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노인복지, ‘대학老愛’ 출범

평균연령 74세, 연극단원 12명

정관스님 “물심양면 지원 약속”

11월 첫 서울노인연극제 ‘진출’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이 어르신들과 함께 ‘대학로애’를 결성, ‘노인연극시대’를 열었다. 사진은 지난 15일 발대식에 참석한 단원들. 가운데 관장 정관스님.

 

“이 나이에 연극배우라니, 대박이지 대박. 소녀시절은 이제 기억에도 흐릿하고, 젊었을 때는 먹고 사느라 ‘나’를 돌아볼 겨를이라도 있었나? 그래도 죽기 전에 연극무대에 올라서 배우가 될 줄 누가 알았어? 눈물나도록 행복하다우!” 종로노인종합복지관(관장 정관스님)이 지난 15일 결성한 ‘대학老愛-대학로를 사랑하는 노인들’ 소속 12명의 어르신 가운데 김상미 어르신은 ‘대박’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평균나이 74세 어르신들로 구성된 ‘대학로애’는 지난 2011년부터 활동했던 극단 ‘빨래터’가 전신. ‘빨래터’ 시절 ‘신판 심봉사전’(2011.11)과 ‘경로당 폰팅사건’(2012.8), ‘지상 최고의 댄서’(2014.11) 등의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기는 했지만, 활동이 저조했었다. 종로노인복지관은 이번에 ‘대학로애’ 발대식을 통해 지역사회에 노인 전문 연극단원들의 활동을 알리고, 명성이 높은 연극단체들과 MOU체결을 맺고 전문성을 갖춘 명실상부한 연극단으로 거듭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장 정관스님은 “종로노인복지관은 대학로와 인접해 있다. 대학로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듯이, 우리 복지관 어르신들이 전문성을 갖춰서 대학로 연극무대에 당당하게 진출해서, 노인정서를 알리고 문화를 공유하는 뜻깊은 활로를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로애’에 입성한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꿈을 이뤘다”며 행복해했다. 일흔이 훌쩍 넘은 어르신들 입장에서 연극대사를 외워서 관객이 바라보는 앞에서 연기를 펼친다는 것이 쉽지않은 일임에도 두려움은 커녕 저마다 셀레임이 가득한 표정으로, “치매예방에 가장 좋은 방편”이라며 열정을 내비쳤다. “돌이켜보면 인생은 연극과 똑같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정신없이 살았을 때는 삶을 고찰하고 사유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지만, 과거를 회상해보면 파란만장한 연극작품 하나 출연한 것처럼 무상하고 덧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김명숙 어르신은 “자면서도 대사를 외우고 다 외웠다 생각해도 머리가 하애지고…. 연극이란 죽을 때까지 해도 아쉽고 설레고 떨리는 참으로 묘한 예술이다”며 자신의 연극론을 거침없이 말했다.

‘대학로애’ 전신인 ‘빨래터’ 시절 단원들 모습. 어르신들의 표정이 싱그럽다.

김도화 어르신은 “연극은 젊은 사람만 하는 건줄 알았다”고 하면서도, “젊은 열정 못지않는 마음으로 청춘으로 돌아가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호응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곽정순 어르신도 “연극도 나의 삶이고, 나의 삶도 알고보면 한 편의 연극에 지나지 않는다”며 “참으로 순탄치 않은 세월을 죽지못해 힘겹게 살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연극무대에서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되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홍은유 어르신은 “나에게 연극이란 아득한 꿈”이라고 했고, 이말영 어르신은 “사진 속 나를 보며 내 삶의 역할을 자문하듯 연극무대에 서겠다”고 말했다. 홍숙자 어르신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다른 사람의 삶에 들어가보는 참으로 매력적인 체험을 하게 되어 기쁘다”고 했고, 많은 단원 어르신들이 “나의 실수로 인해 도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열심히 해보겠다”, “자연스럽게 임하겠다”, “오버하지 않고 리듬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등의 소감을 피력했다.

팀플레이예술기획과 창작집단36.5 등과 함께 이 날 MOU를 체결한 박장렬 서울연극협회장은 “어르신들 살아온 세월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나 마찬가지”라며 “몸과 마음으로 풀어내는 ‘연극’이란 수단을 통해 어르신들과 함께 꿈을 나누는 행복하고 감동있는 시간으로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연극단의 활동을 지지하기 위해 서울연극협회 소속 원로배우 장미자씨와 김태수 감독도 자리를 함께 했다. 원담스님 원작 연극 ‘지대방’을 연출했던 김 감독은 “개인적으로 불가의 생각을 좋아한다”며 ‘대학로애’ 어르신들이 오는 11월 ‘제1회 서울노인연극제’에 출품하게 될 연극 ‘장수마을’을 응원하면서 외쳤다. “어르신들! 우리 모두 나이를 거꾸로 잡아먹읍시다!”

[불교신문3124호/2015년7월25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