 머물 당시, 월정사는 매우 가난했다. 때로 원고지나 잉크가 없어 며칠간 쉬는 때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월정사 원주로, 탄허스님을 시봉했던 서우담 대표가 이를 보다못해 식당을 열었다. “이왕 식사를 사먹을 거면, 사찰서 사 먹으라”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서 대표는 “밥 장사 하면서 처음으로 대중 스님들이 쌀밥을 먹었다”고 회고했다.

탄허스님은 종종 대중 강연을 통해 원고지 값을 벌었다. 탄허스님의 뛰어난 학식과 법문이 소문이 나 있어 많은 단체에서 스님을 초청했다.

한번은 양주동 박사가 학생 10여명을 데리고 월정사로 왔다. 그런데 양주동 박사를 맞은 탄허스님이 맞절을 하는데, 양 박사는 같이 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앉아서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례한 모습에 화를 내려는 서 대표를 탄허스님이 제지했다. 그리고 일주일간 학생들에게 <장자>에 대해 강의를 마치는 순간, 양주동 박사가 탄허스님에게 정성껏 삼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훗날 양 박사는 동국대서 강의를 하면서 “장자가 다시 살아돌아와 강의를 한다고 해도 월정사 탄허스님만 못하다”고 종종 말했다.

서우담 대표는 이같은 일화를 설명하면서 “탄허스님 입적 후 스님의 원고만 출판했다. 특히 법어집 <부처님이 계신다면>은 그동안 100만부 이상 판매한 스테디셀러가 됐다”고 밝히고 “지금은 제방의 스님들이 다양한 불서를 내놓고 있어, 교림출판에서 더 이상 책을 내지 않아도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림출판사가 100질 한정 출판한 탄허스님 역주 <신화엄경합론>.

올해 서 대표가 출판사를 운영한지 40년이 됐다. “딱 한번 각성스님의 책을 펴낸 것 이외에는 탄허스님 책만 펴낸” 그다. 교림출판사는 또 탄허스님의 친필 원고를 비롯해 각종 유품이 보관돼 있다. “스님의 메모를 썼던 휴지조각 하나까지도” 보관하고 있다는 서 대표는 “<화엄경합론> 100질을 소화하고 나서 유품을 모두 소각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스승은 입적한 후에 소각해 버리라고 했지만, 차마 버릴 수 없어 보관했던 것”이라는 서우담 대표는 “인연이 다하면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그동안 출판사가 펴낸 책의 다수가 복사본으로 유포되는 것을 종종 접했다. 물론 경전을 널리 알리고 공부하는 것도 가치가 있지만, 지적재산권을 지켜줘야 한다”며 “그런 영향으로 인해 전문서적을 출판하는 곳이 문을 많이 닫았다. 지적재산권을 지켜줄 때 출판도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40년간 여러 경험이 농축된 말이다.

40년간 교림출판사가 발간한 책은 <신화엄경합론>을 비롯해 <능엄경> 전3권, <주역 선해> 전3권, <금강경> <원각경> <기신론> <피안으로 이끄는 사자후> 등 탄허스님이 저술한 역서 18종이 전부다. 또 승가대학에서 교재로 사용했던 <초심·치문> <서장 절요> <도서 절요>에서 <대방광불화엄경>에 이르는 한문 교재 등이었다. 승가대학은 시대적 변화에 따라 현재는 한문경전이 아니라 국한문 혼용 교재를 사용하고 있다.

탄허스님의 유지를 지난 40년간 받들어 한 길만 걸어온 서우담 대표. 그는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 가운데 한명이라도 제도한다면 이것이 수확이라는 탄허스님의 가르침을 지키기 위해 출판사를 운영했다”며 “이제 회향할 때가 됐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문서포교를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불교신문3125호/2015년7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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