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군법당 안국사 ‘철거 위기’ <상>안국사가 걸어온 길

육군 39사단 이전에 따라 폐사 위기에 놓인 군법당 안국사 전경.

자주국방 정신전력 강화 위한

조계종 창원주민 정성 깃들어

‘군가족·경남 불자들의 안식처’

 

군법당 첫콘크리트 공법 법당

일반 사찰 못지않은 역사·환경

 

“창원 구 시가지 중심에 자리해

뛰어난 미관과 입지 자랑할 만

존치하면 창원시 최고 포교당”  

창원에 위치한 육군 39사단 군법당 안국사가 부대 이전에 따라 폐사될 위기에 놓였다. 창원 불교계는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자들의 모연으로 건립된 데다 군 장병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오랜 신행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국방부와 창원시는 구(舊) 39사단 부지에 이미 대규모(6000세대) 아파트 단지 조성계획이 확정됐다며 철거를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이다. 긴박한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과 지역 스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안국사 존치위원회는 지난 6월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안국사의 역사적 의미를 알리고 철거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안국사가 그간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단순히 개발논리로 밀어붙일 사안은 아님을 알 수 있다.

39사단은 6·25전쟁 발발 직후 경기도 포천에서 창설됐다가 전쟁이 끝난 뒤 창원으로 옮겨왔다. 2009년 본지에 연재된 ‘군법당을 찾아서’ 기사에 따르면 안국사의 시작은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5년 2월15일 사단 최초의 법당으로 지어진 안심정사가 모태다. 37평 규모로 군승 파견 전엔 주변 신행단체의 도움으로 법회를 열었다. 1975년엔 부산 범어사 신도 2000여 명이 이곳에 찾아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거행할 만큼 위세가 높았다.

초대 주지는 1983년 부임한 윤덕호 법사였다. 역대 주지법사들의 헌신으로 사격(寺格)을 키우던 안심정사는 1987년 화재로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비운의 참사는 지역불자들의 결집을 이끌어내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당시 통도사 창원포교당 구룡사 주지 지형스님의 발심과 범어사 흥교스님, 통도사 태응스님 등의 지원으로 1990년 11월 지금의 법당이 새롭게 장엄된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사실은 ‘안국사가 민간의 자발적인 보시로 만들어진 사찰이므로 나라가 무단으로 없애선 안 된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보태고 있다. 국방부 자료에 의하면 1990년 법당건립비용으로 5억2750만원이 투입됐다. 이는 불자들의 시주에 의한 민간자본이다. 건립 이후에도 수리비는 종단이 충당했고 2005년에는 3000만원을 들여 교육관을 신축해 기부채납했다. 안국사 존치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안국사는 자주국방의 정신전력 강화를 위해 대한불교조계종과 창원지역 불자들의 정성을 모아 건립한 사찰”이라고 명시했다. 곧 군 시설로서의 용도가 다했다면 “민간예산으로 건립된 안국사는 기부자인 대한불교조계종과 불자들에게 돌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불교계의 불만은 소유권에 대한 애착만으로 갈음되진 않는다. 안국사는 포교적인 측면에서도 각별한 절이다. 39사단은 향토사단으로 진주 합천 남해 고성 등 서부경남 내륙과 남해안 인접 권역까지 폭넓게 방어해 왔다. 사단 내 군법당인 안국사는 이러한 지리적 영향을 받았다. 군 가족뿐만 아니라 경남 불자들의 안식처로 자리해 왔다는 전언이다.

존치위원회 총괄본부장 성공스님(진주 성전암 주지)은 “민간인의 출입이 까다로운 영내에 위치해 있음에도 수많은 불자들이 출입증을 끊어가며 찾아와 부처님을 참배하고 교리강좌를 듣던 곳이 안국사”라며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군법당 최초로 콘크리트 공법을 사용하는 등 일반 사찰 못지않은 역사성과 신행환경을 갖춘 안국사는 기필코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끊임없이 불사를 일으키고 전법에 매진한 주지 법사들의 땀과 발품도 격려해야 할 가치다. 7대 주지였던 보경 함현준 법사는 불경서당을 열고 인근 사찰인 봉림사 불교대학 강사로 출강하며 민간인 불자들의 발길을 안국사로 이끌었다. 아울러 창원사암연합회 포교국장을 맡아 창원청년회 불자들과 함께 지역불교 행사를 주도하는 등 군 사찰과 지역 간 유대 강화에 힘을 쏟았다. 법천 이응규 법사는 법당과 종각불사를 책임졌고 법해 장철수 법사는 45평 규모의 교육관을 지었다. 6대 주지로 4년간 재임한 남장 김갑영 법사(2군사령부 무열사 주지)는 “창원 구(舊) 시가지 중심에 자리한 안국사는 뛰어난 미관과 입지를 자랑한다”며 “존치될 수 있다면 창원시 최고의 포교당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안국사는 공식적으로 폐쇄된 상태다. 존치위원회 스님들과 부대 주요 관계자들은 부지의 주인이 국방부에서 창원시로 넘어가는 9월까지는 안국사를 온전히 놔두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상태로 전해졌다. 9월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성공스님은 “이천만 불자의 정성과 염원이 담긴 종교적 성소를 행정편의적 발상에 따라 존폐를 결정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수일 내로 대규모 법회를 지속적으로 열어 안국사의 위상을 홍보하겠다”고 역설했다.

[불교신문3122호/2015년7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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