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보면 언젠가 이별을 고해야 하는 날이 꼭 오고야 맙니다. 마치 가을에 눈물처럼 낙엽이 지듯 우리도 그렇게 떠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삶은 아름답고도 슬픈 것입니다.

어느 날 밤 문자 한통을 받았습니다. “이제 떠나가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떠나기 전 우리 스님 한번 뵙고 가고 싶어요. 서울 오시면 연락 주세요.” 나는 몇 번이고 그 말을 되뇌었습니다. 마지막 이별에 임박해 던지는 그 말의 무게는 가슴으로 견디기에는 버거운 것이었습니다. 떠남보다도 그 떠남 앞에 서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사람의 마음이 내 마음의 골을 타고 눈물로 흘려 내렸습니다.

그녀는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식과 남편에게 헌신하는 것이 그의 존재 이유였습니다. 그만 자신을 위해 살라고 해도 그것이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이제는 살만한 시간이 찾아왔는데 그 시간의 행복을 병마가 앗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삶이란 언제나 슬픈 배반이라는 것을 나는 또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산다는 것은 끝이 있어 아름다운 것이기도 합니다. 끝이 있기에 더욱 사랑하려고 했었고 끝이 있기에 우리는 더욱 아름답게 살려고 노력하는지도 모릅니다. 끝을 아름답게 마무리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일입니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죽어가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인생은 무상해서 슬픈 것입니다. 공기 같은 무상이 기어이 눈물이 되고야 마는 것이 우리들의 삶입니다. 내가 날마다 보는 이 느티나무도 다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고 바라보면 눈물이 일렁입니다. 하물며 사랑했던 사람들이라면 그 슬픔은 더욱 가눌 수 없는 것이 되고야 맙니다. 언젠가 헤어질 사람들이기에 우린 더욱 사랑해야 합니다. 만나야할 날들은 기약이 없고 죽음만이 분명한 것이 우리들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한번 보고 가겠다는 그녀의 말이 가슴에 얼음처럼 박혀 있습니다. 나는 도량을 거닐며 나무아미타불을 읊조리고 또 읊조렸습니다. ‘안녕’ 세상을 향한 그녀의 슬픈 마지막 인사가 들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불교신문3117호/2015년7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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