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로 산다는 것

지은이 도일스님 / 불광출판사

계율에 대해 부정적인 수행자

곧 불법 부정하는 것과 같아

오계 잘 지키면 존경 따르고

자녀들은 부모 공경하게 돼

수행 근본, 화합·깨달음 도모

도일스님은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 좋은 업을 지어 행복을 만들어가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계율을 알고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은 서울 봉은사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신도들. 불교신문 자료사진

조계종 송광사 율학승가대학원 원장을 지낸 도일스님이 부처님이 제정한 계율을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적용하며 실천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스님은 책에서 계율의 회복이 곧 불교를 번성하게 하는 열쇠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승단이 가야할 길 또한 율장에 의거한 수행과 삶뿐이다. 그런데 과연 2600여 년 전 인도에서 만들어진 계율을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지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스님은 이 책 <불자로 산다는 것>을 통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율장에는 스님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다툼이나 송사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이 가운데 갈마법은 가장 합리적인 해결법이다. 갈마란 산스크리트어 카르마(karma)를 중국에서 음사해 한문으로 표기한 것으로, 원래는 업이라는 뜻의 갈마가 업을 정화하는 법사(法事)로까지 그 의미가 발전된 것이다. 수계나 참회에서부터 승가의 생활에 관한 거의 모든 일을 의미한다. 스님에 따르면 갈마는 고대 어떤 제도보다 훌륭한 의결방식이며 자기 정화 방법이어서 수행자 기준에서 이보다 더 나은 제도가 없다. 그런데 최근 스님들 사이에서 분쟁이 생기면 세속 법에 호소해 해결하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스님은 “난립하고 있는 불교종단들은 앞 다퉈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종법을 만들어 율장의 상위개념으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며 “호법(護法)이나 호계(護戒) 같은 조직을 두어도 율장대로 갈마하고 처리하지 않으면 비불교적인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고 지적했다.

도일스님은 ‘불자답게 사는 길’에 대해서도 가르침을 주고 있다. 스님은 “절에 다닌다고 해서 불자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불교신도의 기준은 소리 내어 삼보에 귀의하는 것(삼귀의)과 다섯 가지 계율(오계)을 지키겠다고 맹세했을 때부터”라고 밝혔다. 특히 계를 받으면 그 계를 지키기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계를 받는 공덕은 곧 계를 지킬 때만 얻어지는 공덕을 의미하기 때문에 건성으로 계를 받은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계는 결코 어렵거나 자신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며, 사회적으로는 기본 도덕이 되고 불교적으로는 재가신도의 수행근거가 된다. 계를 잘 지키면 개인에겐 신뢰와 존경이 따르고 가정에는 화목이, 자녀들은 부모를 공경하게 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는 이유로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 좋은 업을 지어 행복을 만들어가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계율을 알고 지키는 것이다. <범망경>에도 계를 지킨 사람에게 5가지 이익이 생긴다고 가르치고 있다. 첫째 모든 부처님이 그 사람을 보호하고, 둘째 목숨을 마칠 때 바른 마음이 일어나 기쁘게 임종하며, 셋째 태어나는 곳마다 좋은 사람들이 벗이 되어 주고, 넷째 공덕이 모여 하고자 하는 일이 잘 이뤄지며, 다섯째 후세 계행을 쉽게 지니고 복과 지혜가 충만하다고 했다. 스님은 “수행생활의 근본은 계율”이라며 “물질이 풍부하고 모든 것이 편리한 세상에 올곧은 수행자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계율을 잘 배우고 지키는 것만이 바른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율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는 수행자는 곧 불법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며 “비구가 의무적으로 계율을 배우고 익혀야 할 까닭은 승가의 화합과 깨달음, 불법이 오래 머물기 위함”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지금처럼 부처님이 만든 승가라는 교단보다 종단이 더 강조되는 것은 갈마를 법답게 행하는 승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책에 실린 글들은 송광사 율원에서 10여년을 지내는 동안 송광사 사보에 기고했던 것이다. 1장 ‘승가에 살어리랏다’에서는 승가의 구성과 화합에 초점을 맞춰 스님답게 사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승가의 자기정화 방식, 질서를 유지하는 법, 사제 간의 책임과 의무, 승가의 분쟁해결법 등이 율장에 근거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2장 ‘불자로 살어리랏다’에서는 불자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하며 인격 완성을 이끌고 있다. 불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사상적 토대를 마련해 주고, 일상생활에서의 수행법을 비롯해 불자의 경제관, 마음가짐 등에 대해 안내한다. 3장 ‘불자의 의식주 생활양식’에서는 불자라면 늘 마음에 걸리는 육식과 음주문제, 불교 장례와 제사문화까지 다룬다. 4장 ‘현대사회에서의 불교적 삶’에서는 불교와 정치문제를 비롯해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제안한다.

도일스님은 태국 왕립 마하출라롱콘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현재 통도사 취운선원, 부산 보광사 등에서 운수납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불교신문3117호/2015년7월1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