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길을 걷다가 자전거를 타고 오는 이국의 노동자를 만났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그는 나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나도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미소 지어 보였습니다. 그 짧은 순간의 교차. 나는 그 순간이 인연이 되어 그와 나는 다음 어느 생엔가 정다운 친구로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바닷가 마을에는 이국의 노동자들이 어장 일을 하기 위해 머물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이 없는 겨울이면 고국으로 돌아갔다가 봄이 되면 다시 이 작은 어촌 마을을 찾아옵니다. 바닷가 길을 걷다가 어구를 손질하는 그들을 보면 나는 가만히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눕니다. 그들은 그러면 마치 슬픔을 모르는 사람들처럼 내게 더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합니다.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먼 이국에 와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가족을 향한 그 깊은 사랑이 그들의 미소 속에는 스며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착합니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 초 봄 두꺼운 잠바를 입고 시린 손을 불어가며 어구를 정리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가만히 눈물 글썽인 적이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지만 사랑으로 희생의 고됨을 잊는 사람들의 삶은 착해서 눈물짓게 합니다. 연민은 착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소리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습니다.

바닷가 마을길은 내게는 수행의 도량입니다. 그 길을 걸으며 이국의 노동자들을 볼 때 마다 연민의 마음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강강해 타인의 아픔을 몰랐던 마음에 비로소 이웃이 들어오고 그들의 고된 삶의 이야기들이 내 마음을 순하게 물들입니다. 수행이 대자비의 완성이라면 이국의 노동자들은 내게 일구어야할 자비의 밭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전거가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여전히 연민과 슬픈 큰 눈동자가 남아 있습니다. 착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내 눈물이 아름다운 빛처럼 바다 위에 반짝입니다.

[불교신문3119호/2015년7월7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