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암선사연구

한암사상연구원 / 민족사

선사상, 종단관, 불교관 비롯해

경허 만공 탄허스님 관계 조명

 

‘한암사상’ 수록논문 14편 엄선

수정 보완해 책 한 권으로 엮어

조계종 초대 종정을 역임한 한암스님은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불교를 중흥한 스승이었다.불교신문 자료사진

 

“내 차라리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말 잘하는 앵무새는 되지 않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오대산 상원사로 들어가 27년간 동구불출하며 정진한 것으로 유명한 한암스님 생애와 사상을 집대성한 학술서가 발간됐다. 한암사상연구원은 민족사 학술총서 시리즈 69번째 <한암선사연구>를 발간하고, 스님의 사상과 가르침을 집약했다. 이 책은 <한암사상> 제1집부터 4집까지 수록된 논문 가운데 중요한 것을 수정보완해 엮은 것이다.

한암스님은 1897년 행름스님을 은사로 금강산 장안사에서 출가해 선교를 닦았다. 금강산 신계사, 청암사 수도암, 통도사 백운암, 범어사 안양암 등에서 정진했으며 근대 선불교를 일으킨 경허스님을 조실로 해인사 선원에서 안거 정진을 하기도 했다. 스님은 1929년 조선불교 선교양종 승려대회서 교정(敎正)으로 추대됐고, 1941년 조계종 초대 종정 등 네 차례에 걸쳐 종정을 지냈지만 결코 산문을 나서지 않았다. 6·25한국전쟁 당시 국군에 의해 월정사가 소각되고 상원사 역시 전소될 위기에 처했을 때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사찰을 지켰고, 결국 상원사에서 좌탈입망했다. 스님의 문하에서 정진했던 효봉, 탄옹, 청담, 고암, 서옹, 석주, 고송, 월하스님 등은 근현대 한국불교를 이끈 주역이며, 직계제자로 나암, 보산, 보문, 탄허스님도 한국불교사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책에는 이런 한암스님의 생애와 함께 스님이 조계종단에 끼친 영향과 선사상, 불교관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총 14편의 논문이 수록됐는데 윤창화 민족사 대표,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 동국대 김호성, 고영섭 교수, 한국명상심리상당교육원장 인경스님, 김종진 불교학술원 조교수, 이상하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 교수, 변희욱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연구원 등이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윤창화 대표의 논문 ‘한암의 자전적 구도기, 일생패궐(一生敗闕)’은 한암스님 오도(悟道)과정에 대한 자전적 기록을 새롭게 찾아내 발표한 것으로, 2006년 발표 당시에도 관심을 모았던 글이다. ‘일생패궐’ 즉 ‘나의 일생의 허물’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이 자료는 두루마리 형태의 필사본으로 크기는 20×120cm 가량이다. 1899년부터 1912년까지 13년 동안의 수행과 오도과정을 적은 글로, 한암스님의 자필원고가 아니라, 제자 탄허스님이 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님이 금강산 신계사 보운강원에서 보조스님의 <수심결>을 읽다가 선으로 전향해 4차에 걸쳐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기록했는데, 특히 스승 경허스님의 가르침과, 청암사에서 해인사까지 오는 도중에 주고받은 법담이 사실적으로 적혀 있어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윤 대표는 한암스님이 만공스님, 경봉스님, 제자 및 재가불자와 주고받은 45편의 서간문과 납자들과 주고받은 30여 편의 선문답을 통해 스님의 선사상을 재조명했다.

김광식 교수는 ‘방한암과 조계종단’ ‘한암의 종조관과 도의국사’ 등 2편의 논문을 통해 스님과 종단의 관계를 되짚어 봤다. 스님이 스스로 종정에 오르겠다는 의사를 표한 적도 없는데 조계종단에서 4차례나 종정을 역임한 것과 관련, 종정 취임 배경과 전후사정을 살펴보고 종단에서 스님이 차지하는 위상을 점검했다. 또 스님이 <불교> 70호에 기고한 ‘해동초조에 대하야’를 분석해 스님의 종단정체성도 제시했다.

이밖에도 스님이 지은 불교가사인 <참선곡>에 대한 문학사적 성격과 의의를 고찰한 논문과 어록의 백미로 꼽히는 <선문답 21조>를 분석한 논문도 실렸다. 스승인 경허스님과의 관계, 동시대를 살던 고승인 만공스님과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찾아보는 것 외에 스님의 대표적인 제자인 탄허스님과 사상적으로 비교해보는 글도 있어 관심분야에 맞게 선택해 볼 수 있다.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은 “스님의 사상과 가르침을 계승하고 발전 진작토록 하기 위해 그간 발표된 논문을 증보 보완해 책을 간행했다”며 “스님의 사상과 가르침, 정신에 관한 연구의 정수를 담아 놓은 책으로 한국불교의 사상적 근간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불교신문3115호/2015년6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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