⑲ 창녕 관룡사 우현스님

理事는 둘이 아니다

경전연구·참선수행·주지소임

결코 하나도 소홀하지 않아

 

“현대인 언어감각에 맞춰

부처님 메시지 전달해야…”

창녕 관룡사 주지 우현스님.

 

경남 창녕 관룡사 주지 우현(又玄)스님은 이(理)와 (事)에 두루 밝은 수행력을 갖추고 원융화합의 삶을 살고 있는 수행자다. 부산 성암사로 동진출가하여 부처님 경론(經論)을 치열하게 연찬하고 사교입선(捨敎入禪)으로 참선수행에 몸을 내던지기도 했다. 지금은 주지 소임을 다 하느라고 도량정비와 불자교화에 여념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산에서 태어난 스님은 10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나이에 숙세의 인연으로 절에 들어왔다. 죽산스님 아래서 ‘중노릇 하는 법’을 야무지게 배웠다. 20살 나이가 되자 어른 스님이 “큰 절에 가서 제대로 된 중이 되라”고 스님을 통도사로 보냈단다. 스님은 빼어남 총명함과 짬진 행자수업을 바탕으로 강원에서도 우뚝한 스님이 되었다. 통도사 강원에서 중강(강사 바로 밑 소임)을 2년간 보면서도 스님의 향학열은 가라앉지 않았다. 봉선사 능엄학림 2기로 들어가 경전 연찬에 열성을 다했다.

봉선사 대강백 월운스님은 후학의 향학열을 엄한 채찍질로 다스렸다. 당신이 직접 강의를 맡아 화엄학을 가르쳤다. 2년여 동안 하루 16시간의 강행군이었다. 문강(問講)과 논강(論講)으로 배우고 묻고 토론하고, 문자 그대로 위법망구(爲法忘軀, 진리를 위해 몸을 바침)의 용맹정진의 일과였다. 당시 스님의 마음에는 ‘살인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갔다 생각하고 이 공부에 내 한 몸 바치자’는 결의가 대단했단다. 스님의 경학 탐구는 통도사 승가대학으로 돌아와 그 빛을 드러냈다. 강의를 하면서도 스님은 1000일 기도에 들어가 회향했다. 그 무렵 승가대학에서는 휴식년제를 도입해 스님이 첫 수혜자가 됐다. 스님에게 휴식년은 선어록, 능가경, 능엄경, 기신론, 화엄경을 다시 섭렵하는 기회였다. 스님은 그렇게 휴식년을 보내고 송광사 선방에 입방했다. 경학연찬으로 다져진 탄탄한 바탕에 실참수행을 더한 스님의 경지는 깊어만 갔다. 송광사를 나와 통도사 극락암에서 다시 한철을 나기로 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원산스님이 통도사 주지를 맡자 우현스님에게 통도사 교무국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근 2년간 교무국장 소임을 맡으면서 스님은 승가대학 학인 스님들 뒷바라지와 신도교육, 각종법회 진행 등 소임에 열정을 다했다. 영상관을 설치하여 통도사를 소개하는 영상물을 4개국어로 제작하여 사찰홍보에 기여했다. ‘사찰을 찾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영상물을 만들어 그들의 요구에 현대인의 언어감각에 맞추어 부처님의 메시지를 전달해야한다’는 소신에서였다.

현재 주석하고 있는 관룡사에는 2013년 6월에 부임했다. 주지직은 출가 후 처음이다. 스님은 그동안 배우고 익힌 부처님 정법을 펴기 위한 도량으로 만들어 보자는 당찬 원력을 가지고 왔다. 새벽기도를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매월 음력 7일에는 철야기도(약사다라니기도와 함께 절 500배)를 신도들과 함께 정진하면서 수행자로서 스스로에게 엄격한 모습을 간직하려 노력하고 있다. 도량정비 시작은 먼저 신도들을 설득해 큰법당 안의 인등을 모두 칠성각으로 옮겼다. 불단도 새로 짜서 법당을 장엄했다. 협소했던 공양간도 새로 지어 편안하게 공양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가을 산사음악회를 열고,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전달해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하는 사찰로 인식시켜주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매년 실시하고 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의 수처작주(隨處作主)를 우현스님은 강조한다. “경찬연찬과 참선수행이 절 살림 사는 것과 둘이 아님을 깊이 알아 이(理)와 사(事)의 조화를 꾀해야 한다”는 게 우현스님의 일깨움이다.

[불교신문3123호/2015년7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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