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강연 현장 / 이시우 박사가 말하는 불교

국내 1호 천문학자, 이시우 박사다. 1938년 대구에서 출생한 이시우 박사는 검정고시로 서울대에 입학, 미국 웨슬리안대에서 천문학 석사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 관측천문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어느새 80세를 바라보는 이 박사는 또한 불교학자이기도 하다. 불교와 천문학을 접목해 우주의 진리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6월26일 조계사불교대학에서 ‘반야산림법회 금강경 대학’(지도법사 송암스님) 초청으로 이시우 박사 초청 특강이 진행됐다. 최근 <연기와 우주 인드라망>을 펴낸 이시우 박사의 강연 현장을 찾았다. 강연 내용을 정리했다. 이날 주제는 ‘연기적 세계’로 진행됐다.

천문학자 이시우 박사가 최근 <연기와 우주 인드라망>을 출간한데 이어 지난 6월 말 조계사 불교대학에서 문학강연회를 가졌다. 김형주 기자

 

 

 

만물은 서로 주고받으며
항상 변화하는 존재…
제법무아·제법무상이 곧 연기

나와 우주 만물이 하나라는
인식을 가질 때 인류가 직면한
모든 문제 해결점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노동을 주고 그에 상응하는 댓가로 살아간다. 정신적인 노동이던지, 육체적 노동이던지 무언가를 서로 주고받으며 생활한다. 또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모든 생활에 필요한 것을 얻는다. 연기란 간단히 정의하면 ‘주고 받음’의 과정을 통해 존재한다는 원리다. 모든 만물은 서로 주고 받는 과정을 통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연기는 불교의 용어가 아니라 사회와 우주 모두에게 통용되는 단어다. 모든 존재의 보편적 존재원리이기 때문이다. 연기는 크게 무위적(無爲的) 연기와 유위적(有爲的) 연기로 구분한다. 무위적 연기는 이타의 관계이며 존재론적이다. 반면 유위적 연기는 조작을 통해 얻는 소유론적인 연기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무위적 연기는 자연의 원리이며, 유위적 연기는 인간만이 가능한, 의식과 조작에 의해 관계가 형성되는 연기를 말한다.

그런데 연기는 고정된 관계가 아니라 연속적으로 변화하며, 상호의존적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존 휠러는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칙을 제외하면,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진리가 변함없는 법칙이란 것이다. 이는 세상은 항상 변화하는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법무아, 제법무상의 원리가 곧 연기법의 속성이며, 연속적으로 무언가를 주고 받는 동등한 관계 형성을 통해 우주가 유지된다는 의미다.

아이슈타인 역시 “모든 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의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결정된다”고 했다. 인간은 우주에서 보면 매우 미미한 존재다. 과학과 문명이 발달한다고 해도 만유의 무위적 연기관계를 바꿀수는 없다.

연기에 상응하는 단어로 이완이 있다. 영어로 하면 릴렉세이션(relaxation)으로 개체의 초기 정보, 즉 정체성이 상실되면서 모두가 동등한 존재이며 안정된 평형상태를 말한다. 모든 집단은 연기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때로는 이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연은 스스로 치유된다. 다시 새로운 안정된 상태에 도달하는데, 이 현상이 이완이다. 현재와 같이 인간이 지구를 파괴한다면 지구는 큰 재앙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그 재앙은 지구라는 환경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것이다. 마치 과거 빙하기로 인해 공룡이 전멸하던 것과 같다. 그런 현상을 통해 지구라는 자연은 이완되고, 새로운 생명질서가 마련된다. 인류의 멸망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이완현상이 지속되는 시간이 길수록 새롭게 형성된 집단은 더욱 안정된다는 특징이 있다. 구성원이 많은 집단일수록 이완시간이 더 길어지고, 또 더 안정화된다. 이같은 자연의 원리는 곧 인간에게 적용되는 경고이면서, 우주적 진리이기도 하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인간의 정신속에 자유의지는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자신의 의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제로는 우주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인과관계에 의해 짜 맞추어진 것이다. 이는 다른 원인에 의해 결정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연기적 관계에 대한 의지를 설명한 말이다.

같은 의미로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 있지만 의지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 지지 않는다”고 했다. 즉, 개개의 행동은 자신이 만들어 내지만, 실제 본인의 행동과 삶의 조건 전체를 볼때 다른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 이뤄진다. 사회환경, 자연환경과의 교류가 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반야산림법회 금강경 대학이 개최한 문학강연에서 우주와 인드라망을 설명하고 있는 이시우 박사

즉, 자유란 연기적 구속에서 얻어지는 자유이지, 결코 연기적 기반이 없이 자유가 이뤄질 수 없다. 그런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연기적 세계에서 자유란 절제된 개체의 독립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타인이 존재함으로써 내가 존재하는 것이라는 원리를 알면 구속이 있어 자유가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유와 구속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마치 행복과 불행이 같이 존재하는 것과 같다. 연기적 세계에서 자유의지는 연기적 구속의지에 의해 규정되며, 구속이 없는 자유는 방종이며 방임에 불과하다.

그러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그리고 자연과 자연은 어떤 의존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연기는 가까이서 일어나는 적극적 관계와 멀리 떨어져 일어나는 소극적 관계로 구분할 수 있다. 지구와 태양, 은하계와 외부 은하들 사이의 연기적 관계가 소극적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누가 연기의 주체이고, 누가 객체일까. 두가지 원리가 있다. 주객불이(主客不二), 즉 인식하는 세계와 인식되는 세계가 동일하다는 것이며, 올바른 연기적 세계를 펴기위해서는 모든 만물과 내가 하나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연기의 법칙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 극단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본대로 두 극단, 불행과 행복 구속과 자유 등, 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그래서 양면성과 비동시성의 원리인 중도의 원리가 중요하다.

모든 생명은 연기적 관계에 의해 에너지를 나누며 순환을 이어간다. 무생물도 연기적 에너지를 순환하는 과정이다. 별도 인간처럼 태어나 유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를 걸쳐 임종을 맞이하는 생명체다. 우리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탈피하고, 모든 자연은 상호의존적인 연기의 존재라는 인식을 회복해야 한다. 그럴때 집단이 안정성을 갖고 오랜 이완시간을 통해 안정된다.

천체를 보라. 천체들은 완전한 원융의 상태를 이루고 만족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적극적인 연기 관계를 통해 보편성과 평등성을 회복하는 것이 지금 우리들의 과제다.

우주와 인간, 미물의 관계 밝힌
연기법은 부처님의 위대한 업적

<연기와 우주 인드라망>
이시우 지음, 종이거울

“자연과 우리는 서로 주고받는 행위를 통해 존재하는 상호 의존적 관계다. 이를 연기관계라 하며, 인간과 인간 사이 뿐 아니라 자연과 자연, 그리고 전 우주적인 연기관계를 알 때 바른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다.”

이시우 박사가 우주를 보는 시각은 어느 서구 천체학자보다 깊다. 불교의 인드라망을 우주원리에 대입했기 때문이다. 연기는 우주의 생성원리와 성장의 방향을 완벽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시우 박사는 “2500년 전 천체가 천구에 붙박여 있으며 영원히 빛을 낸다고 했던 서구와 달리 부처님은 별들의 생주이멸을 이해하고, 우주가 무시 이래로 진동하고 수축한다는 성주괴공의 우주론을 제시했다. 그 혜안은 오늘날 천체 관측의 결과와 같다”며 “연기법의 발견과 정립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책은 부처님의 연기사상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12연기와 윤회, 무아와 무상의 가르침, 연기와 사성제 등 불교 교리로서 연기의 가르침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연기와 유식, 수행, 우주에 이르는 원리를 세세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우주의 원리와 ‘진동 연기법’의 가르침을 접목해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며,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가에 대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화엄경>에서 제시된 화장장엄세계와 천문학의 우주에 대한 관점을 조화시켜 냈다.

이시우 박사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위대한 우주의 대발견이 연기법이다. 이를 인간 세계 뿐 아니라 우주 만유로 확장해 현대 첨단과학이 발전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책 편찬의 의미를 전했다 

[불교신문3119호/2015년7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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