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연 교수, 동아시아불교의례硏
세미나서 ‘아귀’ 존재 새롭게 조명

아귀(餓鬼)는 살아서 탐욕이 많았던 자가 사후에 굶주림의 형벌을 받아서 되는 귀신을 가리킨다. 이런 아귀의 모습은 배가 산만하고 목구멍은 바늘구멍만 한데다 입에 넣는 모든 것은 불로 변해버린다고 한다. 그런데 지옥 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하고 죽은 영혼을 위로할 목적으로 제작된 불화인 감로탱에 자비를 상징하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아귀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감로탱에서 소(小)아귀 무리와 대(大)아귀를 발견할 수 있는데, 화면 중심을 차지하는 대아귀의 경우 소아귀와는 다른 형식적 특징이 발견된다는 설명이다. 강소연 홍익대 겸임교수는 동아시아불교의례문화연구소가 지난 6월2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공연장에서 연 학술발표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강 교수는 가장 시대가 올라가는 일본 약선사와 조전사가 소장한 조선 전기 감로탱화를 대표적인 예로 들어 소아귀에서 찾을 수 없는 형식적 특징을 조명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대아귀의 용모는 대장부처럼 근엄할 뿐 아니라 소아귀처럼 감로를 받아먹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도 아니다. 보관, 보주, 장신구, 광배 등이 관찰돼 보살의 장식적 특징을 갖추고 있다. 강 교수는 “대아귀에 관한 이런 흥미로운 형식 및 양식적 요소는 감로탱 전반을 관통하는 특징”이라며 “중국 및 일본 관련 작례와 비교하면 한국 감로탱의 아귀는 매우 독창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기메 박물관의 ‘국청사감로탱’ 아귀는 단순한 탐착의 과보로서만의 존상이 아님을 뜻하는 용어가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대아귀 옆 화기에 ‘남무대성 비증보살(悲增菩薩)’이라고 명기돼 있다”며 “이는 큰 성인인 비증보살이라는 표현인데 이 존명을 통해 아귀가 자비를 증장시키는 보살적 존재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 앞에 ‘남무’라는 용어를 붙여 무명 속의 중생이 귀의해야 할 궁극의 대상임을 밝히고 있다. 이날 강 교수는 “아귀 존재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조선시대 감로탱 전반에 대한 새로운 의미 규명도 가능하다”며 “감로탱에 나타나는 아귀의 보살적 표현은 한국불교의 특성을 규정짓는 사상의 표상”이라고 강조했다.

[불교신문3119호/2015년7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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