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천어린이집 교사들 만나보니…

한옥체험 자연체험 목적으로 따로 소풍갈 필요가 없다. 흥천사 흥천어린이집은 가장 쾌적하고 아름다운 친환경 쉼터다.

아이들 좋아서 유아보육 전공

어린이집 교사 불신문화 아쉬워

숲속 산책길 목탁소리 새소리…

사명감 갖고 사랑으로 보살펴

매일 아침 7시반. 출근을 앞두고 마음이 분주한 엄마 아빠들이 아이를 업고 안고 사찰을 오른다. 도심사찰이지만 언덕길이 제법 가파른 흥천사(주지 정념스님) 흥천어린이집을 향한 발걸음이다. 초여름 쨍쨍한 아침해를 맞았더니 목덜미에는 몽글몽글 땀방울이 맺힌다.

“선생님,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0세 아들을 둔 김효주(34)씨는 “맞벌이로 살다보니 돌도 안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하면서도 “그래도 사찰 안에 있는 아름답고 친환경적인 어린이집에 우리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어린 아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아이를 둔 부모들 사이에선 어린이집 불신문화가 팽배해졌다. 밥을 제대로 먹지 않고 낮잠을 잘 자지 않는 등 아이들마다 안좋은 습성들이 있을진대, 자기 자식도 아닌 아이들에게 교사들이 늘상 친절을 베풀리 만무하다는 입장이다. 자기 아이를 맡겨놓고선 아이를 보살피는 교사들을 의심하고 감시하는 가슴아픈 현실이다.

“우리들은 적어도 아이를 사랑하고 돌보는 일을 천직으로 삼는 사람들입니다. 어린이집 교사를 꿈으로 삼아서 오랜 시간 공부했고, 어린이집 교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날마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

흥천어린이집 정보라(24) 교사는 “요즘들어 어린이집 교사를 바라보는 좋지 않은 시선이 참 부담스럽다”면서 마음 속 맺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영유야 보육을 전공한 정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99일을 잘 살다가도, 어느날 하루 아이의 부주의로 다치기라도 하면 학부모들은 아이를 때리기라고 했나 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고 말했다.

한옥구조의 친환경 어린이집으로 설계된 흥천어린이집 교사라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녀는 “날마다 아이들의 따뜻한 엄마가 돼주겠다는 심정으로 출근한다”고 했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김연진(25) 교사는 “어린이집 교사는 초심을 갖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하는 가장 중요한 복지사”라며 “영유아들을 보살피면서, 이 아이를 맡긴 엄마의 심정이 어떨까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케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맞벌이 부부들의 현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영유아기에는 엄마곁에서 엄마를 느끼며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숲이 우거져 있고 목탁소리 새소리가 어우러져 있는 흥천어린이집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힐링공간이 되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 7년차 베테랑 정선우(32) 주임교사는 “하루종일 아이들을 케어하고 교육한다는 것은 상당한 인내와 조건없는 사랑을 필요로 한다”며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교사에게 옮아가고, 아픈 몸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너무나 힘들다”고도 했다.

“사찰이 선사하는 안정감과 훈훈함에 위로를 많이 받아요. 우리나라에 이렇게 좋은 어린이집이 또 있겠어요? 하하. 아이들이 웃으면 힘이 납니다.”

정용기 흥천어린이집 원장은 말했다. “어린이집은 아이들만의 공간이 아닙니다. 아이와 선생님, 선생님과 학부모 그리고 엄마와 아이까지 함께 소통하고 힐링하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아침마다 올라오기 불편하지만, 저만치 주차장 아래서 아이를 안고 땀흘리며 올라오는 엄마들을 보면 애틋하고 정감이 갑니다. 부처님 품안에서 천진동자를 키운다는 심정으로 오늘도 힘찬 하루를 시작합니다.”

흥천어린이집은 성북구청이 건립한 뼈대 위에 흥천사 주지 정념스님 특유의 섬세함으로 ‘안전’이라는 불사를 덧입혔다. 기왓장 하나하나에도 고무를 덧대서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시골집같은 툇마루에 울타리 담장에도 안전망을 더했고 창문밖에 견고한 창문을 하나 더 만들어 끼워 넣었다. 한옥 특성상 혹시 모를 화재 예방을 위해 구석구석에 소화시설을 완벽하게 구비했다.

정념스님은 “석굴암 부처님 한분이 천년의 세월동안 사람들에게 감응을 주듯, 흥천사에 길이길이 남게 될 흥천어린이집에도 돌부리 하나 풀 한포기 허투루 놓지 않았다”고 했다. 흥천사 흥천어린이집 주변 느티나무에는 이 동네 다른 어린이집 아이들도 선생님과 함께 놀러온다.

[불교신문3118호/2015년7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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