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현대백화점 양궁단 감독

 

지난 6월17일 수원양궁장에서 만난 이은경 현대백화점 양궁단 감독(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은 양궁지도자로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이은경 감독의 양궁 입문은 수원 연무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83년의 일이다. 4학년 2학기 학교 조회 시간 때, 키가 크고 팔 체형이 곧은 학생들에게 ‘양궁을 해보겠냐’는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5학년 때부터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1년 연습 뒤인 6학년 때 전국소년체전에 출전했지만 13위라는 다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훈련에 매진한 지 수성여중 1학년 때 출전한 전국남여중고양궁대회에서 개인전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여러 시합에 참가하다보니 잘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은 마음이 커졌지요. 그러다보니 실력이 좋아지고 성적도 자연스레 좋게 나왔지요. 특히 누군가를 이기겠다고 목표를 세우는 게 아니라 매 대회마다 제가 훈련한 만큼 제 실력을 발휘하겠다고 서원했어요. 잘 쏠 때도 있고 못 쏠 때다 있는 게 당연한 일이지요. 처음부터 1등을 계속 차지했다면 선수생활을 길게 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 감독은 당시 수원지역 고등학교에 양궁부가 없어 ‘양궁 명문’ 여주여종고로 진학한 뒤 기량이 급성장했다. 고2 때인 1989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이 감독은 1990년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인 전미오픈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은메달,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같은 해 열린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도 개인전 은메달,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10년 국가대표로 국위선양 ‘궁사’

태릉선수촌 불자회 총무 맡아

독실한 불자로 거듭난 ‘보덕심’

특히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김수녕, 조윤정 선수와 함께 여자양궁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하고 이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동메달, 방콕아시안게임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여자양궁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1997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1999년 프랑스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세계 랭킹 1위로 우뚝 서기도 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보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게 더 어렵다고 할 만큼 태극마크 달기가 어렵잖아요. 여자 양궁 국가대표로서 전통을 이어 세계정상에 서야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큰데 반해 우리가 한 수 위라는 자부심과 자신감 또한 생겨나 오히려 좋은 성적을 내는데 도움이 되기도 해요.”

이 감독은 양궁선수로서 활약하는데 불교가 큰 힘이 됐다고 밝힐 만큼 불심(佛心)이 깊다. 불심 깊은 할머니와 어머니를 따라 불교를 믿게 된 이 감독은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뒤 선배들과 함께 법당을 찾으면서 독실한 불자로 거듭났다. 태릉선수촌 내 불자선수모임인 한마음불자회 총무를 오랫동안 맡으면서 매주 법회를 알리는 알림장을 선수촌 곳곳에 붙이고 다과를 미리 준비했다.

매주 법회 알림장 붙이고 돌리면서

양궁장 들어가기 앞서 항상 108배

‘반야심경’ 사경해 지인100명에게

편지로 보낼 만큼 ‘불심 충만’

자신뿐만 아니라 선후배, 동료인 불자선수들의 불심 증장에도 기여한 것이다. 몇 년 전 체육인불자연합회가 결성돼 태릉선수촌 법회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1990년대에는 법장스님 등 수덕사 스님들을 중심으로 법회를 지원해줬으며 이 감독의 법명 또한 법장스님으로부터 받은 ‘보덕심’이다.

당시 매일 양궁장에 들어가기 전에 법당부터 먼저 들려 108배를 올렸으며 <반야심경>을 100장 사경해 100명의 지인에게 편지로 보낼 만큼 불심이 충만했다. 선수 시절 마지막 때인 1999년에는 ‘부처님의 변치 않는 제자가 되겠습니다. 제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도록 해주옵소서’라는 자신만의 기도문도 만들었다. 한 달 동안 기도문을 마음속으로 외운 뒤 호흡하고 활을 쏘는 훈련을 갖고 출전한 프랑스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큰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양궁선수에게는 마음수행이 필요한데 불교가 마음수행의 종교인만큼 전통적으로 양궁과 불교는 인연이 깊지요. 저 또한 불교를 통해 선수생활을 잘 이어갈 수 있어, 부처님께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다른 종목 선수들도 불심이 깊은 선수가 많지만 한국불자의 특성처럼 법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원은 적은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종교 특히 불교를 통해 힘든 훈련을 극복하고 좋은 결과도 낸 친구들 또한 많은 게 사실이지요.”

지난 2000년 현역에서 은퇴하고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 감독은 양궁지도자로 변신했다. 2009년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가운데 최초로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아 태릉선수촌에 재 입성했을 뿐만 아니라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KBS 해설위원으로 깜짝 활약하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선수시절 마지막 해1999년에는

“변치 않는 불제자가 되겠습니다

제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도록

해주옵소서”…‘기도문’도 만들어

 

“선수들이 힘들어 할 때

먼저 다가가 고민을 들어주는

신뢰받는 지도자 되고 싶어요”

지난 1월 현대백화점 양궁단 감독으로 부임해 후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양궁단에는 시드니올림픽과 아테네올림픽에서 2연패한 윤미진 선수가 선수 겸 플레잉코치를 맡고 있으며 인천아시안게임 양궁 2관왕 정다소미 선수 등 총5명의 선수로 구성돼 있다.

이 감독은 한국 출신 감독과 코치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고 경기진행방식이 변화하면서 세계 양궁선수들 간의 기술적인 수준은 평준화됐지만 정신력 싸움에서는 한국양궁이 여전히 비교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1970년대에는 288발, 1980년대에는 144발을 쐈지만 1992년 토너먼트제 도입에 이어 최근에는 선수별로 3발씩 5세트를 쏘는 것으로 경기진행 방식이 변경됐다. 이로 인해 1, 2발의 실수로 세계 랭킹 1, 2위 선수마저도 중도에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져 심리훈련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는 게 오늘날 양궁계의 흐름이다.

불교수행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은 뒤 세계 최정상까지 섰던 이 감독은 오랜 선수생활 동안 직접 경험하며 쌓았던 노하우에다가 양궁단이 그동안 갖춰 온 훈련시스템과 선수관리체계를 결합시켜 최고의 양궁지도자가 되겠다고 서원했다.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선수들이 힘들어하고 고민할 때, 제가 먼저 다가가 풀어줘야겠지요. 또한 선수들에게 신뢰감을 얻고 그들이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특히 저희 팀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대거 선발돼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진력할 것입니다.”

■ 이은경 감독은 …

1972년 7월 경기 용인시에서 태어난 이은경 현대백화점 양궁단 감독은 고려대에서 체육교육학으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수원 연무초교 5학년 때 양궁을 시작해 1989년부터 10년 동안 양궁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한국여자양궁의 간판스타로서 이름을 날렸다.

이 감독은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 금메달 수상을 비롯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도 3개의 금메달을 차지할 만큼 세계적인 양궁선수였다. 지난 2000년 현역에서 물러난 뒤에도 국가대표 코치와 KBS 해설위원, 경기체고 코치, 토지주택공사 코치, 대학 강사 등을 역임한 뒤 지난 1월 현대백화점 양궁단 감독으로 부임해 후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태릉선수촌 입촌 후부터 불교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이 감독은 태능선수촌 내 불자모임인 한마음불자회 총무 소임을 오랫동안 맡았을 뿐만 아니라 전 총무원장 법장스님으로부터 법명까지 받는 등 깊은 인연으로 생명나눔실천본부 홍보대사로도 활약하며 불법홍포에도 앞장선 불자다.

[불교신문3118호/2015년7월4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