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상은 2600년 전 부처님 제세 당시와는 분명 다르다. 때문에 승가사회도 그 옛날과는 살아가는 방식이나 양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21세기 현대상을 반영한 청규가 제작돼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이유다. 종단은 지난 2013년 6월 ‘대비원력의 발심과 실천을 위한 승가청규’를 마련했다.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밀운스님을 필두로 종단 각계 주요인사들이 포진한 종단쇄신위원회가 1년 동안 논의 끝에 꾸민 것이다. 자성과 쇄신결사가 한창이던 그때 종단쇄신위는 스님들의 의식개혁을 도모하고 현대사회에 맞는 스님들의 생활규범을 새롭게 세우기 위해 청규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승가청규는 여러가지 이유로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정 공포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종단이 ‘현대사회 승가청규’ 세미나를 열어 다시 한번 청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대적인 청규 제정이라는 지속적인 요구에 대한 화답이자, 청규를 통해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승가상, 수행자상을 정립하겠다는 종단의 의지 표명이라는 해석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 및 토론자들은 현대적인 승가청규 제정 필요성에는 한결같이 공감을 표시했지만,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 부분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특히 도박, 폭력, 음주 등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용어를 넣을 것인가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이같은 논쟁은 2013년 성안된 승가청규가 일부 내용이 알려지면서 청규를 제정하게 된 본래 뜻은 흩어지고 법계에 따른 자동차 배기량 구분 등이 가십거리로 부각되기도 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있다. 승가청규는 시대가 바뀌더라도 부처님 가르침을 근본으로 삼아 청정한 승가의 모습을 사회에 제시해야 한다는 명제다. 물질만능주의와 생명경시로 크고 작은 사건이 판을 치는 지금, 승가청규는 불교계뿐 아니라 현대인들도 생활 속에서 따라야할 전범(典範)이 돼야 한다. 승가의 위의를 지키면서도 현대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정신문화가 돼야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 서두를 필요가 없다. 2013년 멈춘 승가청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차분하게 준비하고 다양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사부대중이 모두 합의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모쪼록 사부대중이 공히 봉대할 수 있는 승가청규가 제정돼 한국사회는 물론 세계가 존경하고 존중받는 승가상으로 정립하기를 기대한다.

[불교신문3117호/2015년7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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