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양주의 현실과 대안

스님들 수행·포교 뒷받침

신도들 위한 음식 공양

각종 제사 음식 준비도…

긴 근로시간·적은 임금…

지원자 날로 급감 현실

‘이주여성 활용’ 대안이지만

모집·교육 전담할 기구 필요 

‘부전스님 구함’, ‘공양주 모십니다’ 불교신문에 종종 보이는 광고문구다. 최근 신문 광고를 냈던 한 스님은 “공양주를 구하기 힘들다 보니 모신다는 표현이 맞다”고 말한다. 사찰에서 대중의 음식을 담당하는 공양주는 어떤 일을 할까. 또 어떤 애로점이 있을까. 오는 27일부터 3일간 서울 진관사에서 공양주 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계기로 공양주 문제를 짚어봤다.

경북 상주의 한 사찰 사무장은 공양주를 겸하고 있다. 이 사찰은 70세에 들어선 스님이 혼자 절을 지키고 있는 곳. 50대 후반인 이 여성은 과거 직장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찰 행정을 도맡아 하고 있다. 서울에 집이 있는 이 여성은 사찰에 머물면서 스님의 공양도 담당하고 있다. 사찰음식에 관심이 있어 사찰음식을 배웠다는 이 여성은 “아들 두 명 가운데 한명은 결혼을 했고, 직장에 다니는 둘째가 서울 집에서 살고 있다. 한달에 한번, 일주일간 서울 집에 머물고, 3주는 사찰에서 숙식하고 있다”며 “불교가 좋아 공양주를 자처해 생활하고 있다. 급여나 여러 여건을 볼 때 일반인이 공양주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공양주 현황

스님과 종무원 등 6명이 거주하고 있는 전남 구례의 한 사찰의 경우, 수년 전 중국 교포를 공양주로 들였다. 처음에는 음식도 잘하고 싹싹해 비교적 대우에 신경을 썼다. 그런데 공양주 생활을 한지 세달 쯤 지나, 갑자기 절을 나갔다. 스님은 “한국에 온지 한달 정도 지나 조선족과 자주 통화를 하더니, 한날은 저녁 무렵 자가용이 오더니 그 보살을 태우고 갔다”며 “갑자기 공양주가 없어 한달 이상 고생을 했다”고 털어 놨다.

사찰에서 공양주의 역할은 공양, 즉 식사를 담당하는 일이다. 오전 세시에 일어나 예불을 시작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사찰의 특성상 오전 6시면 아침 공양을 차려야 한다. 사시인 점심공양은 오전 11시. 오후 5시 저녁까지 세끼 식사를 책임지는 자리다. 공양주는 또 사찰에 49재나 각종 기도가 들어올 경우 제사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스님 입장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공양주에 대한 대우는 어떤 수준일까. 본지에서 전국 사찰 가운데 표본을 뽑아 전화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략 120만원~15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본인이 요구할 경우 4대 보험에 가입하며, 매월 정기휴가를 5일~7일까지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도심사찰인 경우 월 180만원 이상의 급여와 고등학교 대학생 자녀를 둔 경우 학자금을 지원하는 곳도 있었다.

근무시간은 대개 오전 3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중간 중간 휴식시간을 갖지만, 근로시간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 긴 편이다. 공양주를 선발할 때 주로 지인들의 소개가 아직까지는 주를 이루고 있다. 신도 등을 통해 사람을 추천받는 것. 하지만 지방 소도시의 경우 인력사무소 등을 통해 공양주를 구하는 일도 빈번하다. 또 오랫동안 공양주를 해왔던 사람들끼리 연락을 통해 사찰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신심있는 보살들이 사찰에서 기도하면서 공양주를 자처했던 것과 달리, 현대는 “특별한 기술없이, 숙식을 제공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 직업”으로 공양주가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공양주를 구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우선은 불자 숫자가 줄어든 것이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과거 대부분의 중년 이상 여성들이 불자였던 시기와 달리 타종교인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대상층이 얇아진 것.
사찰에 기거하며 음식을 담당하려는 불자들도 많지 않다. 경북 영덕의 한 스님은 “도심 생활에 익숙해지다보니 산사에서 머무는 사람들을 찾기가 점점 어렵다. 또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하면서 문화나 여가를 즐기면서 살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불교의 생활방식을 다수의 사람들은 불편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즉, 과거와 같이 인맥으로 공양주를 구하기에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 대안은 무엇인가

공양주 사업은 이제 개별 말사에서 감당하기에는 벅찬 문제로 부상했다. 이에 대안으로 “종단 차원의 대안 사업”을 추진해 볼 수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 등이 시행하는 직업교육 훈련비를 활용할 경우 높은 효과가 기대된다.
예를 들어 채식조리사 과정을 정책 입안해 공양주로 활동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교육비를 지불하며 사찰음식을 교육하는 방안이 있다. 현재 음식관련 자격증은 한식ㆍ중식ㆍ일식조리사와 복 요리사 자격증이 있다. 더불어 채식조리사 과정을 만들면 지속적인 공양주 교육훈련이 가능할 수 있다.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장은 “외국에서 채식 조리사를 운영하는 예 등을 찾아 제시한다면 사찰음식문화를 발전시키고,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단 또는 관련 기관에서 공양주 사업을 시행할 때의 장점은 “사찰 공양주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을 모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찰에서 공양주 모집을 홍보하는데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을 모집해 체계적인 음식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5년전 공양주 관련 사업을 추진했던 박경주 씨는 “당시 수요는 매우 많았지만, 공양주를 할 인원을 모집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사업을 중단했다”며 “처음 공양주를 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애로점은 오신채 등을 사용하지 않는 사찰음식에 대한 교육문제였다”고 전했다.

공양주 문제 해결의 또 다른 방법으로 새터민(탈북자)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새터민 다수는 가족이 없이 혼자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이들이 특별한 기술이 없다보니 여성의 경우 정착시설에 머무는 동안 간병인 교육을 다수가 이수하고 있다. 반면 120여 만원의 급여로 한달을 생활하기에 빠듯한 것이 현실. 수원 우만동에 거주하는 김순례(36세, 가명) 씨는 “남한에서 밥을 굶지 않고 먹는다. 하지만 다른 행복을 찾기 어렵고, 외로움도 많이 느낀다”며 “간병인으로 병원에서 일하면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일이 고되다”고 털어놨다.

새터민 포교활동을 하고 있는 홍성란 포교사는 “이들을 대상으로 체계적 교육과정을 만들면 공양주로 활용이 충분히 가능하다. 안정적으로 생활하면서 전기료, 식비 등 별도의 생활비가 들지 않는 점은 큰 장점이다”며 “새터민이 공양주 활동을 통해 불교를 몸에 익힌다면 통일 후 고향으로 돌아가 더할 나위없는 포교사로 역할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지적했다.

사찰 운영의 가장 큰 애로점으로 많은 스님들은 공양주를 구하기 어려운 점을 꼽는다. 스님들이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고, 신도들이 편안하게 사찰을 찾기 위해서는 그 뒤에서 일을 하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중 공양주는 특히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사찰음식을 교육받은 공양주 구하기, 이제는 개별 사찰이 알아서 할 일이 아니라, 종단적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불교신문3124호/2015년7월25일자]

 

특별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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