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스님의 미얀마 성지순례

송강스님 지음/ 도반

여행은 다른 지역의 문화와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풍부한 여행을 위해서 안내서가 필요한 이유다. 반면 국내 시판되는 해외여행 안내서 대다수는 교통과 숙박, 지도에 맞춰져 있다. 실상 그런 부분은 여행사 안내에 따르면 된다. 서울 개화사 주지 송강스님은 “반쪽짜리 여행을 하는 원인”으로 그런 점을 지적한다. 지난 10일 개화사에서 <송강스님의 미얀마 성지순례>를 펴낸 송강스님을 만났다.

 

 

십리 길 걸어 학교 가면서

마냥 즐거웠던 기억이…

지금은 그 길을 버스로 가도

자가용 없는 형편을 짜증낸다

 

만족하지 못하는 삶이 ‘불행’

 

소유한 것 적지만

넉넉함 지니고 행복 묻어나는

미얀마 사람들 ‘마음’ 읽어라

1996년,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미얀마 여행을 떠난 송강스님은 큰 감동을 받았다. “사람들의 영혼이 너무 맑다. 우리와 비교할 때 가진 것이 적은 국민들이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넉넉함이 있고, 행복이 묻어났다. 구걸을 하는 사람이 번 돈의 일부를 법당 보시함에 넣고, 나머지 돈으로 식사를 하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새벽부터 카메라를 들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났다.

“미얀마를 발전이 멈춘 나라라고 말한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미얀마의 과거와 오늘을 비교한 것이 아니라 다른 급변하는 나라와 비교한 결과다. 1996년 갔던 미얀마와 2012년 본 미얀마는 시골 촌놈 데려다가 목욕, 이발 시키고 양복으로 갈아입힌 정도로 많이 발전했다.”

스님이 발간한 <미얀마 성지순례>는 자세한 여행안내서이기도 하다. 미얀마 공항에서 티켓을 발부받는 과정, 여행경로 등을 사진과 함께 세세하게 기록했다. 스님은 “여행을 가기 전에 사전지식을 갖고 있어야 더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얀마 여행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지역을 묻자 바간을 꼽았다. 드넓은 평야에 수백기의 탑이 조성된 바간에서 일몰을 보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단다. 스님은 지난 여행에서 열기구를 타고 바간 북쪽에서 남쪽마을을 횡단했다.

“한국에서 아무 할 일이 없어지면 바간에 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자전거에 빗자루 하나 들고 다니면서, 탑에 올라 명상하고 빗자루로 탑을 쓸고. 그렇게 살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스님은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지혜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혜는 순수함에서 나온다. 모르니까 주변을 살펴보고,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지혜의 출발이다. “가난하다고 할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지레 겁을 먹고 결혼을 미루거나, 저출산을 당연시 한다. 행복을 찾아가는 지혜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송강스님은 “미얀마나 부탄 같은 나라에 가서 행복을 찾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복과 만족은 다르다. 예를들어 좋은 자동차를 소유한다고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니다. 일시적으로 만족할 뿐이다. 만족은 더 큰 욕구를 낳는다. 더 좋은 차를 소유하려는 욕구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이는 상대적 박탈을 필연적으로 야기한다.

“과거에는 십리 길을 걸어 학교에 가면서 경치를 즐기고 사람들과 대화를 했어요. 그때는 좀 걷는다고 짜증내는 사람은 없었어요. 지금은 그 길을 버스로 가면서도 ‘차 한 대 없어 버스타고 가야 하는’ 자신의 모습에 짜증내기 십상이예요.”

스님은 그 원인을 자기관념으로 꽉 찬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에서 찾았다. 직장은, 국가는, 배우자는, 아이들은 내게 이 정도를 해 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살고 있다는 것. 반면 미얀마에서 만난 사람들은 매사에 만족을 느끼고, 부처님께 감사하며 삶을 즐긴다는 것이다. CCTV 한 대 없지만 사찰 보시함이 도난 당하는 일도 없다. 스님은 미얀마 여행에서는 그 순수한 마음을 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가이드는 미얀마 대탑을 세우기 위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 설명을 듣고 탑에 올라간 사람과 벽돌을 하나하나 쌓으면서 복을 기원하던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며 탑에 올라간 사람이 보는 세계는 다를 것입니다. 미얀마 사람들을 통해 배운 것은 비판하는 마음을 없애라는 것이예요. 비판이 어떤 이익을 있을까 한번 생각해보면 됩니다. 아름다움을 아름답게 보는 것이 여행의 시작입니다.”

송강스님이 펴낸 미얀마 안내서는 활자가 크고, 사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편집자나 저자의 시각에서 탈피해 보는 사람의 관점에 맞춰 책을 내야 한다”는 스님의 철학이 담긴 편집이다.

“앞으로도 미얀마가 고대의 유적을 그대로 간직하며 발전하기를 바란다”는 스님은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미얀마나 부탄을 가보라. 그리고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배워오길 권한다”고 말했다.

개화사 주지 송강스님은 화엄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중앙승가대를 졸업했으며, 향곡·성철·경봉·탄허·석암스님들로부터 선교율을 지도받았다. 본지에 ‘송강스님의 백문백답’ ‘마음으로 보기’ 등을 연재했으며, <금강반야바라밀경> <송강스님이 완전히 새롭게 쓴 부처님의 생애> <경허선사 깨달음의 노래> 등을 펴낸 바 있다.

[불교신문3115호/2015년6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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