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삼국 불교학자들 ‘대승기신론’ 국제학술대회

 

진케이도 청산학원대 교수

“근대 운동가 장병린 선생

기신론 위서라는 논조 비판

불설 계승한 논서로 증명”

금강대, 일본 도요대, 중국 런민대는 지난 6월19일부터 20일까지 백제역사문화관에서 ‘동아시아 불교에서 대승기신론관’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은 2세기 경 인도의 마명(馬鳴)스님이 저술한 것으로 전해지는 책으로 불교 논서의 백미로 꼽힌다. 한국을 비롯한 북방 3국에 유입된 대승불교 경전에 있는 모든 사상을 논리를 세워 설명하고 대승의 본질을 밝힌 책이다. 산스크리트어 원전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현재 한역본이 유통되고 있으며, 한중일 삼국에서 간행된 주석서만 200여종에 이를 정도로 중요한 텍스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중국 일본의 불교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아시아 속에서 대승기신론이 갖는 사상적 의미와 주석서 등을 집중 조명한 학술행사가 열렸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HK사업단, 일본의 도요대(東洋大), 중국의 런민대(人民大)는 지난 6월19일부터 20일까지 부여 백제역사문화관에서 ‘동아시아 불교에서 대승기신론관’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대표적인 동아시아 국제학술대회 가운데 하나로, 장쉬에송 런민대 교수, 이시이 고세이 고마자와대 교수, 오다 아키히로 오오타니대학 교수 등 국내외 전문 소장학자 20여명이 발표와 논평에 참석해 열띤 논의를 벌였다.

먼저 중국의 학자들은 종밀(宗密, 780~841), 담광(曇曠, 8세기 중반)과 같은 전근대 시기의 불교인들과 인순(印順 1906~2005) 등 근대시기의 연구자들이 갖고 있었던 대승기신론관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대승기신론이 동아시아 불교 사상사에서 끊임없이 변주되며 불교교학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을 강조했다. 특히 진케이도 청산학원대 교수는 불교를 통해 혁명이론을 구축했던 사상가이자 중국 혁명 운동가인 장병린(1868~1936) 선생의 논문을 통해, 일본에서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던 <기신론>이 위서(僞書)라는 논조를 비판하고 불설(佛說)을 직접적으로 계승한 논서라는 점을 증명했다. 진케이도 교수는 ‘장병린의 대승기신론 진위변’이라는 발표에서 기신론 진위에 대한 논쟁을 두고 중국에서 처음(1908년) 대응한 장병린의 ‘대승기신론변’을 소개했다. 이 논문은 일본 연구에 필적할 만한 독자적인 탐구가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중국학자의 최초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이날 진케이도 교수는 장병린 선생이 일본 학자들의 주장을 반박한 대표 사례들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당시 일본 학자들은 <마명보살전> <부법장인연전> 등 전기(傳記) 문헌에 마명스님이 기신론을 지었다는 언급이 없으므로 스님 저작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장병린은 마명스님이 저술한 것으로 간주되는 <장엄론경> <불소행찬> 등 저작 또한 여러 전기에 실리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 관점이 성립할 수 없음을 반증했다. 진케이도 교수는 “이 논문은 상당한 특색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에 상응하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문헌학과 역사학의 방법을 기반으로 한 일본학계의 동향에 정면으로 반응한 동일시기 중국 불교 연구계에 극히 드문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대승기신론의 발생과 그 근원이 되는 사상 문제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여전히 주된 논의의 대상이었다. 석길암 금강대 HK교수는 일본에서 주류 학설로 정착된 지론종 찬술설에 대해 “사상사적 맥락의 관점에서 기신론은 지론종 영향하에 성립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시이 고세이 고마자와대 교수는 문헌비교 프로그램(NGSM)을 통해 불성론을 지을 당시 진제 주변에 보리유지역 경론이 이미 전수됐다고 밝히며 석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권탄준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장은 “그간 특정 주제에 국한돼 있었던 대승기신론에 관한 논의를 동아시아 전체로 지평을 확장시켰다”며 “기신론이 동아시아에 나타난 시기 문제부터 불교의 중요 인물이 갖고 있었던 관점, 오늘날 학자들이 제시하는 대승기신론관까지 다양한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117호/2015년7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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